세금과 틴 성모 마리아 교회

by leo



‘국고를 채울 절묘한 방법이 없을까?’


보쉬보이 2세(재임 1100~1107, 1117~1120)는 하루 종일 지끈지끈 아픈 머리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두통의 원인은 지독한 스트레스였다. 그는 형이자 선왕인 브세티슬라프 2세의 도움을 받아 권좌에 올랐지만 조카와 동생이 반기를 드는 바람에 골머리를 앓았다.


보쉬보이는 반란군에 맞서 싸우느라 엄청난 전비를 소모했기 때문에 국비를 탕진해 늘 어려움을 겪었다. 관리가 매일 아침 국고 상황을 보고할 때마다 병사들의 월급을 주기도 벅차다며 우는소리를 하는 걸 듣는 것은 정말 고역이었다. 그는 조카, 동생과 싸우러 나갈 때를 제외하고 왕궁에 있을 때에는 늘 돈 걱정만 했다.


“전하! 아랍에서 온 상인이 선물을 바치러 왔습니다.”


보쉬보이가 돈 때문에 깊은 고민에 빠져 있을 때 프라하 시정을 담당하는 관리가 낯선 상인을 데리고 궁에 들어왔다. 상인 뒤에는 아름다운 중국 도자기와 비단을 든 하인이 서 있었다.


“전하 덕분에 무사히 장사를 마치고 아랍으로 돌아가는 중입니다. 전례대로 전하께 귀한 선물을 바치고자 합니다. 미미한 것이지만 받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장사를 마치고 돌아갈 때마다 잊지 않고 선물을 가지고 오니 정말 고맙네. 탈 없이 일을 잘 마쳤다니 다행이기도 하고. 잘 돌아갔다가 내년에 다시 장사를 하러 오게나.”


보쉬보이는 아랍 상인을 돌려보낸 뒤 중국 도자기와 비단을 가만히 살펴보았다. 두 물건을 보헤미아의 귀족에게 되팔면 꽤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프라하는 국제무역시장이지. 이곳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상인이 많을 뿐만 아니라 블타바 강을 건너 다른 나라로 가는 상인도 많아. 외국 상인이 프라하에 오는 것은 안전 때문이야. 나는 물론이거니와 선왕들이 외국 상인들을 우대하고 보호한 덕분이었어. 상인들이 프라하에서 안전하게 거래를 할 수 있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 프라하를 거쳐 다른 지역으로 갈 때도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도와주었고. 상인들은 후의에 감사하는 뜻에서 장사를 할 때마다 선물을 바쳤지.’


프라하에 외국상인이 드나드는 상황을 곰곰이 생각하던 그의 머리에 갑자기 새로운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는 환하게 웃으며 두 손을 탁 쳤다.


‘지금까지는 외국상인에게서 호의로 선물만 받았어. 주면 고맙고, 안 주면 섭섭하기는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어. 그런데 프라하에서 장사를 하거나 프라하를 지나가는 상인에게서 앞으로는 선물 대신 세금을 받으면 어떨까?’


보쉬보이는 프라하를 담당하는 관리를 다시 불렀다. 그리고 매일 아침 국고 상황을 보고하는 재정 담당 관리도 함께 오라고 했다. 두 사람은 갑작스러운 호출에 놀라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보쉬보이는 싱글벙글하며 질문을 던졌다.


“외국상인들은 틴에서 머물며 장사를 한다지?”


프라하 담당 관리는 국왕이 묻는 의도를 몰라 머뭇거리다 늦게야 대답했다.


“예, 그렇습니다. 틴 주변에 해자를 파서 상인 외에는 아무도 출입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가끔 해자를 넘어가 상인들의 물건을 훔쳐 가는 자들이 있다면서?”

“1년에 서너 번 그런 일이 있습니다. 밤에 침입하니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보쉬보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큰소리로 지시했다.


“내일부터 틴 주변에 성벽을 쌓도록 하게. 출입문은 앞쪽과 뒤쪽에 두 개만 만들면 될 걸세. 출입문 양쪽에 병사들을 배치해 외국상인들만 출입하도록 통제하도록 하게.”


프라하 담당 관리는 영문을 모르면서도 국왕이 지시하는 것이니 알겠노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보쉬보이는 이번에는 국고 담당 관리를 쳐다보았다.


“성벽 공사가 끝나면 자네는 성 입구에 세관 건물을 세우도록 하게. 틴에 들어오거나 나가는 외국상인들을 잘 감시하는 거야. 수레가 성채로 들어오면 실린 물건의 종류를 살펴보고 무게 등을 재어 세금을 걷게. 앞으로 더 이상 외국상인에게서 감사의 선물은 받지 않겠네. 대신 세금을 받도록 하겠네. 성벽 공사를 하면서 이 사실을 상인들에게 공지하도록 하게.”


보쉬보이는 틴을 성채로 만든 뒤 모든 외국상인은 꼭 틴에서만 머물고 장사를 하라고 명령했다. 다른 곳에서 장사를 하다 강도를 만나더라도 도와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상인들은 없던 세금이 새로 만들어진 게 아쉬웠지만 장사를 하자면 왕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때부터 프라하에는 해마다 엄청난 세금이 쏟아져 들어왔다. 도시가 눈부시게 발전한 것은 다시 말할 필요도 없었다.


세금을 많이 내기는 했지만 외국상인들은 틴을 좋아했다. 물건을 안전하게 지키면서 편안하게 거래하려면 아무래도 아무나 들락거릴 수 없는 폐쇄된 장소가 나았다. 어차피 외국에서 가져온 물건을 살 사람은 한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세금만 잘 내면 잠을 자다가 목을 잘릴 걱정을 할 필요 없이 성채에서 안전하게 숙식하면서 장사를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세금으로 다 뜯긴다고 아무리 엄살을 떨어도 장사를 해서 밑지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었다. 그랬다면 장사를 하러 먼 외국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다.


보쉬보이는 틴에서 세금을 걷은 덕분에 더 이상 국고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매일 아침 재정 상황을 보고하는 관리는 이전과는 달리 늘 싱글벙글하며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왕은 아침마다 그의 얼굴을 보는 게 즐겁고 신났다.


보쉬보이는 세금을 더 많이 걷으려면 외국상인에게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관리들이 몰래 세금을 빼돌리거나 외국상인을 갈취하는 것은 아닌지 알아보기 위해 가끔 틴에 들러 여러 외국상인과 이야기를 나눴다. 날씨가 아주 맑은 어느 가을날 오후에도 그는 프라하 담당 관리와 국고 담당 관리의 안내를 받아 틴을 둘러봤다.


“아이고! 나 죽네. 아이고, 배야~ 나 좀 살려 주시오. 배가 아파 죽을 것만 같소.”


보쉬보이가 틴에서 가장 큰 여관 1층에 들어가서 상인들이 식사를 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였다. 2층 숙소에서 터키 상인 한 명이 배를 붙잡고 데굴데굴 구르다시피 하면서 1층으로 내려왔다. 깜짝 놀란 여관 주인은 당장 달려가 그를 일으켰다.


“오마르 씨, 왜 이러시오? 어디가 아픈 거요?”

“모…모르겠어요. 배…배가 터질 것만 같아요.”


보쉬보이는 터키 상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의 얼굴은 샛노랗게 변했고 입술은 퍼레져 보기에도 흉할 정도였다. 보쉬보이는 깜짝 놀라 여관 주인을 쳐다봤다.


“어서 의사를 데려오게.”

“예, 전하!”


여관 주인은 음식을 나르던 하인에게 카를로바 거리에 가서 의사를 모셔오라고 지시했다. 하인은 음식을 그대로 내려놓고 부리나케 달려갔다. 보쉬보이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여관 주인을 다시 쳐다봤다.


“이 근처에는 의사가 없는 모양이지?”

“예, 그렇습니다. 전하. 틴 근처에는 물건을 사고파는 가게만 있을 뿐 의사는 없습니다.”

“급한 상황이 생기면 대처하기가 어렵겠군?”


보쉬보이의 질문에 여관 주인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보쉬보이는 1층에서 식사를 하던 외국상인에게 물어보았다.


“틴에서 병 때문에 죽은 사람도 있나?”


그리스에서 온 상인이 머리를 조아리며 여관 주인 대신 대답했다.


“가끔 큰일이 나기도 합니다. 의사가 근처에 없으니 대처할 방법이 없습니다.”


보쉬보이는 여전히 고통을 호소하며 여관 바닥에서 뒹구는 터키 상인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는 프라하 담당 관리에게 당장 지시했다.


“틴 바로 앞 공터에 즉시 병원을 만들도록 하게. 의사를 고용해서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내내 거기에 머물게 하게. 프라하 주민들은 다루지 말고 틴에 장사하러 온 외국상인들만 치료하게 하는 걸세.”

“예, 내일 당장 조치하겠습니다.”


보쉬보이가 병원을 만들라는 지시를 내리는 걸 들은 다른 상인이 앞으로 나섰다. 그는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온 상인이었다.


“전하, 병원 말고도 상인들에게 필요한 시설이 하나 더 있습니다.”


보쉬보이는 그를 돌아보았다.


“그것이 무엇인가?”


“기독교인이든, 이슬람 신도이든, 유대인이든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곳이 여기에는 없습니다. 예배를 드리려면 위험을 무릅쓰고 이곳 주민이 다니는 교회로 나가야 합니다. 병원 바로 옆에 교회를 하나 만들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독교인이 주로 쓰되 이슬람 신도와 유대인도 한쪽 모퉁이에서 안전하게 예배를 드릴 수 있게 하면 좋겠습니다.”


보쉬보이는 폴란드 상인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교회에 예배를 드리러 가다 사고를 당할 개연성은 충분했다. 틴 앞에 병원을 만들면서 교회를 함께 세우면 일거양득이 될 것 같았다. 그는 프라하 담당 관리에게 다시 지시했다.


“병원 옆에 작은 교회도 하나 만들게.”


프라하 담당 관리는 곤혹스러워했다.


“전하, 이미 틴 앞에는 건물이 많이 들어섰습니다. 남은 공간이라고는 햇빛도 잘 안 드는 작은 터뿐입니다. 그곳에 교회를 세우면 앞이 가려집니다. 그렇게 하면 앞이 안 보이는 교회라고 신도들에게서 욕을 듣지 않겠습니까?”


보쉬보이는 껄껄 웃었다.


“오히려 잘 됐군. 교회가 다른 주민들의 시야에서 가려지면 관리하기가 더 좋지 않겠나? 게다가 새로 지을 교회는 프라하 주민은 이용할 수 없고 외국상인만 쓰도록 하게. 그러면 욕을 할 사람도 없지 않겠나?”


프라하 담당 관리는 왕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해서 생긴 틴 앞의 교회는 성모 마리아에게 헌정됐다. 교회의 이름은 틴 성모 마리아 교회로 정해졌다. 정확하게는 ‘틴 앞의 성모 마리아 교회’였다.


프라하의 구시가지 광장에 들어서면 인상적인 풍경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건물 사이에서 하늘로 뾰족하게 솟아나온 교회의 두 종탑이다. 너무 확실하고 선명하게 도드라지기 때문에 하루 종일 바닥만 보고 걷는 사람이 아니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풍경이다.


사람들은 두 종탑을 두고 ‘빨간 지붕 위의 백탑(百塔) 도시인 프라하의 분위기를 가장 잘 나타낸다’고 평가한다. 일부 관광객은 두 종탑을 보면서 ‘마법의 성’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 생각을 염두에 두고 다시 종탑을 바라보면 마법사가 두 탑의 유리창 사이로 머리를 쑥 내밀고 광장을 가득 메운 관광객들을 노려볼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들 수도 있다.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미국 디즈니랜드의 성을 지을 때 두 종탑을 참고로 했다고 전해진다. 그만큼 신비하고 비밀스러운 분위기가 풍기는 곳이라는 뜻일 것이다.


두 종탑은 이름까지 매우 특이하다. 왼쪽 종탑은 아담, 오른쪽 종탑은 이브다. 성경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에서 이름을 딴 것이다. 아담은 남성을, 이브는 여성을 상징한다. ‘세상은 남성과 여성으로 이뤄져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뜻을 담은 것이라고 한다. 두 탑의 높이는 80m다. 정확하게는 아담이 이브보다 1m 더 높다. 다만 멀리서 보면 똑같이 느껴질 뿐이다.


종탑이 설치된 곳은 바로 보쉬보이 시대에 만든 틴 성모 마리아 교회다. 줄여서 그냥 틴 교회라고 부르기도 한다. 틴 교회의 종탑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종탑은 보이는데 틴 교회는 어디에 숨었는지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건물들이 교회 앞을 가려버렸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틴 교회가 여러 건물 사이에 숨어버린 덕분에(?) 관광객들에게는 오히려 극적인 효과를 주게 됐다. 교회가 신비하게 보이도록 만든 것이다. 교회를 유심히 관찰하면 마치 봄에 땅에서 새싹이 돋아나듯 세속의 때가 잔뜩 묻은 건물들 사이에서 첨탑이 위로 솟아오른 것처럼 보인다. 신의 성스러운 섭리가 인간 세상 한가운데로 튀어나오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틴 교회 앞을 가린 건물은 두 채다. 중세에 고등학교였던 ‘성모 마리아의 틴스카 슈콜라(틴 학교)’와 ‘파르치코바의 집’으로도 불리는 ‘하얀 유니콘의 집’이다. 옛날에는 건물이 더 많았지만 부수고 새로 짓는 과정을 거듭한 끝에 두 개로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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