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 성모 마리아 교회 눈의 유령

by leo


이야기는 옛날 틴 성모 마리아 교회에서 일했던 아주 부지런한 교회지기의 빗자루에서 시작한다. 그는 교회 내부를 관리하는 일은 물론 교회로 들어가는 골목길과 주변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일을 맡았다. 교회 사택에서 함께 사는 신부를 위해 매일 아침, 저녁으로 음식을 만들어 챙겨 주기도 했다.


교회지기를 좋게 여긴 신부는 어느 날 신도에게서 추천받은 여자를 소개했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혼자 사는 게 힘들 것이니 더 늦기 전에 결혼을 하라는 것이었다.


“나이는 많지만 결혼은 한 번밖에 안 했다더군. 신도들 말이 아주 착하고 성실한 여자라더군. 자네에게 소개해 줘도 괜찮다는 거야. 그래서 이렇게 이야기를 꺼내는 거라네.”

“신부님 말씀이라면 다 옳을 겁니다. 말씀하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교회지기는 아내를 얻으면 여러 모로 좋은 점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늘 믿고 존경했던 신부에게 그가 만든 맛없는 저녁보다는 아내가 만든 훌륭한 저녁을 대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좋아했다.


교회지기의 기대는 결혼하고 며칠 지나지 않았을 때부터 어그러지고 말았다. 신부가 신도에게서 들은 말과는 달리 여자는 평소 생활에서 성실하지도, 남편에게 충실하지도 않았다. 집안일에는 손도 까딱하지 않고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잠만 자거나, 친구들을 불러 과자를 먹으면서 수다만 떨었다. 집밖으로 나가는 유일한 경우는 사치품을 사러 가게에 갈 때뿐이었다.


교회지기는 늦은 나이에 결혼한 이후 혼자 사는 것보다 더 고생하게 됐다. 지금까지는 교회 일과 신부의 식사만 챙겼지만 이제는 아내까지 신경 써야 했다. 월급도 적은데 군식구가 하나 더 생겨 금전적으로도 더 쪼들리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교회지기는 매일 육체적으로 힘든 일과에 스트레스까지 겹쳐 지친 나머지 늦은 가을 무렵 심한 병에 걸쳐 드러눕고 말았다. 병 탓에 매일 하던 청소를 할 수 없게 된 그는 할 수 없이 아내에게 일을 부탁했다.


“여보, 미안한 일이지만 당신이 나를 좀 도와주면 좋겠구려. 교회에 가서 나 대신 청소를 해 줄 수 있겠소?”


아내는 겉으로는 아주 상냥하게 대답했다.


“그렇게 할게요. 당신이 이렇게 아파 드러누웠는데 제가 그 정도도 못 하겠어요?”


교회지기의 아내는 남편 대신 교회를 잘 관리하겠다고 굳게 약속했다. 하지만 그녀가 한 약속은 그야말로 말뿐이었다. 매일 교회에 가기는 했지만 청소는커녕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심지어 신도들이 낸 교회 헌금을 훔치기까지 했다. 그렇게 빼돌린 돈은 사치품을 사느라 남편 몰래 진 빚을 갚는 데 썼다. 사정을 모르는 교회지기는 아내에게 다른 부탁도 했다.


“내가 식사를 준비해 드리지 않으면 신부님이 굶으셔야 해. 당신이 매일 신부님 식사를 좀 챙겨 줄 수 있겠어요?”


아내는 이번에도 밝고 상냥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게 뭐 어려운 일이겠어요. 걱정하지 말고 어서 병에서 쾌차하세요.”


아내의 다짐은 이번에도 역시 말뿐이었다. 그녀는 신부에게 요리를 해 주기는커녕 집에서 먹다 남은 음식 찌꺼기에 미지근한 물만 주었다. 제대로 먹지 못한 신부는 날이 갈수록 건강이 나빠졌다. 신부는 성직자가 직접 음식을 만들거나 시장에 재료를 사러 가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교회지기의 아내가 음식을 제대로 만들어 주지 않는다고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도 없었다. 그는 하느님이 주신 시련이라고 여기며 꾹 참을 뿐이었다.


교회지기의 병은 낫기는커녕 매일 더욱 악화되기만 했다. 그가 병석에 눕고 여러 달 뒤 프라하에 큰 눈이 내렸다. 창밖으로 폭설이 펑펑 내리는 걸 본 교회지기는 아내를 불러 다시 한 번 당부했다.


“교회 주변 골목길에 쌓인 눈을 잘 치워야 해요. 특히 교회 입구 쪽은 쓸고 또 쓸어 눈을 완벽하게 없애야 해요.”


아내는 평소처럼 자신만만하게 거짓말을 했다.


“예, 걱정하지 마세요. 반드시 그렇게 할게요.”


아내는 이번에는 아예 교회에 가지도 않았다. 눈이 내리는 날 밖에 나가면 추울 뿐만 아니라 미끄러져 다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대신 며칠 전 교회에서 훔쳐 온 땔감으로 난로에 따뜻하게 불을 지피며 남편 옆방에서 잠만 잤다.


눈이 내리는 걸 본 신부는 교회지기 대신 빗자루를 들고 교회 밖으로 나갔다. 눈을 치우지 않으면 교회에 오는 신도들이 넘어질지 모른다고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며칠간 음식을 제대로 못 먹어 몹시 지쳤던 그는 교회 계단을 오르다 다리에 힘이 풀리는 바람에 실족해 넘어지고 말았는데, 운수 나쁘게도 머리를 계단 모퉁이에 부딪혀 그 자리에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신부님이 계단에서 미끄러져 돌아가셨다고? 아! 나 때문이구나. 내가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아내만 믿고 교회 관리를 소홀히 한 탓이야. 하늘나라에 가서 무슨 면목으로 신부님 얼굴을 뵙는단 말인가!”


병석에 누운 교회지기는 문병 온 신도에게서 신부가 죽었다는 슬픈 이야기를 들었다. 교회 계단의 눈을 제대로 안 치운 걸 본 신부가 빗자루를 들고 나섰다가 넘어져 사고가 났다는 것이었다. 교회지기는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자책하다 병이 악화돼 며칠 뒤 신부의 뒤를 따라가고 말았다. 신부에 이어 착한 교회지기가 죽었다는 소식은 교회 신도들에게 널리 퍼졌다. 신도들은 모든 게 아내의 잘못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아내라는 여자가 남편을 돕기는커녕 밥도 제대로 안 줬다더군요. 신부님도 식사를 제대로 못해 몸이 허약해지시는 바람에 사고를 당하셨대요.”


교회에 부임한 새 신부는 신도들에게서 모든 이야기를 듣고는 교회지기의 아내를 곧장 사택에서 쫓아냈다. 갈 곳이 없어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던 아내는 며칠 뒤 눈이 펑펑 내리던 날 교회 앞 계단에서 얼어 죽고 말았다. 그녀를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도리어 욕만 퍼부었다.


“자업자득이지. 훌륭한 신부님과 착한 남편을 잘 돌봤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교회지기 아내가 얼어 죽은 뒤 이듬해부터 겨울에 눈이 내리는 밤이면 틴 성모 마리아 교회 앞 골목에 유령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퍼졌다. 희한한 것은 유령이 빗자루를 들고 눈이 내리는 족족 쓸어서 치워 버린다는 사실이었다. 얼마나 빨리 그야말로 ‘귀신 같이’ 청소를 했던지 아무도 눈을 치우는 모습을 보지 못했을 정도였다.


더 희한한 것은 유령은 틴 성모 마리아 교회 출입구와 인근 골목의 눈만 치운다는 것이었다. 구시가지 광장과 운겔트에는 눈이 아무리 많이 쌓여도 절대 청소를 하지 않았다. 이걸 알게 된 사람들은 신부와 교회지기를 죽게 만든 아내가 속죄하기 위해 유령이 돼 나타난 것이라고 믿게 됐다. 그들은 눈이 내리는 날 틴 성모 마리아 교회 계단을 오르려는 사람을 보면 조심하라고 말한다.


“유령이 틴 성모 마리아 교회 인근 눈을 청소할 때는 절대 방해해서는 안 돼. 교회 돌계단으로 걸어 올라가려도 해도 안 돼. 자칫하면 유령이 당신을 밀어 넘어뜨릴지 몰라. 그러면 신부님처럼 저 세상으로 갈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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