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와 알바의 논리 다툼
이렇게 해서 클루일리우스는 최후를 맞았다. 고귀한 업적을 이루기 전이었다. 그를 대신해서 메티우스 푸페티우스가 캠프에 있는 사람들의 추천을 받아 총사령관으로 선택돼 전권을 부여받았다.
푸페티우스는 전쟁을 수행할 능력이나 일관성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고, 평화를 유지할 힘을 가진 사람도 아니었다. 다만 그는 두 도시 사이에 분쟁을 일으키는 데 있어서 알바인 중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람이었다. 그래서 클루일리우스가 죽은 뒤 사령관이 됐던 것이다.
푸페티우스는 총사령관 자리를 차지한 뒤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이전과 똑같은 계획에 집착하지 않았다. 대신 일을 미루기로 했다. 그는 모든 알바인이 전쟁에 열광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았다. 전쟁과 관련한 희생제례를 올릴 때 희생제물이 우호적이지 않았다는 것도 기억했다.
푸페티우스는 로마와 협상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먼저 사절을 보내 주도권을 잡기로 했다. 알바와 로마를 동시에 위협하는 외부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정보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휴전 협정으로 전쟁을 끝내지 않으면 두 군대에게는 피할 수 없는 파멸이 닥칠 게 뻔했다.
대도시이면서 인구가 많은 베이이와 피데나이는 로물루스 시절에 주도권을 놓고 로마와 전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전쟁에서 많은 군사를 잃고 영토 상당부분을 잃는 벌을 받았다. 또 로마의 속국이 될 수밖에 없었다.
누마 폼필리우스 시절에 긴 평화를 누린 덕분에 이들의 인구와 재산은 크게 늘어났다. 또 모든 종류의 번영을 누리고 있다. 이런 장점에 고무된 두 나라는 다시 자유를 열망하게 됐다. 그래서 더 대담한 생각을 갖고 로마에 복종하지 않을 준비를 시작했다.
한동안 그들의 반란 의도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알바 전쟁이 벌어지자 마침내 그 생각이 분명해졌다. 로마가 모든 병력을 이끌고 알바와 싸우러 나갔다는 걸 알게 된 두 나라는 지금이야말로 공격할 최고의 기회라고 생각하게 됐다.
이들은 두 나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들을 통해 비밀스러운 공모를 꾸미기에 이르렀다. 무기를 들 수 있는 사람은 누구든지 피데나이에 모이기로 약속했다. 한 번에 여러 명이 비밀리에, 가능하면 로마인의 주의를 끌지 않으면서 집결했다.
이들은 피데나이에 머물면서 로마군과 알바군이 전투에 나서기를 기다렸다. 그때야말로 여러 산에 배치한 척후병이 보내는 신호에 따라 행동을 할 시기였다. 신호가 오자마자 무기를 들고 서둘러 두 나라의 군대를 공격하기로 했다. 피데나이에서 알바군과 로마군의 진지까지는 멀지 않았다. 기껏해야 두세 시간 행군하면 도착하는 거리였다.
전투가 끝나갈 무렵 전쟁터에 나타나 어느 쪽도 친구로 생각하지 않고, 로마군이 이기든 알바군이 이기든 승자를 학살하기로 했다. 이것이 두 도시 지도자들이 합의한 계획이었다.
만약 로마군을 경멸하는 알바군이 더 대담하게 전투에 달려들어 단 한 번의 격돌에서 모든 것을 걸기로 작정했다면, 반란을 막을 것은 아무 것도 없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로마군과 알바군의 전멸도 막을 게 없게 될 것이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로마군과 알바군은 전쟁을 시작하지 않고 계속 지연했다. 공모자 중 일부는 개인적 이익을 챙기려고 반란을 꾸민 주동자들을 질투하게 됐다. 공모가 지연될 때 종종 일어나는 일이지만 이들은 남들이 먼저 정보를 제공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게 됐다. 이들은 사악한 계획이 성공할 것이라는 데 동의할 수 없다면서 알바군과 로마군에게 반란 정보를 알려주고 말았다.
정보를 확인한 푸페티우스는 다른 선택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타협을 더 갈망하게 됐다. 툴루스도 피데나이에 있는 친구들에게서 반란 정보를 받았다. 그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푸페티우스가 제안한 내용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
두 사람은 두 군대의 진지 사이에 있는 공터에서 만났다. 두 사람 모두 탁월한 판단력을 가진 자문단을 대동했다. 그들은 관례에 따라 포옹했고, 친구나 친척 사이에 흔히 그러듯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협상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푸페티우스가 먼저 말을 꺼냈다.
“이번 전쟁에서 로마군에게 패한 것도 아니고 병사들에게 보급품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며 다른 필수품이 모자라는 것도 아니오. 그런데 왜 내가 먼저 전쟁을 끝내자고 제안했는지 이유부터 설명하고 말을 하는 게 필요한 것 같소.
우리 군대의 약점을 인정해서라거나 당신 군대를 이기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전쟁을 끝낼 그럴 듯한 명분을 찾는 게 아니라는 걸 당신이 알기 바라오. 만약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 될 거요. 전쟁에서 이미 이긴 것처럼 행동한다면 합리적인 어떤 일도 할 수 없을 것이오.
내가 전쟁을 끝내려는 이유를 엉뚱한 데서 찾지 말고 진짜 이유를 잘 들으시오. 나의 조국은 나에게 절대권한을 부여해서 총사령관으로 임명했소. 나는 이 자리를 차지하자마자 두 도시의 평화를 깨뜨린 이유를 생각해봤소. 그것은 사소한 것이었지요. 엄청난 우정과 친척관계를 끝내기에는 별 의미가 없는 것이었소. 그래서 나는 우리 알바인이나 당신네 로마인이나 최고의 행정관에 의해 다스려지는 게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오.
나는 또 우리 두 나라가 보이고 있는 이 엄청난 광기를 참을 수 없소. 그래서 일을 정리하면서 개인의 의견을 알아보기 시작했소. 알바인은 개인적 모임이나 공적 모임에서 전쟁과 관련해 똑같은 생각을 가진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소. 그리고 전쟁과 관련해서 희생제물을 바칠 때마다 하늘에서 내려온 조짐은 인간이 추론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어려움을 보여주었지요. 나는 엄청나게 혼란스러웠고 걱정하게 됐지요.
이런 점을 감안해서 나는 전쟁에 대한 열정을 삼가기로 했소. 그리고 전쟁을 늦추기로 했소. 당신 로마인이 평화를 위해 먼저 제안을 해주기를 기대했소. 그리고 실제로 당신은 그렇게 했어야만 했다오. 당신들의 모국이 모범을 보이기를 기다리지 말았어야 했소. 당신들은 우리의 식민지이기 때문이지요.
도시의 건국자는 식민지로부터 존경을 받을 권리를 갖고 있소. 부모가 자녀로부터 그럴 자격을 갖고 있듯이 말이오.
하지만 누가 먼저 우호적인 제안을 내놓을지 계속 기다리면서 서로를 지켜보는 동안 인간의 논리에서 발생한 다툼보다 더 강력한 다른 동기가 우리 둘을 함께 끌어당기게 됐소이다. 당신에게는 비밀로 하면서 그 사실을 알게 됐지만 나는 평화를 이루는 데 있어서 더 이상 외양을 따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됐소.
우리를 겨냥한 끔찍한 계획이 꾸며지고 있소. 툴루스. 치명적인 계획이 우리 둘을 목표로 만들어져 왔다는군요. 손쉽게 아무런 노력도 없이 우리를 파괴하고 전복하려는 음모가 화염이나 홍수처럼 우리를 덮치려 하는군요. 이 사악한 계획의 주모자는 피데나이와 베이이의 지도자들이오. 두 도시는 서로 손을 잡았다고 하더군요. 이제 이 음모의 성격을 들으시오. 어떻게 해서 이 비밀 계획을 알게 됐는지를 듣도록 하시오.“
푸페티우스는 이런 내용을 담은 여러 편지를 참석자 중 한 명에게 주었다. 피데나이에 사는 친구들이 그에게 보내온 것들이었다. 그는 소리 내어 편지들을 읽으라고 했다. 동시에 그는 이 편지들을 가져온 사람을 소개했다. 그 사람은 편지를 보낸 사람들로부터 들어서 알게 된 내용이라면서 추가로 다른 내용을 밝혔다. 참석자는 모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너무나 대단하고 예기치 않은 위험을 알게 된다면 누구나 그럴 수밖에 없었다. 푸페티우스는 다시 말을 이었다.
“로마인이여! 왜 내가 당신들과의 전쟁을 계속 연기했는지, 그리고 평화와 관련해서 먼저 제안을 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는지 이제 알게 됐을 것이오. 끔찍한 소와 양의 약탈을 복수하기 위해 로마를 건국한 사람과 당신 조상들이 살던 도시에 맞서 돌이킬 수 없는 전쟁을 계속 수행해야 할 것인지, 그래서 정복한 자나 정복당한 자나 모두 파괴될 것인지, 아니면 친척을 향한 적대감을 내려놓고 당신들에게 반란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우리도 공격하려는 음모를 꾸민 공통의 적을 향해 행진할 것인지를 당신들이 결정할 차례요.
적들은 어떤 피해도 입지 않았고 피해를 입을 걸 두려워할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게다가 보편적으로 인정된 전쟁의 법에 따라 우리를 공개적으로 공격하지 않고 어둠을 틈타 공격함으로써 그들의 배신이 의심받지 않고 방어할 기회도 주지 않으려 하고 있소.
당신도 이미 마음을 다졌고 그 결심을 실천할 것이기 때문에 적대감을 내려놓고 전속력으로 이 불경한 자들을 향해 진군해야 한다고 더 이상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소. 어떤 방식을 골라야 화해의 조건이 서로에게 명예롭고 이익이 되는지를 설명하려고 하오.
나는 상호 화해가 친척과 친구에게는 최고이자 최상의 방법이라고 생각하오. 우리에게는 서로에게 상처를 입힌 기억이나 원한은 없기 때문이지요. 서로에게 저질러졌고 피해를 입힌 모든 것을 일반적이고도 진지하게 용서하는 것이 최고라고 믿소이다. 서로에게 피해를 입힌 사람들이 법과 논리에 따라 재판을 받게 하는 형태의 화해는 덜 명예로운 것이오.
이 두 가지 화해 방법 중에서 나는 더 명예롭고 도량이 넓은 방법을 골라야 한다고 생각하오. 그래서 우리는 대사면령을 선포해야 한다고 믿소.
하지만 툴루스 당신이 이런 종류의 사면을 원하지 않고 비난하는 사람이나 비난 받는 사람이 동시에 배상을 주고받는 방식을 선호한다면 먼저 상호 적대감을 해소한 뒤에 알바인은 그렇게 할 뜻도 있소이다. 만약 이것 외에 당신이 더 명예롭고 더 정당한 다른 방법을 제안할 게 있다면 바로 당장 말할 필요는 없소. 기꺼이 경청하겠소이다.“
푸페티우스가 이렇게 말하자 티투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푸페티우스. 친척 사이에 피와 학살로 전쟁을 치러야 한다면 우리 모두에게 엄청난 비극이 될 것이오. 우리가 전쟁을 준비하면서 희생제례를 치를 때마다 신들은 전쟁을 시작하지 못하게 말렸지요.
피데나이와 베이이가 우리들을 상대로 꾸민 비밀 공모와 관련해서 우리도 당신보다 약간 앞선 시기에 적들 사이에 있는 친구들로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소. 우리는 그들의 음모에 준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오. 어떤 불행도 겪지 않고 배신자에게 마땅한 방식으로 처벌할 대책도 마련했다오.
우리는 또한 당신만큼이나 칼을 사용한 대결 없이 전쟁을 끝내기를 갈망했소이다. 다만 우리가 먼저 사절단을 보내 협상을 제안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판단했소. 왜냐 하면 우리가 먼저 전쟁을 시작한 게 아니기 때문이었소. 우리는 단지 전쟁을 시작한 쪽에 맞서 방어를 하고 있는 입장이었지요.
일단 당신이 무기를 내려놓을 준비를 했으니 당신의 제안을 반갑게 받아들일 것이오. 그리고 화해 조건을 두고 그다지 까다롭게 굴지는 않을 것이오. 가장 훌륭하고 가장 너그러운 방식을 받아들일 것이오. 우리가 알바에서 받은 모든 피해를 다 용서할 것이오. 이번 전쟁은 당신의 총사령관 클루일리우스가 책임져야 할 공적 범죄이며, 그는 잘못에 대해 신에게서 적지 않은 벌을 받았지요.
따라서 개인적이든 공적이든 모든 불평을 다 없애도록 합시다. 그리고 푸페티우스 당신이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듯이 더 이상 과거의 아픈 기억을 남겨두지 맙시다. 우리가 어떻게 해서 서로에게 적대감을 갖게 됐는지 생각하는 것은 필요하지 않소.
우리는 앞으로 전쟁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하오. 지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이유가 전쟁을 연기하는 게 아니라 악을 끝내는 것이라면 말이오. 영원히 서로 친구로 남기 위해 전쟁을 어떻게 결말지어야 하고, 현재 상황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요? 푸페티우스, 당신은 방금 한 가지 빼먹은 게 있소이다. 나는 그것을 보충하려고 하오.
알바인은 로마인의 발전을, 어떤 경우에도 크든 작든 손실을 입어야 했고 엄청난 고난이나 많은 고통 없이 얻은 게 아닌 발전을 더 이상 질투하지 않아야 할 것이오. 당신들은 우리가 더 나아 보인다는 이유 때문에 로마인을 질시하지요. 로마인은 알바인을 의심하지 말아야 하고, 마치 적처럼 경계하는 일을 그만두어야 하오. 서로 믿지 못한다면 어느 누구도 확고한 친구가 될 수 없기 때문이오.
그렇다면 이런 결과는 어떻게 해야 얻을 수 있을까요? 조약에 굳이 이런 내용을 넣거나 우리가 희생제물을 두고 맹세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지요. 이런 맹세는 너무나 작고 미약한 약속이기 때문이오. 다만 서로의 행운을 서로에게 공통된 것으로 보기만 하면 되는 것이오.
푸페티우스, 사람이 남의 성장에 대해 느끼는 고통을 치료하는 데에는 단지 한 가지 약이 있을 뿐이오. 질투하는 사람이 더 이상 질투 받는 사람의 발전을 남의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뿐이라오.
이렇게 하려면 로마인은 앞으로 이루게 될 모든 발전의 성과를 알바인과 동등하게 나눠야 하오. 알바인은 기꺼이 이런 제안을 받아들여야 하고요. 그리고 모든 알바인은, 아무리 적어도 대부분은, 로마의 시민이 되는 것이오. 사비니 족과 에트르리아 족이 그들의 도시를 떠나 로마 시민이 된 것은 그들에게 얼마나 큰 이득이 됐는지를 생각해 보시오. 알바인은 우리에게는 가장 가까운 친척이기 때문에 똑같은 절차를 밟는다면 당연히 훌륭한 일이 되지 않겠소?
만약 알바인이 갈수록 성장하는 도시에서 함께 살기를 거부한다면, 조상의 화로에 집착한다면 이렇게 하도록 하시오. 먼저 어느 것이 두 도시에 이득이 되는지 판단할 위원회를 구성하시오. 어느 도시가 더 강력하고, 어느 도시가 약한 도시에 큰 혜택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지 결정할 권한을 위원회에 주시오. 이것이 내가 권고하는 내용이오. 이 제안이 받아들여진다면 우리는 영원한 친구가 될 것이오. 반면 우리가 똑같은 명성을 가진 두 도시에 따로 산다면 우리 사이에 영원한 조화는 있을 수가 없을 것이오.”
푸페티우스는 고민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는 다른 알바인과 함께 회의장에서 빠져나갔다. 그는 제안을 받아들여야 할지 의논했다. 모든 사람의 의견을 취합한 그는 다시 회의장으로 돌아가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조국을 버리고 조상의 성소와 화로를 버리고, 조상이 거의 500년 동안 살아온 땅을 버리는 것은 최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소. 특히 신의 뜻으로 발생한 전쟁이나 다른 재앙 때문에 그러한 길을 걷게 된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오. 하지만 우리는 하나의 원로원을 만들어 두 도시를 다스리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소. 이 조항을 조약에 넣읍시다. 만약 합의에 이른다면 전쟁을 일으키려는 모든 핑계거리를 없애도록 합시다.”
두 나라는 이런 내용에 합의했지만 두 도시 중 누가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지를 놓고 갈등하기 시작했다. 양측에서 이 주제를 놓고 많은 말이 오갔다. 서로 자기 도시가 다른 도시를 다스려야 한다고 우겼다. 푸페티우스가 한 주장은 이런 내용이었다.
“툴루스, 우리는 이탈리아에 사는 모든 그리스계열의 나라들과 그들 중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를 대표하기 때문에 이탈리아의 모든 지역을 다스릴 자격이 있소. 다른 곳은 아니더라도 라틴의 주권과 관련해 우리는 특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오. 이것은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오. 자연이 모든 인간에서 부여한 ‘조상은 후손을 다스린다’는 보편법에 따른 것이오.
우리가 로마를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하오. 멀지 않은 과거에 우리는 그곳에 식민지단을 보냈소. 우리에게서 시작한 로마의 혈통은 멸족할 만큼 먼 과거가 아니었고 지금으로부터 겨우 세 세대 이전이지요. 만약 자연이 인간의 권리를 뒤집어 젊은이가 노인을, 그리고 후손이 조상을 다스리도록 한다면, 우리는 식민지 도시가 어머니 도시를 다스리는 데에 동의할 것이오. 하지만 그렇게 되기 전에는 동의할 수 없소.
이것은 우리 요구를 옹호하면서 내세우는 첫 주장이오. 이 주장에 따라 우리는 자진해서 당신에게 통치권을 양보하지는 않을 것이오. 다른 주장은 이런 것이오. 이 주장을 당신네 로마인을 비난하는 걸로 듣지는 마시오.
알바인은 오늘날까지 도시의 건국자와 똑같은 정책을 유지해 왔소. 우리는 그리스인과 라틴인을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도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았지요. 반면 당신들은 에트루리아 인과 사비니 인 그리고 집 없는 사람들이나 떠돌이, 야만족을 받아들임으로써 정치체제의 순수성을 훼손시켰소. 그 수가 너무나 많아서 당신들 사이에서 본토박이는 외부에서 들어왔거나 다른 부족 출신인 사람들에 비해 소수가 돼 버린 것이오.
만일 우리가 로마에게 통치권을 넘긴다면 타지 출신이 본토박이를 다스리는 꼴이 될 거요. 야만인이 그리스인을, 이민자가 원주민을 다스리는 거지요. 로마는 이민자 무리에게 공공 권력의 통제권을 넘겨주지 않았다고 해서 본토박이가 나라의 지도자이고 조정자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오. 심지어 당신들은 왕도 외부인 중에서 골랐소. 로마의 원로원 중 대다수는 신참들이오. 이 조건들 중 어느 것도 당신들은 자발적으로 수용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오. 우수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열등한 사람에 의해서 통치 받는 걸 자발적으로 동의할 수 있겠소? 따라서 자발적으로 나쁜 요인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엄청나게 어리석은 일이며 천한 짓일 것이오.
나의 마지막 주장은 이런 내용이오. 알바는 지금까지 헌법에 어떤 변화도 준 적이 없소. 이곳에 사람이 살기 시작하고 벌써 열여덟 세대가 지났지만 모든 관습과 전통을 계속 지키고 있소. 반면 로마는 아직도 무질서하고 규율이 없소. 새로 만들어진 나라인데다 많은 종족의 결합체이기 때문이지요.
로마가 나라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여러 문제와 갈등에서 벗어나고 제대로 다스려지기 위해서는 많은 세대는 물론 여러 번에 이르는 운명의 변화가 필요할 것이오. 질서가 혼란을 다스려야 하고, 경험이 무경험을 다스려야 하고, 건강이 질병을 다스려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오.”
툴루스는 푸페티우스의 주장에 이렇게 대꾸했다.
“자연과 조상의 덕에서 유래한 권리는 양측에 공통되는 것이오. 우리는 똑같은 조상을 두고 있으니 말이오. 따라서 이것에 관한 한 우리 중 누구도 특혜를 갖거나 불이익을 당해서는 안 되는 것이오. 자연의 법에 따라 어머니 도시들은 변함없이 식민지 도시를 다스린다는 당신의 주장은 사실도 아니고 정당하지도 않소.
많은 민족에게서 어머니 도시가 식민지 도시를 다스리지 않고 그들에게 복종하는 경우가 있지요. 가장 눈에 띄는 사례는 스파르타요. 이 도시는 다른 그리스 도시뿐만 아니라 도리아 국가를 다스릴 권리를 주장하지요.
다른 나라 사례도 들어볼까요? 로마를 식민지 도시로 건설한 알바는 실제로는 라비니움의 식민지였지요. 어머니 도시가 식민지 도시를 다스려야 한다는 게 자연의 법이라면 라비니움은 우리 모두에게 가장 먼저 정당한 주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인가요? 당신의 첫 번째 주장, 가장 그럴 듯한 겉모양을 가진 주장에 대해서는 이것으로 답이 충분할 것 같소이다.
당신은 두 도시의 생활방식을 비교했지요. 알바인은 항상 똑같은 삶을 살아왔고 로마인은 다양한 외국인이 섞여 오염됐다고 말이오. 또 천박한 출신이 고귀한 출신을 다스려서는 안 되고, 신참이 본토박이를 다스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지요. 이런 주장을 하는 데 있어 당신은 큰 실수를 저질렀소.
우리는 도시의 모든 특권을 누구에게나 나누어주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소. 심지어 이런 일에 대단한 긍지를 느끼지요. 우리는 이런 감탄할 만한 관습의 창시자가 아니오. 우리는 완전히는 아니지만 적지 않은 정도로 아테네에서 사례를 배웠을 뿐이오. 아테네는 그리스 도시 중에서 최고의 명예를 누리는 곳이지요.
이 원칙은 우리에게는 많은 발전의 원천이었소. 마치 우리가 실수를 저지른 것처럼 불평하거나 후회할 일이 아니었지요. 로마의 행정관이나 원로원 의원들은 많은 재산을 가진 사람들이나 로마 본토박이인 조상의 족보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명예를 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으로 구성돼 있지요. 우리는 사람의 명예라는 건 다름 아니라 미덕에 있다고 본다오.
나머지 민중은 나라의 몸통이오. 가장 빼어난 사람들의 결정에 힘을 보태주는 사람들이오. 로마가 작아서 경멸을 받던 처지에서 시작해서 크고 이웃에게 위협적인 나라가 된 것은 바로 이런 인간적인 정책 덕분이오. 그리고 다른 라틴 도시가 우리와 다툴 수 없는 주도권의 기초를 놓은 것은 당신이 비난하는 이 정책 덕분이라오.
나라의 힘은 무력에 있지요. 무력은 시민의 수에 의존하지요. 인구가 적은 작은 나라는 그래서 약한 것이고, 다른 나라를 다스릴 수 없는 것이오. 심지어 스스로를 다스리기도 어렵지요.
내 생각은 이러하오. 한 사람이 다른 나라 정부를 폄하하고 자기 나라 정부를 칭찬하려면 다음과 같은 경우에나 가능한 것이오. 그가 만든 원칙을 따른 나라는 번영하고 위대해진 반면, 그가 비난하는 나라는 그런 원칙을 채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행해졌다는 걸 보여줄 수 있을 때 말이오.
알바는 아주 위대하게 시작했고, 우리보다 훨씬 많은 자원을 즐겼지만 지금은 훨씬 덜 중요한 도시로 줄어들었지요. 반면 로마는 처음에는 아주 미미하게 시작했지만 짧은 시간에 이웃의 어떤 나라보다 위대해졌다오. 당신이 비난한 바로 그 정책을 받아들인 덕분이지요.
우리의 당파 분쟁과 관련해서 당신은 비난을 퍼부었지요. 당파 분쟁은 나라를 파괴하거나 약화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나라를 보존하고 강하게 만들어주는 경향이 있소. 로마에는 젊은이와 노인 사이에 경쟁이 있고, 신참과 그들을 초청한 본토박이 사이에도 경쟁이 있소. 누가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더 헌신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경쟁이지요.
간단히 말해서 남을 다스리려는 사람은 전쟁에서의 힘과 논의에서의 신중함이라는 두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어야 하오. 둘 다 우리에게 넘쳐나는 특징이지요. 이것이 공허한 허풍이 아니라 어떤 주장보다도 강력한 경험이라는 것은 우리가 목격한 바요. 어떤 도시는 건국하고 세 세대가 지나도록 위대함과 힘을 얻지 못하고, 용기와 신중함을 갖지 못하기도 하지요.
힘의 증거는 많은 라틴 도시의 행동으로 입증되고 있다오. 이들은 당신들 덕분에 나라를 세웠지만 당신들의 도시를 비웃으면서 알바인보다는 로마인에게 통치 받는 길을 선택했지요. 로마는 친구들에게는 도움을, 적에게는 패배를 줄 수 있지만 알바는 어느 것도 할 수 없다고 그들은 생각하기 때문이오.
당신이 내놓은 주장에 대해 반박할 많은 주장이 있소. 하지만 더 이상의 주장은 무용할 것 같소. 내가 어떤 주장을 하더라도 결과는 똑같겠군요. 여기에서 이야기를 끝내도록 하겠소. 나는 우리의 차이를 해소하는 길은 하나라고 생각하오. 가장 빼어난 방법이면서 야만인이든 그리스인이든 많은 사람들이 사용한 방법이오. 두 나라 사이에 주도권을 두고 또는 분쟁을 빚는 영토를 두고 증오가 생기면 이 방법을 사용했지요. 나는 그 제안을 내놓기로 하겠소.
양측이 일부 병력만 갖고 싸우도록 합시다. 무기도 제한하고 전투원 수도 극소수로 제한합시다. 이 전투의 승자가 통치권을 갖게 하는 거요. 논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은 무력으로 해결하는 게 옳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