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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남일 도슨트 Mar 24. 2020

코끼리 바위 에트르타, 모네에게 행운을, 나에게도

노르망디의 안식처, 아름다운 해식지형

아름다운 곳을 발견하면 우리는 그것을 담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어떤 이들은 사진을 찍고, 멍하니 쳐다보면서 감상하던지 자신만의 방법으로 간직하는 걸 봅니다. 작가들은 그림을 그리고, 어떤 이들은 시를 써 내려갑니다. 프랑스에도 정말 아름답고 신비한 곳들이 많은 데, 방문할 때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언어의 마술사"라는 생각을 합니다.


에트르타 Étretat 는, 프랑스의 노르망디의 해안가를 대표하는 아름답고 특이한 지형으로, 지역을 처음 점령했던 바이킹들이 원뿔이라고 불렀던 단어가 변형되어서 지금의 에트르타Étretat로 자리 잡았습니다. 파리 근교(약, 200km, 2시간 정도 거리)로, 약 5년 전부터는 한국 분들도 파리에서 몽 생 미셸로 가는 투어에 들리는 중간 지점으로 많이 방문하고 있고, 날씨가 좋으면, 주말에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곳에서 사람들이 오기도 하는 프랑스인들에게도 유명 관광지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이전에는 조그마한 어촌 마을이었고, 프랑스의 마지막 왕 루이 16세의 아내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브르타뉴의 캉칼 cancale 굴을 파리에 용이하게 조달하기 위해 보관 양식하는 장소 정도로만 기록될 정도로 크게 부각되지 않았습니다.


무명 마을에, 프랑스 인들이 이곳에 본격적으로 찾아오기 시작한 것은 한 작가의 언급 덕분입니다.


<알퐁스 카>


친구에게 처음 바다를 보여주어야 한다면, 나는 에트르타를 선택할 것이다
Si j'avais à monter la mer à un ami pour la première fois, c'est Etretat que je choisirais
알퐁스 카 Alphonse karr


그는 프랑스의 유명 잡지 르 피가로 le figaro에서 기고를 남기던, 영향력 있는 사람이었기에 순식간에 파리 사교계에 그 말이 퍼지고, 연미복(당시 상위 계층이 입던 옷)을 입은 사람들이 몰려서 해안가에 가득해집니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프랑스인 현지인들로 붐빈다>


그리고 단순히 la mannerporte/ la falaise d'aval / la falaise d'amont로 불리던 곳이 새로운 별명이 붙여 집니다. 바로 동시대의 유명 문학가 기 드 모파상 Guy de Maupassant의 문학적인 표현 때문에 이후에 지금은 한국 사람들 사이에 "아빠 코끼리, 엄마 코끼리, 아기 코끼리로 불립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바라보는 절벽과 기둥 모양의 지형이 에트르타를 대표하는 데, 이곳이 엄마 코끼리입니다.



이상한 바위의 모양이 마치 거대한 코끼리가 코를 바닷가에 처박고 있는 것 같다.
une roche d’une forme étrange avait à peu près la figure d’un éléphant énorme enfonçant sa trompe dans les flots
'Une vie 인생' 에서 발쵀


<클로드 모네의 에트르타>


이후, 미술사에 이름을 남기는 화가들이 진기한 풍경을 찾다가 도착하여 그림으로 남기면서, 이곳은 자연스럽게 예술가들의 유명 그림장소가 됩니다. 구스 타브 쿠르베 GustaveCourbet , 클로드 모네 Claude Monet, 앙리 마티스 Henri Matisse, 외젠 이자베Eugène Isabey, 외젠 들라크루아Eugène Delacroix까지, 아름다운 곳들, 미를 찾아다니면서 새로운 곳을 다녔던 이들에게도 에트르타 바위는 정말 특이하고, 아름다웠던 곳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왼: 들라쿠루아 , 오른쪽 : 앙리 마티스>


보통은 우리는 화가들은 자연을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 작품들을 보고 감탄하는 경우가 많은 데, 그것들을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짧으면 하루, 길면 몇 십 년입니다. 하지만 에트르타의 바위는 수 천 년 동안 아니 그 이상 파도와 바람에 의해서 만들어진 신의 걸작품입니다. 이런 지형을 해식지형(marine erosion, 바다가 삼킨 지형)이라고 부릅니다.


이곳을 처음 오시는 여행자에게 추천할 수 있는 장소는 바닷가에 도착해서, 오른쪽의 성당이 보이는 언덕으로 천천히 10분여 언덕에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아래 사진과 같은 뷰가 펼쳐집니다. 노르망디 특유의 에메랄드빛 바다와, 자연 자갈 밭 해안가의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들. 그리고 건너편 아발 aval 절벽의 초록빛의 언덕(골프장)까지, 아래서 보는 것과는 다른 뷰입니다.


아몽 amont 절벽 근처로 올라오면 보이는 풍경


모네 Claude monet는 이곳을 여러 차례 걸쳐서 왔는데, 연작 시리즈를 위한 노력으로 오랜 세월 동안 변하지 않았던 절벽 바위를 그대로 두고,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와 대기의 변화를 담기 시작합니다. 해 질 녘 풍경의 그림을 보면 파도의 구름 등의 대기의 움직임을 섬세하게 포착한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모네의 1883년 해질녘>
<해질녘 에트르타>


모네가 처음 에트르타를 그릴 때에는 재정적으로 궁핍한 시절이습니다. 이름도 잘 알려져 있지 않았는데 그러던 그가 겨울철의 에트르타를 본인의 최초의 바다 풍경으로 그리고 나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치르게 되고 이후에, 그 유명한 1974년 인상파라고 하는 이름이 탄생되는 살롱전까지, 그에게는 이곳이 행운의 상징의 장소입니다.


<흐린날 에트르타>
<1868년 모네의 에트르타>

그래서 저는 혹시 흐린 날에 오면 “행운의 징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언덕에 올라오면 특이한 모양의 교회를 보게 되는데, 이곳은 노트르담 들 라 가르 La Chapelle Notre-Dame de la Garde라고 불리는 교회입니다. 어부들이 예배를 드리고 바다를 떠나던 곳으로, 불어의 가 흐 Garde는 보호라는 뜻으로, 성모마리아가 이 지역 전체, 그리고 바다의 어부들까지 보호해 주기를 원하는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바람에도 잘 견딜 수 있도록 뾰족하게 쌓아 올린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성당과 코끼리 바위가 보이는 풍경>

올라오는 길이 험할 수는 있지만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먼저 절벽에서 아름다운 코끼리바위를 감상하고 난 뒤에, 날이 좋으면 많은 사람들이 누워서 일광욕을 하는 해안가로 내려가는 것이 좋습니다. 파도가 절벽을 깎아서 다양한 크기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져 있는 자갈 밭에서 파도가 만들어내는 자갈 소리를 듣고 쉬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없네요.



*글이 맘에 드셨다면 하트 부탁드립니다.

*  2020년 여름에 방영 예정인 폴라리스 TV 노르망디 낭만도시편에서 조금 더 자세히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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