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말미에 프랑스에 오시는 분들을 위해서, 필요한 내용(입국금지, 박물관 및 여행지에 관한 정보등)들을 정리해두었습니다.
2020년 3월 12일은 20h00 프랑스의 많은 사람들의 생활이 바뀐 시점이다. 프랑스의 젊은 30대에 당선된 임마누엘 마크롱 Emmanuel Macron 은 위기에 빠진 백성들을 구하겠다고 자처하면서, 본인이 진두지휘하는 육각형 배에 올라탈 것을 권했다. 참고로, 육각형이란 단어인 hexagon은 불어로 프랑스를 의미하기도 한다.
코로나 coronavirus는 단지 중국, 혹은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걸리는 것이고, 본토에서 확진자가 늘고, 심지어 사람들이 많이 오가던 지하철 역무원 직원이 감염되었는 데도, 잠깐 보도되다가 관심 속에서 벗어났고 오히려 한국에 그 소식이 KBS를 통해서 전혀 져서 화제였다. 확진자가 천 명이 되든 하루 25%씩 증가를 하던, 특별히 전 세계에서 와인을 제일 많이 마시는 도시, 파리에서는 "축제에 절대 방해될 수 없는 요소"였다.
그랬던 프랑스 사람들이 이제는 좀 변하는 걸까?
이에 관해 심지어는 거침없이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내는 하고 싶은 말을 다하는 프랑스 주간 잡지 르 뽀앙le point에서는 흥미로운 기사까지 냈다.
물론, 프랑스 사람 모두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곳 파리에 사는 내가 느끼기에도 그랬다. 사람들의 생활은 평범했었다. 코로나라고 해서 유난 떠는 것도 딱히 없었고, 사재기부터 담화 전까지만 해도 무언가 생활에 전혀 지장이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목요일 담화가 사전 발표되었을 때, 자기가 관심받고 싶어서 대통령이 나서서 혼란을 만든 것처럼 보이는 것 같았다.
한국에서 수많은 확진자들이 생겨나고, 마스크와 신천지로 난리였을 때, 이곳은 아무 일 없을 거라고 생각해왔던 같다. 특히나 파리는 마스크를 쓰는 사람이 없으니 더더욱 코로나 바이러스 분위기가 아니었다. 한국에서 보이는 뉴스의 한 장면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써야 바이러스가 이 도시에 퍼져있구나 생각이 드는 데, 오히려 쓰는 사람들이 정말 아픈 사람 같은 느낌이 날 정도였기 때문이다.
현지 시간으로 담화가 끝난 금요일부터 변화가 조금 보이기 시작한다. 일단 미국 대통령인 트럼프가 그다음에 바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미국도 초긴장 상태에 들어간다.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가 재정을 투입한다는 내용을 발표하면서, 마크롱이 혼자 나서서 본인이 그동안 국민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진행해왔던 "정치쇼"가 아니라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금요일부터 사람들은 다음 주 휴교와 자택 근무로 삶의 변화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금요일 오후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리퍼블릭 광장 Place de la République에서는 앉아있는 사람들, 활발하게 스케이트를 타고 노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세계 곳곳의 주요 박물관들이 문을 닫을 때에도, 제한적으로 열던 박물관과 관광명소들이 문들 닫기 시작했다. 다른 곳도 그러니 당연한 처사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그 생각에 변화가 생겨났다.
처음 그것을 느꼈던 장소는 마트였다. 이곳에 간 이유는 단지 간단히 먹을 것들을 사기 위해서였다. 이것저것 사다 보니 하루 사이에 못 보던 간판들과 풍경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과일을 고르고 저울에 무게를 재서 가격표를 받는 데, 생소한 문구가 보인다.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진열대와 거리를 두기를 부탁드립니다. 물건 고르러 앞에 오지 말고 선 뒤에 서세요"
바로 마크롱이 이야기했던 "사회적 거리두기"다.
좀 더 궁금해졌다. 도대체 이 마트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분명 전날 이 시간에 왔을 때 코로나 확진자가 2천 명이 넘었는 데도 , 별 변화 없었기 때문이다.
<3월 13일 파리 시내 안 마트>
생필품 위주로 일단 사갔고, 미국 호주등의 나라와 동일하게 휴지가 동이 난 걸 볼 수 있었다. 계란은 아예 씨가 말랐고, 보통 언론에서 접하지 못했던 초콜릿만 없어진 것이 새로운 풍경이었다.
휴지는 먹는 것도 아닌 데, 왜 없어질까?
1) 쏠림현상(herd behaviour)으로 "남들이 구매하면 나도 덩달아서 제품을 구할 기회를 놓치게 될 거라는 심리"가 작용해서 라고 보는 시각, 그리고 휴지 등은 부피가 크고 많이 사가는 품목이 아니기 때문에 재고로 많이 가지고 있지 않아서 라고 추측.
2) 마스크 필터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원재료인 펄프가 휴지에도 동일하게 들어가기 때문에 더 이상 구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심리적 작용으로 사가는다는 의견.
처음 보는 광경에 놀라긴 했지만, 다른 나라들처럼 아직까진 수량을 제한할 정도는 아니었다. 휴지도 듬성듬성 가격이 비싼 건 남아있었고 일부 품목이 바닥난 것이었고, 마트에 간 시각이 저녁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감안해야 했다.
<3월 13일 파리 안 마트>
주로 먹는 것 위주로 많이 팔려 있었다. 빵, 프랑스 인들 답게 커피 캡슐, 요구르트(플래인 종류만. 특히) 보관 가능한 통조림 등 밀가루 그리고 알코올용 소독 등을 진열하는 칸이 텅텅 비어 있었다. 손세정제(Gel Hydro Alcooliques)에 대해서 물어보니 당연히 없다고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직원의 이야기는 사진과 달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구나 라고 느끼게 해 주었다.
마트에서 자주 보는 풍경 중에 하나가 바퀴가 달린 마트 장보기용 수레를 끌고 다니는 것인데, 보통 장을 대량으로 보는 주말에 보이는 데, 주중 평일 밤에 많은 이들이 끌고 나온 게 신기한 풍경이었다.
<한국마트 풍경>
한인마트도 그 나름대로 한국에서 비상식량으로 쓰는 라면 및 쌀, 냉동식품 등 미리 분주하게 준비해놓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반면에 가짜 뉴스로 인한 사람들의 잘못된 상식이 퍼져서 보건복지부 장관과 대통령이 바로잡기도 했다
"코로나 19에 관련해서 소염제(이부프로펜, 코티존 등)는 감염에 좋지 않으니 열이 있을 때는 해열제를 먹으세요, 이미 복용했다면 의사와 상의하세요"
한국에서도 이미 논란이 되었던 이야기들인데, 저런 진통제들이 오히려 증상을 숨기게 해서 진자 코로나 환자들을 제대로 걸러 낼 수 없기도 했기 때문이다.
정말 그런데 프랑스인들은 코로나바이러스 cornonavirus로 고생하는 다른 나라들과 확실히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프랑스의 국가인 라 마르세이예즈 La Marseillaise의 가사 "전진 전진 Marchons, marchons!"에 나오는 가사처럼, 코로나로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 프랑스 국기의 빨간색은 혁명의 피의 색이고 우리는 다른 오히려 대담하고 무모하다고 보여주는처럼 보인다.
Coronavirus : ces Français qui doutent de sa gravité
코로나 바이러스 :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서 의심하는 프랑스인
"Pour moi, ça n'existe pas. Il n'y a pas de virus, "나한테 바이러스는 존재하지 않아요, 바이러스는 없어요"
"난 후회하지 않아요 Non, je ne regrette rien'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 가사인 줄 알았다.
프랑스인을 대표하는 인사 비주(bisou)는 금해달라고 국가에서 이야기한 것은 들어보지도 못한 듯한 여성분. 그리고 영상을 더 보다 보면 리포터가 "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너무 가까이 있는 거 아니에요?"라고 물었을 때, 별 쓸 때 없는 질문을 하는 것처럼 대답하는 사람들...
이 정도는 뭐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이 들 정도의 사건들이 있었다.
2020년 3월 14일 한국에서는 화이트데이다. 연인들이 한 달 전에 그렇게 선물을 주고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쓰고 코로나 바이러스도 우리의 사랑을 막을 수 없다며, 사탕으로 만든 오작교에서 견우와 직녀처럼 만날 때, 이곳에서는 작년부터 지겹게 만나지 말아야 할 두 집단이 또 만나버렸다. 시위대와 경찰.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람들의 모임을 금지한 상황에서도 이들의 시위는 멈추지 않았다. 정확하게 시간과 행동을 정해서 예정된 데로 이행했다. 격렬하게 그들은 싸웠고, 마치 부부 싸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방어하기 위해서 써야 할 마스크를 최루탄을 막기 위해 쓰고 나왔다.
마크롱은 본인이 프랑스를 위기에 구원의 선지자로 등장해서 연금법 개정안, 코로나 바이러스 등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방주를 만들었는데 지금은 그 정도로는 우리에게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프랑스인들의 조롱을 받는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