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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nah May 14. 2017

기다린 날도 지워질 날도

더이상 네게 무얼바라나 수많은 의미도 필요치 않아

요즘 잠을 푹 못자

자꾸 깨는거야

마치 몸 안에 알람시계라도 맞춰놓은 것처럼

새벽 세시

새벽 네시

새벽 다섯시

한 시간마다 눈을 뜨는거야

피곤해 죽겠는데 어이가 없지


그리곤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확인해봐

혹시 무슨 연락이라도 왔을까봐

기대하는 사람처럼

기다리는 사람처럼



요즘 자주 버스 창밖을 두리번거려

너와 관련이 있는 곳을 지날 때마다

너희 집 앞을 지나는 노선을 탈 때마다


그리곤

네가 있는

네가 올라타는 상상을 해


그래서

어쩔건데


전화가 오면

연락이 오면


널 발견하면

우연히 마주치면


그런다 한들

어쩔건데


이미 냉정한 결론은 나와있는데

우린 힘들다고

그건 아니라고



네가 힘들어하는지 어떤지

이제 난 아무렇지도 않아

하나도 안 미안해서 미안해


라는 노래를 흥얼거리지만

사실은


많이 보고 싶지만

널 다시는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라는 노래가

머릿속을 떠나질 않는 기분이야



내가 정말 바라는게 뭘까?

미련 하나 남지 않았다고 믿는 이 관계 때문에

왜 괴로운걸까

좀 더 솔직하게 생각해볼까


니가 돌아오는 것도

나에게 매달리는 것도

너에게 복수하는 것도

다 아냐



그때의 완벽하다고 믿었던 우리가 되어

오래오래 행복하고 싶어


사실은 완벽하지 않았던

현실의 우리로 돌아가고 싶은게 아니라

내가 완벽했다고 믿었던 환상속의 우리가

현실이 되었으면 좋겠어


그러니까 이건

애초에 절대로 실현이 불가능한 목표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길 바라는거나 마찬가지의


그러니까 말하자면

지금 이 순간에도 멀지않은 어딘가에 존재하는

를 그리워한다한들

그건 내가 진짜 바라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거란 말야

그걸 머리로는 알면서

왜 받아들이지 못하는거냔 말야


그냥 어린애의 철없는 고집 같은 것

이미 사라진 그림자를 붙잡으려 떼쓰는

일종의 환상통 같은 것


아니 어쩌면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에 대한 노스탤지아

그래, 그게 맞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방향을 잃은 열망

바닷물로 갈증을 달래는 것 같은 기분


그러니까 그만, 정말

그만 두고 싶다


널 신경쓰는 일

궁금해하는 일

마주치기를

뭔가가 일어나기를

은근히 바라는 일


실체없이 흔적만 뚜렷한

목적없는 감정과

부질없는 기대


그런 것 모두

그만 둘거야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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