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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nah Jul 07. 2017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보고 있는 것

이를테면 너의 근황, 너의 에스엔에스 같은 것

나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지만

그 중에서도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것과

조금은 삐뚤어지고 불건전한게 있다는

생각이 들어


평소엔 전혀 생각나지 않다가도

자기 전에

버스를 기다릴 때

지하철에서 멍하니 있을 때

혹은 그냥 아무 맥락도 없이


문득 습관처럼

별로 궁금하지도 않다고 생각한

너의 근황을 또 들여다보고 말아


요즘의 세상이란건 너무 편해져서

너는 또 너무 부지런한 중독자라서

손가락만 조금 움직이면 네가 꺼내놓은 것들을

훤히 들여다볼 수가 있거든


그건 마치,

이런 비유가 허락 된다면 말이지만

교통사고 현장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거랑

비슷한 기분이야


사실은 보기 싫고

눈을 돌리고 싶다 생각하면서도

눈을 뗄 수가 없는 그런 기분


거기엔 내가 너와 함께일 때 느꼈던

너의 허세

너의 자기 기만

너의 자기 합리화

너의 나쁜 습관

같은 것들이 아직 고스란히 묻어있고


글자 사이사이 빼곡히 들어있는 그것들이

나는 너무 잘 보이고 너무 잘 알겠고

그래서 거북하고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리면서

빠르게 스크롤을 내리고서 창을 닫아


이건 무슨 종류의 악취미인걸까

이제는 정말 궁금하지도 밉지조차 않은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아직도 가끔씩 나는 눈을 찌푸리고서

너의 근황을 살펴



어쩌면

정말 지긋지긋한 건 나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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