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잊을 수 없던 친구의 이야기
우리 어머니가 광주분이신데
남동생, 그러니까
막내 외삼촌이 계셨어
80년에 삼촌은 대학교 1학년
늘 몰려다니는 친구들 여섯과
왁자지껄 신나게 떠들고 즐기는
보통의 남자아이였다고 해
그런데 5월 그 때
광주에서 그 난리가 났던 때에
서슬퍼런 아버지의 단속으로
어머니와 자매들, 남동생이 모두
차마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그 안에서 오들오들 떨고만 있었다고 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르고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모르고
날짜가 며칠 지난 뒤에
삼촌은 밖으로 나오자 마자 친구들을 찾았는데
백방으로 찾아 다녔는데
그들을 찾은 곳은
결국 병원이었다고 해
그 친구 여섯이
모두 다
하나 같이 다
죽어버렸던 거야
자기만 빼고
그 사고뭉치들이
다 싸늘하게 식어있더래
밝고 수다스럽던 삼촌이
집에 붙어있던 날이 없던 아이가
숫기가 없어지고
웃음이 옅어지기 시작한게
그 즈음부터 였대
그리고 우리 삼촌은,
결국 산으로 들어가 중이 되었어
나는 이 얘기를
좀 크고나서 엄마한테 나중에 들었어
삼촌은 말 수가 없어서
우리가 만나러 가도
그저 앉아서 조용히 불경을 외우면서
목탁만 칠 뿐이었거든
아무런 말도 않고
탁탁탁탁탁탁
목탁만 치고 계셨거든
그래서 나는 지금도 삼촌의 뒷모습 밖엔
잘 기억이 안나
*
삼촌의 마음엔 뭐가 있을까
삼촌의 눈에는 뭐가 보일까
차마 짐작할 수 조차 없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겁이 나고 아득해지는
어떤, 그늘
눈이 보이든
보이지 않든
명백히 빼앗겨버린 것들
사라져버린 것들
짓밟혀버린 것들
그리고
말이 없는
삼촌의
목탁소리
그런 것들이 유난히 다시 떠오르는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