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분산투자를 주장하던 그녀와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몰빵은 위험하대."
"무슨 소리야..?
투자같은거 할 돈있으면 술 사먹을거면서."
"돈 얘기가 아냐.
이 사람에게도 조금, 저 사람에게도 조금,
너무 깊지 않으면서 적당히 뜨거운, 말하자면
로맨스의 시작 단계에서 멈춰버린 것 같은 관계를
여기저기 뻗쳐놓으면 한 사람한테만
구질구질하게 집착할 필요도 없을거고,
위험 부담도 당연히 덜할거고
서로 바닥 보이지 않아도 될거고
...여러모로 좋지 않을까?"
"음 그 얘길 듣는데 갑자기 로마인이 생각나네.
음식을 입에서 맛만 보고 뱉었다는 사람들."
"그건 진짜 먹을 게 많으니까 미식의 축복 속에서
풍요로워서 그런거 아냐?"
"글쎄.. 물론 잘못된걸 먹으면 독이 되어서
몸에 안좋을 수도 있고...
그대신 좋은 걸 먹으면 뼈와 살이 될 수도 있고
그런 건데..."
"그래 그 독이 되는게 너무 힘들잖아,
다 결국 독이었어..."
"음, 그치만 아무것도 안삼키고 계속 맛만 보고
뱉다보면 나중엔.. 말라 죽어버리는거 아니야...?"
".....으음 마르는건 좋은거지."
"몸매 얘기 아닌거 알지..?"
"...에휴."
"자자, 짠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