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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nah Oct 16. 2017

좋아함의 작동원리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이것이 감탄문일 수 밖에 없는 것은

너는 나와 이런 점이 같지만

이런 점은 이렇게나 다른데,


그러니까 우리는 딱맞는 퍼즐조각처럼

아주 잘 맞는 짝은 아마 아닐텐데

그러니까 나중에는 격하게 싸우고

결국 서로 미워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너는 왜 나의 손을 잡고,

나는 왜 너를 보고 웃었을까


매번 새로운 연애가 시작되고 끝날 때 마다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라는 책을 읽어보지만

거기서도 너를 사랑하는 이유를 찾을 수는 없었어


내가 좋아하는 영화에선,

'한 사람을 이해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고 말해


너는 내게 우리가 잘 어울릴지,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말해,

한 가지 아는 건

'너를 좋아하는 것 뿐' 이라고 말해.


하지만 나는 두려워


왜 기분이 좋은지

왜 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편안한지

왜 하루에도 몇 번씩 네 얼굴이 생각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는게,


너는 너무 타인이고,

이해 안되는 부분이 무수히 많은

다른 우주라는 것을 인정하는것이


이유없이 주어진 것은

이유없이 사라질 지도 모르잖아


그러니까

오랜 세월 몸에 밴 나쁜 습관처럼

나는 또 이 일을 이해하고 싶어서

이해해버리면, 잃지 않거나

잃기 전에 대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해하지 못하는게

모르겠는게


오히려 그것이 사랑의 본질일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네 앞에서

나는 자꾸만 불안해져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너는 왜 나를 사랑하는가,

그 문장을 아무리 수없이 생각해도

결국 '나는' '너를' '사랑'만 남아버리고 말아서


그래서 아마 내가 너를 사랑하는 한,

네가 나를 사랑하는 한,

그 답은 영영 찾지 못하겠지


기껏해야

네가 너라서, 내가 나라서 정도가 되겠지

이게 정말로 사랑이라면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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