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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nah Nov 12. 2017

오히려 고마운 너에게

라고 나를 달래려는 말인지 실은 잘 모르겠지만

그러니까 난

그런게 어려워


네가 편안하도록

배려 하는 것과

네가 날 만만하게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

그 아주 미묘한 둘 사이의 간극을

그 차이를 난 아직도 잘 모르겠어


어쨌든, 고마워 너에게


난 또 너를,

아니 우리를

너무 믿고

너무 마음을 주고

너무 기대고

그랬을지도 모르니까

그러지 않을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


언제나 조금도 찌그러지지않은

완벽한 모양의 하트를 머릿속에 그리는 나에게

그런걸 바라다보면 곧

아프게 된다는 걸

다시 알려줘서 고마워


그러니까

‘약간의 거리를 둔다’

라는 제목의 베스트셀러에 손이 간 이유가 있다고

우리 사이에도

나에게도 늘 약간의 거리가 필요한 거라고


그걸 다시 깨닫게 해줘서 고마워


그러니까 난

사실 이런 것도 아직 어려워


이렇게 깨닫고

마음 한 구석이 조금 쌔해지는 것이

곁에 있어도 때론

이어지지 않은 느낌을 받고

널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도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것이


이렇게

전혀 다른 종류의 허전함을 견디는 것이

성숙인지

타협인지


더는, 이번 만큼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내 순진함이

간직해야하는 이상인지

버려야하는 어리석음인지


너무 어렵고

그래서

문득 외롭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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