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없이 지내는 법을 익히는 날들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나 싶을 만큼
너를 만나고 나서는
더 많이 좋아할 수록
마음이 깊어질 수록
아주 작은 일들 때문에
마음이 무너지는 일이 잦아져
이런 내가 너에게 혹시나 부담을 줄까봐
그러다 네가 나를 싫어하게 될까봐
오늘도 생각했어
네 생각을 조금만 덜하고
조금만 너를 덜 위하고
너 없이도 즐거운 일을 하자고
그러니까
네가 바쁠 때
내 연락을 받지 못할 때
너의 즐거운 일들에 열중하고 있을 때
나도 즐거울 수 있도록
너를 그저 기다리고
너와 닿지 않는 상태를
괴로워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그럴 때 할 수 있는 일들을
뭐라도 만들자고
뭐라도 찾자고
분명히 너와 만나기 전의 나는
뭔가를 재미있어 하고
어떤 시간들을 즐거워하면서
제 나름의 인생을 살고 있었을텐데
내 우주의 중력이 온통 너에게로 쏠리면서
그 때 어디론가 사라져버린건데
잃어버린 건데
내가 없는 어딘가에서도
즐거운 네 모습이
정체 모를 덩어리가 되어 나를 짓눌러
너 없이 잘 지낼 수 있을 때
비로소
너와 잘 지낼 수 있는거라는 거
당연하고 의젓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음에
기뻐해야겠지만
아직은 자신이 없어
너 없이 잘 지내는
연습이란 거
감정의 계절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편안한 가을 보내고 계시길 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