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상종

Friend

by SomeDay


유유상종 : 같은 무리끼리 서로 따르고 좇음.


친구는 닮는다. 특히 여자들은 친구들을 보면 대부분 비슷한 분위기가 나는 경우가 많다. 자신과 비슷한 옷차림, 헤어스타일, 말투 등 비슷한 부류를 찾아 사귀는 것 같다. 겉모습부터 취향, 성격 등 비슷한 부분이 많아야 오래가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결혼 후 경력단절이 되어 주부가 된 나는 친구를 만드는 게 쉽지 않았다. 물론 어릴 적 친구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다른 도시에 살고 있었고, 난임으로 자격지심이 생긴 후 친구들과 거리를 두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나와 비슷한 난임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을 만나기를 반복했는데 이게 참 웃긴 게 서로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다 보니 우울한 대화만 하기 일쑤였다. 안 그래도 어둡고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데 더 우울해지는 얘기만 하다 보니 득 될 게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난임으로 서로 힘들다가 임신을 하는 일이 생기면, 언제 난임으로 힘들었냐는 듯이 완전히 다른 입장이 되어버려 상처를 받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그러다 보니 친구 만들기는 안 하는 게 낫겠다 싶던 때에 같은 블로그를 하던 오랜 이웃과 연이 닿아 만나게 되었다.


자영업을 하던 이웃님은 직업처럼 여성스러운 모습을 한 분이었는데 샤랄라 한 원피스를 입고 다니는 분으로 타 지역에서 온 분이었다. 하지만 남편이 나화 대학동문이었고 가끔 술을 마시며 부부동반 모임도 하게 되었다.

이웃님 남편도 내 남편과 같은 직종에 회사를 다니는 분이라 더욱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님을 만나고 남편이 나를 데리러 온날이었는데 남편이 나를 보더니 "저 사람이랑 같이 다니려면 너도 비슷한 옷차림을 해야 하는 거 아냐?"라는 말에 "그게 무슨 상관이야. 스타일인거지"라고 했는데 역시나 사람을 알아가다 보니 조금씩 다른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렇게 멀어져 갔다.


그 후에도 자주 가던 카페 사장님과 친해져 몇 년을 친하게 지냈는데 고양이집사라는 공통점과 아이가 없다는 점이 우리를 가깝게 했다. 외모부터 범상치 않은 사장님이었지만, 문신 같은 건 자기표현이라며 그래도 사람은 괜찮다고 생각해 꽤 오랫동안 알고 지냈는데 결국 어딘가 틀어져 사이가 멀어지게 됐다.


누구보다 분위기를 잘 알아차리는 내가 그 사람이 나를 불편해하고 있음이 느껴지며 어느 날부터 거리를 두게 되었다. 깊은 개인사까지 나눈 사이였으니 더욱 아쉬운 인연이었지만, 알게 모르게 서로가 서로에게 불편함이 생겼다는 것은 더 이상 인연을 이어갈 필요가 없음을 의미했다. 어릴 때라면 "나한테 뭐 서운한 게 있어?"라고 물어봤겠지만, 손님과 사장과의 관계에서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 나도 손을 놓게 되었다.


항상 그렇듯이 나는 내 성격이 이상해서 깊은 관계로 이어지지 못하는 걸까 생각을 했는데 나의 절친과 얘기를 하다 보니 "네가 이상하다면 내가 먼저 손절했을 거야. 전혀 이상하지 않아"라는 말에 안도를 했다.

고등학교 짝꿍이었던 나의 절친은 나와 가장 비슷한 외향적인 요소를 가진 친구지만 나와 가장 다른 성향을 가진 친구이기도 하다. 집순이인 친구는 결혼 후 육아를 하면서 점점 집 밖을 나오지 않게 되었다. 친구가 변했다고 생각했던 나는 연락을 하지 않는 그 친구에게 서운함을 토로한 적이 있는데 "나 원래 성격이 그래. 너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연락하는 게 잘 안돼"라며 우리가 알아온 십수 년의 세월을 부정하는 소리를 해댔다.


그렇게 연락이 뜸해지며 5년 정도 연락을 안 하다가 결국 내가 다시 그 친구를 찾았고, 그렇게 다시 만난 우리는 웃기지도 않는 서로에 대한 애틋함을 전했다. 먼저 연락해야 하는데라며 걱정에 내 꿈까지 꿨다는 친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다시 먼저 연락한다는 약속은 못한다며 또다시 네가 서운할 수 있겠지만 네가 연락을 한다면 언제든지 반갑게 답장하겠다고 했고, 나는 그래 내가 연락을 하면 답장이라도 잘해줘라며 우리만의 합의에 이르렀다. 그렇게 1년이 지나갔고, 1년 후 다시 연락을 했을 때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반갑게 오랜 얘기들을 쏟아냈다.


내가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친구도 지금 현재의 모습이 진짜이듯 다들 처음에는 서로에게 맞춰주기위해 노력을 하지만 어느순간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나와는 다른 사람이구나. 맞지않는 사람이다라는 것을 판단함으로써 우리는 서로 멀어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내친구를 손절하지 않았냐면 그건 내가 그 친구를 필요로 하기때문이다. 잡다한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나의 가족사까지 다 아는 친구이기때문에 굳이 만나지않고 카톡대화만으로도 즐겁기때문이다.


집순이인 내 찐친은 인간관계를 어려워 하고 힘들어하는 편이다. 남들을 지나칠정도로 배려하는 편이라 늘 사람을 만나고 오면 그만큼 에너지를 쏟아야 하기때문에 힘들다고 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면 되지않냐고? 그건 불가능하다. 남들도 나에게 그만큼 배려하는 모습을 원하기 때문에 그 배려가 없는 사람은 만나지 않게 될 것이다. 그것이 그 친구가 성격이 다른 나와 인연을 이어가는 이유기도 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배려하는 모습, 다른 모습이 있더라도 인정해주는 것 그런것 없이 자신을 바꾸려는 사람이라면 진작에 손절했을 것이다.


이것이 유유상종. 완벽한 일치는 아니더라도 서로가 생각하는 성향이 비슷해야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서로가 비슷해야 그 선의 차고 모자름을 정확히 발견할 수 있다. 같은 뱃속에 태어난 형제 자매들도 성격이 모두 다른데 어떻게 타인과 완벽한 일치를 이룰 수 있겠는가. 사랑으로 엮어진 남편과도 매번 같은 이유를 가지고 싸우는데 말이다.


예민한 사람에게 친구만들기는 매우 힘든 일이다. 나와 같은 속도로 같은 양의 배려심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것이 쉽지않기때문에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이 어릴적 친구처럼 찐친이 되기 힘든 이유이다. 친구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예민한 사람일수록 친구에 대한 기대치 레벨이 높기때문에 그냥 아는 친구말고 진짜 친구를 얻고 싶어하고 그래야만 속마음도 쉽게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외롭다고 느낄때 찬찬히 주변을 둘러보길 바란다."진짜 나는 친구가 없나?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이 없나?"생각하며 주의를 둘러보면 대부분 한두명은 있을 것이다. 그것도 아주 나랑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 비슷하지만 완벽히 일치하지않는 유유상종의 사람들이 내 주변을 감싸고 있을 것이다.

고로, 나는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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