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인생
얼마 전 꿈속에 대학병원 교수님이 나와 "다시 암이 재발했습니다"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했었다. 이게 남자들이 최악으로 꼽는 군대를 두 번가는 꿈같은 것인가 보다라며 꿈에서 깨어나서 머리가 멍한 채 하루를 보냈다. 분명 나는 수술을 통해 완벽히 원인을 제거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잠재적 불안감을 안고 살아간다. 난소 한쪽과 자궁적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버겁게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는 남은 한쪽의 난소때문로 인해 매달 생리는 하지 않지만 여전히 생리 전증후군을 겪으며 호르몬의 노예로 살고 있다. 완벽히 원인을 제거했음에도 남은 한쪽의 난소에 또다시 암이 생길지도 모르고 뻥 뚫린 자궁 깊숙이 어딘가에 암세포가 남아있을까 봐 나는 여전히 불안하다.
다행히 초기에 발견했기 때문에 항암치료를 하지 않고 수술로 해결이 가능했지만 내 마음속에 자리 잡은 불안감은 여전히 나를 무의식 속에서 짓누르고 있다. 수술이 끝나고 모두들 "너는 운이 좋은 편이다"라며 나를 위로했다. 오랜 난임을 겪은 나에게 이 수술이 어떤 큰 의미인지 알면서도 목숨에는 지장이 없음을 감사해야 했다. 하지만 여전한 불안감이 문득문득 수면 위로 올라올 때면 하루 종일 마음이 좋지 않다.
어제 방영된 이혼숙려캠프를 보다가 직장암이 걸린 남편이 그때 아내에게 상처받은 얘기를 도돌이표로 하는 모습을 보았다. 5년이나 지난 얘기를 하고 또 하는 모습에 모두들 정이 떨어져 했지만, 나는 그 깊숙한 불안감을 보았다. 암이 걸려본 사람은 죽음의 두려움이 언제 다시 자신을 덮칠지 모르기 때문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제 일반인과 다를 바 없으니까 운동도 하고 일도 시작해도 되지 않냐고 말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배에 작은 수술 자국 세 개만 있을 뿐 똑같은 모습이겠지만, 일주일에 몇 번은 컨디션이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하는 내 속을 보여줄 수도 없고 언제까지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할지 모르겠다. 물론 같은 수술을 하고도 직장생활과 운동을 병행하며 열심히 사시는 분들도 많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개개인의 역량과 컨디션의 차이는 분명 있기 때문에 나는 여전히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요즘은 아파트 헬스장에 다니는데 매일 30분씩 운동을 하고 온다고 했더니 유방암 수술을 한 큰 이모는 고작 30분 운동해서 운동이 되냐며 자신은 매일 만보씩 걷는다고 나를 다그쳤다. 30분에서 조금씩 늘리면서 운동을 더 해야 한다고 말이다. 말이야 쉽지 여전히 러닝머신 30분 운동을 하고 땀범벅이 돼서 돌아오면 일상생활이 되지 않을 만큼 하루가 힘들다. 내가 아프고 몸의 변화를 느낀 건 바로 식은땀이었다. 고작 30대 중반에 갱년기 증상처럼 몸에 식은땀이 나고 열불이 나서 살 수가 없었다. 갑작스러운 열로 인해 자다가 벌떡 일이나 새벽에 멍하니 거실에 혼자 앉아있기를 반복했다. 그래서 한의원에 가니 갱년기 증상 아니면 화병이라는 진단으로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때는 정말 감정기복이 왔다 갔다 했고 공황증세처럼 사람이 많거나 당황하게 되면 온몸이 젖을 만큼 땀을 흘렸다. 지금도 그런 증상이 완벽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난소암 진단을 받기 전 나름 1년 가까이 꾸준히 요가를 다니고 있었다. 몸은 조금 힘들지만 운동을 하고 개운한 느낌이 들어 열심히 다니고 있었다. 평소 알아주는 저질체력임에도 꽤 컨디션이 좋아졌다며 체력이 좋아지는 것을 느끼고 있던 그때 알고 보니 나는 무리를 하며 운동을 다닌 거였다. 아랫배가 꽤 묵직하고 단단한 걸 느끼면서 운동을 해서 요즘 복근이 생긴 것인 줄로만 알았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약속이 있어서 하루를 바쁘게 보내면 2~3일은 집에서 쉬어줘야 체력이 조금은 올라온다. 겉으로 보기에는 어디 아파 보이지 않지만 나만 느끼는 체력의 한계가 분명히 있다. 밖에도 잘 나가지 않고 집에서만 있는 나를 보면 '심심하지 않아?, 젊은데 왜 그러고 있어?'라며 걱정하는 듯 말하는 오지랖들이 나를 억울하게 만든다. 조금만 무리하면 또다시 아플까 봐 항상 조심하고 스스로를 자제하며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게으르고 우울하다고 섣불리 판단한다. 저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다르듯, 각자의 방식으로 열심히 살아내고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남편에게 내 소원이 뭔지 아냐고 물었다.
'맑은 정신으로 아주 가벼운 몸상태로 하루만 살았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