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에는 어디에 살아야 할까?

HOUSE

by Some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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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6살 때까지 살았던 시골의 추억이 좋았던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크면 마당과 텃밭이 딸린 전원주택에 살고 싶었다. 큰~집보다는 아주 아담한 단층짜리 청기와집이면 우리 둘이 살기 좋겠다고 늘 말했던 나였다. 하지만 주변에서 생각처럼 전원주택 생활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많이 얘기해 줬고, 나의 82세 엄마는 늙을수록 병원과 가까운 곳에 살아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다. 나도 30대 때 병원을 남들보다 오래도록 다녔고, 우리 엄마도 젊을 때부터 각종 수술을 많이 하셨기 때문에 병원이 가까워야 한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특히 엄마 아버지를 보니 60대가 넘으면서 못해도 몇 해에 한 번은 번갈아가며 수술을 하셨기 때문에 건강한 사람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집안 내력이 있는 나에게 전원주택 생활이 실질적으로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점점 들었다.


특히 최근 이모부가 아프셔서 요양병원에 입원하셨는데 나는 그 부부를 보면서 전원생활의 꿈은 점점 멀어져만 갔다. 아이가 없는 이모부부는 딩크족이었는데 이모가 병이 생기면서 몸을 챙기고자 이모부 고향에 집을 짓고 전원생활을 선택하셨다. 하지만 농사를 지은적도 없는 이모부부가 시골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이 없어 주변 농가에 필요한 일손을 돕는 일 정도였다. 그래도 둘이 꽤 즐거운 생활을 하셨지만 10년도 되지 않아 이모부가 갑자기 파킨슨병에 걸리시면서 결국 치매까지 동반되었다.


이발소를 운영하던 이모부는 아주 단정하고 깔끔하신 분으로 항상 흐트러짐이 없던 모습이었다. 마냥 선비 같은 모습에 욕 한번 한 적이 없던 이모부였는데 치매가 오시면서 가장 소중하게 아끼던 이모에게 욕을 하고 폭력을 쓰셨다고 한다.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던 분들이었기 때문에 이모는 그런 이모부를 살뜰히 살피면서 전원생활을 이어가다가 점점 병세가 심해지시면서 요양병원에 입원을 시키게 되었다.


파킨슨병은 수면문제와 연관이 있다고 하는데 24시간 거의 잠을 자지 않고 이모에게만 집착을 하는 통에 몇 달간은 거의 잠을 못 잔 채 살았다고 한다. 그리고 작고 좁은 동네에 소문이 날까 봐 응급실을 갈 때면 한밤중에 마을 입구를 벗어나 택시를 불러 타고 병원을 갔다고 한다. 그 많은 일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모든 것을 감내하고 있었던 이모였다. 점점 심해지는 폭력으로 이제는 도저히 혼자 해결할 수 없어 이모는 다시 형제들의 도움을 받아 요양병원에 입원을 시켰다.


가족들은 왜 그동안 참고 말하지 않았냐고 물었는데 이모는 "내 남편 무시할까 봐" 말할 수 없었다고 하셨다. 다들 독하다 할지 몰라도 나는 그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이가 없는 부부의 슬픔을 오랫동안 간직한 이모는 70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제는 괜찮아졌다고 하셨지만, 저 한편에 자격지심이 있으셨을 거다.

둘이 보란 듯이 잘 살아내리라 마음먹고 살았고 누구보다 잉꼬부부로 살아왔지만, 결말이 이러니 이모는 이곳에 와서도 매일 눈물을 흘리셨다. 힘들다 말하기도 버거운 그 마음을 나는 조금이나 알 것 같았다.


요양병원 면회를 다녀오고 나면 정처 없이 걷고 또 걷는다고 했다. 미안함과 슬픔이 뒤엉켜 울면서 차디찬 겨울바람도 춥지 않다고 했다. 가까운 곳에 계셔서 요즘은 커피 한잔을 하면서 얘기하는 시간을 가지는데 그런 이모를 보며 나는 우리의 마지막도 그렇지 않을 법이 없기에 마음이 착잡해진다. 누구나 늙는다 하지만 아이 없는 딩크부부의 결말은 좀 더 외롭다. 물론 형제가 있고 가족이 있지만, 진짜 마음을 털어놓고 의지한 남편이 아프다는 것은 본인이 아픈 것보다 더 감당하기 힘든 일일 것이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나 혼자 남은 삶. 나 혼자 늙는 삶. 남편은 외동이고 나는 막둥이라 다들 나보다 먼저 이 세상을 떠난다면 결국 나도 혼자 쓸쓸히 늙어갈 텐데 나는 과연 그 삶을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남편은 그런 나를 잘 알기에 자신이 마지막까지 정리하고 뒤따르겠다고 했지만 나는 그 혼자 남을 남자의 슬픔이 벌써 눈에 그려져 혼자 몰래 눈물을 훔친다.


나는 오늘도 고민한다 멋진 전원주택에 살고 싶다가도 결국은 병원이 가까운 아파트에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남편없는 혼자 나는 과연 살아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또 한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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