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

아이 없는 부부와 고양이

by SomeDay

2022년 9월 17일 새벽 12시


선선한 바람이 불던 초가을 날씨의 밤이었다.

방에 자러 들어간 남편과 달리 잠이 오지 않아 혼자 덩그러니 거실에 앉아 핸드폰을 하던 나의 눈에 띈 지역카페글이 하나 있었다. 아주 작은 고양이가 종이박스에 버려져 전봇대 앞에 있다는 글이었는데 마침 차로 5분 거리의 우리 동네였다. 그 글을 읽고 나는 심장이 갑자기 빠르게 뛰었다.




한적한 동네에 사는 우리 부부가 산책을 하다 만난 콩나물 공장에서 사는 '말순이'를 만난 건 2년 전 여름밤이었다. 사람이 다니지 않던 한밤중 우연히 발견한 말순이는 우리의 부름에 쪼르르 달려 나오는 영특한 고양이였다. 삼색이로 얼룩덜룩한 길고양이지만 큰소리 한 번을 내지 않아 벙어리인가 싶을 정도로 순한 아이였다. 새초롬하게 생긴 말순이는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던 우리 마음에 쏙 들어왔다.


어릴 적 강아지를 키운 경험이 있는 나와 동물과 전혀 친하지 않던 남편은 어른스러운 말순이가 좋아 밤마다 간식을 사서 찾아가 놀다 왔다. 가끔 부부싸움이라도 한 날이면 한 명씩 말순이를 찾아가 위로를 받았다. 그래서인지 우리에게는 특별한 존재였다. 아무 말 없이 우리를 반겨주는 말순이 덕분에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달라지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이런 고양이는 또 없을 거라며 키우는 건 무리겠지' 라며 포기를 하고 있었다.




심장이 뛸 만큼 고양이에 대해 인식이 달라진 나는 남편과 달리 나는 속으로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아이가 없이 오랜 기간을 가정주부로 있다 보니 혼자가 편하면서도 외로움이 크기도 했다. 그런데 글을 읽고 나니 그날은 왠지 꼭 가봐야겠다며 잠이 들려는 남편을 깨우며 방에 불을 켰다. 애완동물을 제대로 키워본 적 없던 나는 어릴 적 추억만으로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며 실제로 몇 해 전 강아지를 키우겠다며 펫샵까지 가서 구경을 하다가 결국 발걸음을 돌렸던 나였다. 남편을 겨우 설득해 찾아간 펫샵이었지만, 아이를 키워본 적 없던 나는 작은 생명체를 책임진다는 무게감이 무겁고 버거워 포기를 했었다.


그런 내가 용기를 냈던 건 오랫동안 지켜본 말순이로 인해 고양이에게 호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몇 주 전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는 남편 친구집에 놀러 다녀오면서 나의 마음이 아마도 굳건해진 것 같다. 카페 글을 보고 남편을 깨워 지금 가보자고 했지만 남편이 아직은 준비가 아무것도 안되었다며 처음에는 나를 말렸다. 하지만 확신이 찬 나의 표정을 보며 결국 남편은 주섬주섬 옷을 입고 차키를 꺼냈다.


무언가 확신이 차면 꼭 해야 하는 나의 성격상 어차피 말려도 안될 거라는 걸 알았을 거다. 그리고 남편도 어느 정도 고양이에 대해 호감이 생겼기 때문에 나의 말에 순순히 따라온 듯했다. 날 말리기는 했지만 남편 친구집에 갔을 때 막상 고양이에게 푹 빠져 궁둥이팡팡을 하루종일 하고 있던 남편도 어느 정도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전봇대 앞 떡볶이 가게에서 젊은 부부가 고양이를 맡고 있었는데 여사장님 카디건 속에 들어가 있던 가을이와의 첫 만남은 설레고 무척이나 떨렸다. 솜털같이 작은 고양이가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내며 울고 있었다. 잡지도 못할 정도로 무서워서 카디건 채로 받아봤는데 겁에 질린 날 대신해 남편이 카디건을 품고 내가 운전을 해 집으로 돌아왔다. 오는 내내 울어대선 아이에 멘붕이 온 우리 부부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이 없이 10년을 산 우리 부부의 인생이 이 만남을 통해 삶이 어떻게 바뀔지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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