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틸 계열 AI
서론
21세기 들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은 군사 분야의 판도를 바꾸는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실리콘밸리의 혁신 기업들이 방위산업에 뛰어들며, 전통적인 방산 거대기업과는 다른 철학과 접근으로 미래 전장의 주도권을 노리고 있다. 그 중심에는 **피터 틸(Peter Thiel)**이 직접 설립하거나 초기 투자에 관여한 Palantir, Anduril, Shield AI와 같은 AI 방산 스타트업들이 있다. 이들은 각기 독자적인 기술 철학과 조직 구조를 바탕으로, 향후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자국과 동맹의 안보 우위를 확보하고자 한다.
본 보고서는 이러한 신생 방산기술 기업들의 전략을 심층 분석한다. 먼저 피터 틸의 저서 『Zero to One』에서 제시된 철학을 개괄하고, 이러한 철학이 어떻게 방위산업에 적용되었는지 살펴본다. 이어서 Palantir, Anduril, Shield AI 각 기업의 기술 철학, 제품 아키텍처, 확장 전략을 조명한다. 이를 통해 자율성(autonomy), 지휘통제(command & control), 시뮬레이션 중심(simulation-centric) 등 서로 다른 AI 전장 철학의 충돌과 경쟁 구도를 분석한다. 또한 이러한 경쟁을 투자자와 국가안보 전략의 관점에서 해석하여 시사점을 도출하고, 최근 부상하는 ‘전장 운영체제(battlefield OS)’ 개념의 의미를 논의한다. 피터 틸식 기술낙관주의가 자율무기체계라는 윤리적 도전에 직면한 상황도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마지막으로 미국, 영국, 호주, NATO, 한국 등 주요 동맹국의 대응 전략을 비교하고, 향후 5~10년 내 글로벌 기술패권 지형의 시나리오를 전망하며 결론 및 정책적 제언을 제시한다.
이 보고서는 서론-본론-결론의 구조로 전개되며, 방위산업과 첨단기술에 대한 전문가적 시각과 전략적 통찰을 제공한다. 방산 분야 스타트업의 부상을 단순한 기술 트렌드가 아닌 국가 간 패권 경쟁의 맥락에서 이해함으로써, 독자들이 미래 안보환경에 대비할 수 있도록 심도 있는 분석을 담았다.
I. 피터 틸의 『Zero to One』 철학과 방위산업에의 적용
피터 틸은 페이팔(PayPal) 공동창업자 출신의 투자자이자 사상가로서, 저서 『Zero to One』(제로 투 원)을 통해 독창적 기업가정신을 설파했다. 그의 철학 핵심은 **“0에서 1로”**의 도약, 즉 기존 것을 모방하거나 개선(1에서 n)하는 수평적 발전이 아니라 아예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수직적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다. 틸은 남들이 간과하거나 불가능하다고 여긴 영역에서 기술 혁신을 이뤄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라고 조언한다. **경쟁은 패자만 남길 뿐이며, 진정한 모노폴리(monopoly)**야말로 혁신의 보상이라는 그의 주장은 기존 질서에 대한 도전과 **확신에 찬 장기계획(definite optimism)**을 강조한다.
이러한 Zero to One 철학은 국방·안보 분야에 그대로 응용되었다. 틸은 일찍이 테러리즘, 사이버전, 국가정보 등 정부가 직면한 난제들을 민간 기술로 해결하는 데 주목했다. 9·11 테러 이후 미국 정보기관들이 빅데이터 분석 역량에서 한계를 드러내자, 틸은 2004년 Palantir를 공동 설립하며 국가안보 문제를 소프트웨어로 풀어내는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다. 이는 당시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정부/방산 사업을 기피하던 풍조에 대한 **역발상(contrarian)**이었다. Palantir는 방대한 데이터를 통합분석해 테러리스트의 자금흐름을 잡아내는 등 기존 정부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했던 능력을 보여주며 CIA 등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정부 상대 소프트웨어 시장의 개척은 전형적인 “제로(0)에서 일(1)”의 창조였던 셈이다.
Palantir 이후 약 10년 간 방산 스타트업의 잠잠한 시기를 지나, 2017년 Anduril의 출현은 Zero to One 철학이 방산 분야에 다시 한번 구현된 사례로 평가된다. 틸이 이끄는 Founders Fund의 투자자 **트레이 스티븐스(Trae Stephens)**는 전통적 국방 조달체계의 비효율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Oculus VR을 창업했던 **팔머 럭키(Palmer Luckey)**와 손잡고 첨단기술 중심의 새로운 방산 기업을 구상했다 . 그 결과 탄생한 Anduril은 민간의 혁신 속도와 **파괴적 기술(disruptive technology)**로 국방분야 현실을 타파하겠다는 미션을 내걸었다 . 이는 “정부 납품은 더딜 수밖에 없다”는 통념을 깨고, 민간 주도로 국방혁신을 일으키겠다는 도전이었다. 이처럼 Palantir와 Anduril은 민간 스타트업이 안보영역에서 독보적 솔루션을 창출함으로써 사실상의 독점 지위를 노린다는 점에서 Zero to One 철학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한편 Shield AI는 틸이 직접 창업한 회사는 아니지만, 틸이 조성한 실리콘밸리 방산 생태계의 흐름 속에 등장한 중요한 플레이어다. 2015년 설립된 Shield AI는 창업자들이 AI 파일럿이라는 발상을 통해 “인공지능이 전투기의 조종사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라는 새로운 01 문제에 도전했다. 이는 유인기 조종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시도였고, 기존 방산업계에 없던 접근이었다. 투자 면에서도, Shield AI는 초기부터 Andreessen Horowitz 등 틸과 철학을 공유하는 실리콘밸리 거물들의 투자를 받았다. Shield AI의 공동창업자 브랜든 쳉(Brandon Tseng)은 “국방 AI 개발은 수익 계산이 쉽지 않지만 **사명감(mission-driven)**에서 출발했다”고 밝히며, 전통적 VC 수익공식에 얽매이지 않는 결단을 강조했다. 이런 태도 역시 틸의 철학에서 강조되는 신념에 기반한 도전과 맥을 같이 한다.
종합하면, 피터 틸의 Zero to One 철학은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들어 세상을 바꿔라”**는 메시지로 요약된다. 방위산업에서 Palantir, Anduril, Shield AI와 같은 기업들은 이 철학을 구현하여, 정부나 거대기업이 풀지 못한 문제를 혁신기술로 선도적으로 해결함으로써 독자적 위상을 구축했다. 이들 틸 계열 스타트업은 각자의 방식으로 수직적 혁신을 이루어내며,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속 서구 진영의 비밀병기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다음 장에서는 이러한 기업별 철학과 전략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II. 주요 AI 방산기업의 기술 철학, 제품 아키텍처와 확장 전략
피터 틸의 철학을 공유하거나 영향을 받은 Palantir, Anduril, Shield AI 세 기업은 AI 기반 군사기술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발전시켜왔다. 이 절에서는 세 기업의 기술적 지향점, 제품 및 플랫폼 아키텍처, 성장·확장 전략을 개별적으로 분석한다. 각 기업이 어떠한 핵심 신념과 전략으로 미래 전장을 준비하고 있는지 비교함으로써, 이후 장에서 논의할 경쟁 구도의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1) Palantir: 데이터 통합과 의사결정 플랫폼의 선구자
Palantir Technologies(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는 2004년 피터 틸과 알렉스 카프(Alex Karp)가 공동 설립한 데이터 분석 플랫폼 기업으로, 방위·정보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킨 선구적 사례다. Palantir의 기술 철학은 한마디로 **“데이터 우위가 전장의 승패를 가른다”**는 믿음에 기반한다 . 이 회사는 방대한 이종 데이터를 하나로 통합해 인공지능이 해석하고, 인간 분석가가 그 통찰을 토대로 빠르게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Palantir의 CEO인 알렉스 카프는 서구가 **“AI를 통한 기술우위로 적을 압도해야 평화를 지킬 수 있다”**고 역설해왔는데, 이는 자사의 플랫폼이 서방의 “AI 군비고문” 역할을 한다는 자부심을 반영한다. 실제로 Palantir는 자사를 **“조직의 모든 데이터, 의사결정, 운영을 하나의 운영체제(OS)로 통합해주는 기업”**으로 정의하며, 국가안보와 기업 경영 전반에 데이터 중심 문화를 이식하는 데 집중했다.
Palantir의 제품 아키텍처는 세 가지 주요 플랫폼으로 구성된다. 첫째 **고담(Gotham)**은 정보기관 및 군대를 위한 첩보·군사 전문 OS로서, 실시간 위협 식별과 작전지원을 돕는다. 이 플랫폼은 다양한 센서 정보, 첩보 데이터, 지리정보 등을 한 화면에 통합해 지휘관에게 전장 상황에 대한 탁월한 상황인식(situational awareness)을 제공한다. 실제 미 육군은 Palantir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여 멀티도메인에서 AI가 도출한 인사이트로 신속한 결정을 내리는 능력을 갖추었다고 평가된다. 둘째 **파운드리(Foundry)**는 상업 및 정부 분야 전반에 쓰이는 기업용 데이터 통합 플랫폼으로, 데이터 파이프라인 구축에서 AI 모델 배포까지 원스톱 환경을 제공한다. 셋째 **아폴로(Apollo)**는 클라우드, 온프레미스, 엣지 디바이스 등 다양한 환경에 소프트웨어를 자동 배치·관리하는 배포 인프라로서, 민감한 국방 소프트웨어를 안전하게 지속 업데이트하는 데 기여한다. 최근 Palantir는 여기에 **AI 플랫폼(AIP)**을 추가하여, 거대언어모델(LLM) 등 최신 AI를 기존 데이터 플랫폼과 통합하는 기능을 선보였다. 이러한 계층적 제품 구조는 Palantir가 데이터분석결정배포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지원하는 종합 솔루션임을 보여준다.
Palantir의 확장 전략은 초창기 미국 정부 및 동맹국 정보·군사기관에서 출발하여, 최근에는 상업 부문과 실전 현장으로 동시에 뻗어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CIA, FBI, 국방부 등이 Palantir 고담을 도입한 데 이어, 영국, NATO, 일본 등 동맹국들도 안보 분야에서 Palantir 플랫폼을 활용해 왔다. 한국도 코로나19 방역 당시 Palantir를 도입한 바 있으며, 향후 국방 데이터 통합에 관심을 보인다. 상업 영역에서는 제조, 금융, 의료 등 데이터가 중요한 산업에서 Palantir Foundry가 채택되며 매출 다변화를 도모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Palantir의 존재감을 극대화한 계기는 우크라이나 전쟁이었다. 2022년 러시아 침공 이후 Palantir는 우크라이나 정부와 협력하여 소프트웨어를 무상 지원했고, 자사 엔지니어를 전시에 파견하여 현지 맞춤형 AI 솔루션을 개발했다 . 그 결과 Palantir의 AI는 위성영상, 드론피드, 인적첩보(OSINT)를 결합해 포병 타격 목표 선정 등 전술판단의 자동화를 실현했고, **“우크라이나 표적 선정의 대부분을 Palantir가 담당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 일각에서는 Palantir를 두고 **“21세기의 AI 무기상”**이라고 칭하며, 분쟁 지역에서 민간 AI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분석한다.
이처럼 Palantir는 데이터 지배력을 통한 전장 장악이라는 비전을 추구하며 성장해왔다. 인간 지휘관과 AI의 협업을 핵심으로, 미래 지휘통제(C2) 체계의 표준이 되고자 한다. 방대한 실전 경험 데이터와 글로벌 고객망을 토대로, Palantir는 향후에도 국방 분야 데이터 생태계의 중추 플랫폼으로 확장할 전망이다. 최근 Anduril 등과의 전략적 제휴를 맺는 등 (후술) 타 기술기업과 연합 전선을 구축하여 국방 OS로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모습도 보인다. Palantir의 사례는, 틸 철학을 토대로 데이터 중심 전쟁의 개념을 현실화한 대표적 성공담이라 할 수 있다.
2) Anduril: 자율 무인체계와 네트워크 중심전의 구현
Anduril Industries(앤두릴 인더스트리즈)는 2017년 실리콘밸리 기술자들과 국방 전문가들이 의기투합하여 설립한 차세대 방산 기업이다. 페이스북에 Oculus VR을 매각한 젊은 창업자 **팔머 럭키(Palmer Luckey)**와 틸의 Founders Fund 파트너였던 트레이 스티븐스가 주도한 이 회사는, **“미래전의 판도를 바꾸는 새로운 방산 프라임(prime)**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Anduril의 기술 철학은 **“소프트웨어가 정의하는 국방”**으로 요약된다. 럭키는 기존 방산업계가 느린 개발 주기와 폐쇄적 시스템에 갇혀 있다고 보고, 민간 기술의 **민첩성(agility)**과 오픈 아키텍처를 국방에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리콘밸리식 빠른 프로토타이핑과 소프트웨어 우선주의를 통해, AI와 자율 시스템을 전장의 게임체인저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특히 Anduril은 인간 운영자에 의존하던 감시정찰, 경계, 무인화 임무 등을 AI가 자율적으로 수행하도록 설계함으로써, 전통적 군사력 운용 패러다임을 변혁하고자 한다.
이러한 철학을 구현한 핵심이 바로 Lattice OS이다. Lattice(라티스)는 Anduril이 개발한 AI 기반 전투 관리 소프트웨어로, 일종의 전장 운영체제라고 할 수 있다. Lattice는 지상·해상·공중의 모든 센서와 무인 플랫폼을 연결해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합하며, 센서 데이터 융합과 컴퓨터 비전, 엣지 컴퓨팅 기술을 활용해 주변 모든 표적과 상황을 자동 인식·추적한다. 더 나아가 임무 자율성(Mission Autonomy) 개념 하에, 다수의 자율 무인기들이 팀을 이루어 협동 작전을 펼칠 수 있도록 지휘한다. 예컨대 Lattice는 드론 편대가 정찰 중 목표를 탐지하면, 일부 기체에 공격을 할당하고, 타 기체는 전파교란이나 피해평가를 수행하는 등 다중 에이전트의 자율 협력을 가능케 한다 . 2022년 미 육군 시험에서 Lattice를 통해 한 명의 조작자가 4개 편대 28대의 드론을 동시에 운용하는 데 성공했으며 , 실제 우크라이나 전장에서도 러시아의 전자전에 대응해 소프트웨어를 신속히 업그레이드하여 드론을 운용한 사례가 보고되었다 . Anduril 대변인은 “Lattice는 Anduril 제품보다 10배 더 많은 타사 시스템과 통합되어 왔다”면서 개방형 API와 SDK로 외부 플랫폼 연계를 강조했는데, 이는 Lattice를 국방 분야의 Android/iOS와 같은 범용 OS로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Anduril의 하드웨어 제품군 역시 Lattice를 중심으로 통합되어 있다. 고스트(Ghost) 및 퓨리(Fury), ALTIUS와 같은 무인항공기 드론부터, 다이브(Dive) 시리즈 자율 수중잠수정(AUV), 이동형 감시타워 센트리(Sentry), 심지어 소형 고체 로켓모터에 이르기까지 , Anduril은 폭넓은 물리적 플랫폼을 개발·인수해왔다. 이들 플랫폼은 모두 Lattice와 연결되어 일체화된 작전 능력을 발휘한다. 예를 들어 Anduril이 인수한 ALTIUS-600 무인기는 전투기나 지상 발사관에서 발사되어 **군집(swarm)**을 형성할 수 있는데, Lattice가 이를 지휘하여 표적을 찾고 타격 승인되면 자폭공격까지 수행하도록 했다 . 고스트 드론은 2분 내 손쉽게 전개되어 전방 병사들의 정찰을 돕고, 센트리 타워와 연계한 국경감시 등 초기 상업 계약들도 성공시켰다. Anduril은 자체 개발 외에도, Area-I(ALTIUS 개발사), Blue Force Technologies(Fury 스텔스 드론 개발사), Dive Technologies(수중 드론) 등 유망 기업의 인수를 통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는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수직 통합(vertical integration)**을 추진하여, 종합 방산체계 업체로 발돋움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Anduril의 확장 전략은 스타트업으로서는 이례적일 만큼 고속 성장과 대규모 자본조달로 특징지어진다. 2017년 창업 후 불과 7~8년 만에 Anduril은 미 국토안보부, 특수전사령부, 해군, 공군 등 미군 내 광범위한 고객을 확보했고, 영국 국방부, 호주 국방군 등 동맹국과도 주요 계약을 체결했다. 2022년 기준으로 회사 가치는 70억 달러를 넘었고, 2024년 8월에는 단일 라운드에서 15억 달러 투자 유치로 기업가치가 140억 달러로 폭증했으며, 2025년에는 280억 달러 가치의 신규 투자 유치를 논의 중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누적 투자액은 2024년까지 37억 달러에 달하며, 투자자 명단에는 Founders Fund(틸의 펀드), Andreessen Horowitz(a16z), Lightspeed 등 실리콘밸리 거물 VC들이 포진해 있다. 이렇게 풍부한 자본을 바탕으로 Anduril은 인력 1000명 이상을 고용하고 대량 생산체계를 갖춰, 기존 방산업체와 본격적인 수주 경쟁에 나서고 있다. 미 의회와 긴밀히 협력해 2024년 AI 방산법안을 로비하는 등 정책 영향력도 행사하고 있다. 공동창업자인 스티븐스 의장은 수년 내 기업공개(IPO) 가능성을 언급하며, 차세대 방산 리더로 자리매김하려는 포부를 내비쳤다.
정리하면, Anduril은 AI와 자율시스템을 통합한 전장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현대전의 운영개념을 혁신하고 있다. **“모든 것을 연결하라”**는 네트워크 중심전(Network Centric Warfare) 사상을 첨단 기술로 실현하여, 인간이 관리하기 어려운 다차원 전장을 소프트웨어가 관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Lattice OS를 통해 전장을 하나의 거대 플랫폼으로 묶는 Anduril의 접근은 향후 전장 생태계의 OS화 논의와 직결되며(후술), 동종업계 다른 기업들과도 협력·경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초기 관문을 통과한 Anduril이 이대로 **“방산계의 구글”**로 성장할지, 혹은 전통 강자들과의 경쟁에서 추가 도전 과제를 맞이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3) Shield AI: AI 파일럿과 완전 자율전투의 개척자
Shield AI는 2015년 미국에서 설립된 자율비행 및 군집무인 기술 스타트업으로, 앞선 두 기업보다 후발주자이지만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하며 급부상하고 있다. Shield AI의 기술 철학은 **“완전한 자율성(Full Autonomy)”**에 방점이 찍혀 있다. 공동창업자인 브랜든 쳉(Brandon Tseng)은 전직 네이비실 대원으로서, 실전에서 인명 손실이 불가피한 임무들을 경험한 것이 창업 동기였다. 그는 “내가 교본대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죽었다면, 애초에 인간을 투입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깨달았고, AI가 인간을 대신해 전투 임무를 수행함으로써 전우의 희생을 줄이겠다는 사명을 세웠다. 이렇듯 Shield AI는 윤리와 효용 차원에서 **“사람 대신 AI가 싸우는 전장”**을 지향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과 다중 에이전트 협업 등 최첨단 AI 기법을 적극 활용한다. **“자율성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며, SpaceX가 로켓 착륙에 10년이 걸렸듯 막대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쳉의 언급은, Shield AI가 장기적 안목으로 AI 파일럿 개발에 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Shield AI의 핵심 제품은 Hivemind라 불리는 AI 조종사 소프트웨어다. Hivemind는 일종의 탑재형 AI 두뇌로, 탑재된 항공기가 인간의 조종 없이도 목표 탐색, 경로 설정, 위협 회피, 임무 수행을 가능케 한다. 이 소프트웨어는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는 범용 AI 파일럿을 목표로 개발되었다. 공동창업자 쳉은 “Hivemind는 표준화된 모듈 패키지로서, 오픈 모듈식 아키텍처 덕분에 3자 시스템에도 통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Shield AI는 Kratos사의 소형 무인기(MQM-178)에 Hivemind를 통합하는 데 165일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강조하는데, 이는 뛰어난 유연성과 신속한 통합 능력을 입증한다. Hivemind의 AI 구조는 기본적인 **조종행동(이착륙, 항법)**부터 시작해, 상위에는 다중기 협동 전술까지 계층화되어 있다. 저층 AI가 단순 센서-반응(reflex)을 처리하고, 상위 AI 에이전트들이 군집 지능으로 상호 조율하는 형태다. 요약하면 Hivemind = 플랫폼 불문 AI 파일럿 + 군집 전술 지휘관인 셈이다.
이 Hivemind AI를 담아내는 플랫폼 하드웨어로 초기에는 실내 전투용 소형 쿼드콥터 드론 Nova를 개발했다. Nova는 GPS가 닿지 않는 건물 내부를 자율 비행하며 적을 수색하도록 설계된 드론으로, 이미 2세대 버전이 미 특수부대 등에 공급되어 실전 테스트를 거쳤다. Nova 드론들은 도어 킥(direct action) 임무에서 병사를 대신해 방 내부를 정찰하고 위협을 식별함으로써, 시가전에서의 전투 사상자 감소에 기여했다. 이후 Shield AI는 플랫폼 스펙트럼을 확대하기 위해, 2020년 AlphaDogfight 시뮬레이션 대회에서 미 공군 베테랑 조종사를 이긴 Heron Systems의 전투기 AI를 인수했고, 2021년에는 Martin UAV로부터 수직이착륙 무인기 V-BAT 사업을 인수했다. V-BAT은 프로펠러 수직이착륙(VTOL) 고정익기로 정찰 및 공격이 가능한 플랫폼이며, 현재 Hivemind와 통합되어 해군, 해병대의 무인기 운용을 혁신하고 있다. 나아가 Shield AI는 유인 전투기와 함께 비행하는 AI 동료기(wingman) 개념에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미 해군은 2024년 Shield AI와 계약을 맺어 BQM-177 표적기에 Hivemind를 탑재, AI 조종 무인기를 유인 전투기와 편대 비행시키는 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는 2025년 말 실증을 목표로 하며, 향후 F-16 등 실제 전투기 훈련에도 AI 조종사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다시 말해, 드론부터 제트기까지 Shield AI의 기술을 이식하여 공중전의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것이다.
Shield AI의 성장 및 투자 유치 실적도 눈에 띈다. 2015년 창업 이후 약 10년간 누적 약 13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고, 2023년 말 기준 기업가치는 27억 달러에서 2025년 초 신규 투자로 53억 달러로 거의 두 배 상승했다. 2023~2024년에 걸쳐 진행된 시리즈 F/F-1 라운드에는 미국 방산기업 **L3허리스(L3 Harris)**와 함께 한국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전략 투자자로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이처럼 한미 방산기업 협업을 통해 Shield AI는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실제로 2023년 Shield AI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및 현지 파트너와 한국형 AI 조종사 개발 협력을 체결하여, KAI의 차세대 무인전투기 개발에 Hivemind 기술을 제공하기로 했다. KAI는 자체 개발 중인 AI 조종 알고리즘을 Hivemind Enterprise 플랫폼에서 검증함으로써 개발 속도를 높일 계획이며, 이는 한국의 경공격기 FA-50 시험비행에 적용될 전망이다. 이처럼 Shield AI는 해외 파트너십과 국방 대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Shield AI는 **“소프트웨어 회사이지만 필요한 경우 자체 플랫폼도 구축한다”**는 입장으로, **AI 두뇌(Hivemind)**와 **신체(무인 플랫폼)**를 함께 제공하는 토털 솔루션을 지향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소프트웨어 우선 원칙에 따라, 세계 어느 무기체계에든 자사 AI를 심어넣어 두뇌를 표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인간 조종사를 대체하는 AI를 만들어 공중 우세를 재편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이기도 하다. Shield AI의 등장은 **완전 자율살상무기(autonomous weapon)**에 대한 기술적 가능성과 함께 윤리적 논쟁을 촉발시키고 있으며, 동시에 미국 국방당국에는 첨단 기술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새로운 파트너로 부상했다. a16z, Founders Fund 등 실리콘밸리 자본의 지속적인 지원과 더불어, 보잉, 한화 등의 전략적 투자도 받은 Shield AI는 미래 공중전의 판도를 바꿀 다크호스로 주목받고 있다.
III. 자율성 vs. 지휘통제 vs. 시뮬레이션: AI 전장 철학의 충돌과 경쟁 구도
위에서 살펴본 세 기업 Palantir, Anduril, Shield AI는 각기 고유한 철학과 솔루션으로 무장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AI가 주도하는 미래 전장을 설계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AI를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접근법의 차이가 분명하며, 이것이 철학적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를 크게 자율성 중심, 지휘통제 중심, 시뮬레이션 중심 세 가지 축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물론 세 요소는 상호 배타적이지 않고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논의를 위해 각 기업의 전략에서 두드러진 측면을 대비해본다.
• 자율성 중심 철학: Shield AI가 대표하는 바와 같이, AI 에이전트에 최대한 결정권을 부여하여 인간 개입 없이도 임무를 수행하게 하려는 접근이다. 이 철학에서는 전술 현장에서의 실시간 판단과 행동을 기계에 위임하는 비중이 높다. Shield AI의 Hivemind는 에이전트 스스로 목표를 식별하고 교전 여부를 판단하게끔 설계되었으며, 여러 AI 에이전트가 협력하여 임무 달성을 추구한다. 이러한 자율성 중심 철학은 병사나 조종사의 역할을 AI로 대체함으로써 인간의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고자 한다. 이는 **“킬체인(살상사이클)의 자동화”**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미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장에서 자동 표적인식과 자폭드론의 결합으로 부분적인 구현이 시작된 상태다. 자율성 철학 진영에서는 AI의 속도와 정확도가 인간을 능가하는 영역이 넓어질 것으로 보고, 가능한 한 규칙과 윤리 한계 내에서 AI에게 자유재량을 부여하려 한다. 완전한 군집자율 무기체계는 이 철학이 지향하는 궁극 형태이며, Shield AI는 이를 선도하려는 기업이라 할 수 있다.
• 지휘통제 중심 철학: Palantir와 Anduril이 강조하는 측면으로, AI를 인간 지휘관의 결정지원 도구와 네트워크 통제수단으로 활용하는 접근이다. 여기서는 인간이 전략·윤리에 대한 최종 책임을 지되, AI는 방대한 정보처리와 최적해 제시에 집중한다. Palantir의 시스템은 **모든 센서와 정보원을 결집해 지휘관에게 “신의 시점”**을 제공함으로써, 인간이 최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 Anduril의 Lattice도 다종 무인 시스템의 통제를 인간이 단일 화면에서 가능하게 하여 전장 전체를 지휘하도록 돕는다. 지휘통제 철학에서는 **전장 운영체제를 통해 **통합된 상황인식(Common Operating Picture)**을 창출하고, AI가 권고안을 제시하면 인간이 승인하는 ‘인간이 루프안에 있는 (human-in-the-loop)’ 체계를 중시한다. 이는 책임소재의 명확화와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의 유연성을 이유로 선호된다. 또한 각 군 구성원과 AI 사이의 신뢰 구축도 중요 과제로 다뤄진다. Palantir과 Anduril은 이 철학을 기반으로 군사 의사결정 속도와 정확도를 제고하고, 다수 자산의 동시 통합 운용을 가능케 하는 데 집중함으로써, 지휘통제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 시뮬레이션 중심 철학: 세 기업 모두 어느 정도 이 요소를 활용하지만, 특히 Palantir 등이 주창하는 “디지털 시뮬레이션을 통한 전쟁 수행” 개념을 가리킨다. AI를 통해 방대한 가상 전장을 구축하고, 현실의 전투를 가상 테스트해보거나 가능한 시나리오를 예측함으로써 최적의 전략을 찾아내는 접근이다. Palantir는 Meta-Constellation 등의 기능으로 수백 개 위성영상을 AI가 자동 분석·종합하여 전장을 데이터 시뮬레이션화하고, 그 위에서 지휘관이 가상 모의실험을 거쳐 실제 타격 지점을 결정하도록 지원했다. 또한 미군과 NATO는 합동 워게임을 AI 시뮬레이션으로 수행하여, 유사시 AI가 제안한 최적작전안을 검토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Shield AI 역시 AlphaDogfight 대회를 통해 가상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AI 조종사를 훈련시켜 인간을 능가하는 전술을 습득하게 했다. 시뮬레이션 중심 철학은 AI의 예측·학습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 리스크를 줄이고 혁신을 가속하는 데 초점을 둔다. 이는 “AI가 만들어낸 가상 전쟁 실험실” 개념으로, 우크라이나가 자국을 최신 무기 테스트베드로 활용한 것도 한 예라 할 수 있다 . 향후 합성훈련환경이나 AI 기반 교전 시나리오 자동생성 등으로 더욱 발전할 이 철학은, 전통적 의미의 실탄과 피의 전쟁이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전쟁으로 변모하는 양상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철학들의 차이는 곧 비즈니스 경쟁 구도와도 연결된다. 각 기업은 자신들의 철학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군에 제안하면서, 국방부의 예산과 영향력을 놓고 경쟁한다. 예를 들어, 지휘통제를 중시하는 Palantir는 미 육군의 차세대 정보통합 프로그램(예: TITAN 사업)에 도전하며 전장을 관통하는 두뇌를 자처한다. 한편 자율 플랫폼을 전면에 내세우는 Shield AI나 Anduril은 공군과 해군의 **유무인 복합체계 사업(예: 유사시 유인기와 함께 싸울 드론, 자율함정 등)**을 겨냥한다. 이런 사업 영역의 중첩은 필연적으로 경쟁을 낳는다. Anduril과 Shield AI는 모두 **미 공군의 유·무인기 팀 구성 프로젝트(CCA)**에 관심이 있는데, AI 파일럿 측면에서는 Shield AI가, 다중 드론 통제 측면에서는 Anduril이 강점을 갖고 있다. 향후 대형 계약을 따내기 위해 양사는 기술적 우위를 겨루면서도, 정작 Palantir+Anduril 동맹처럼 협력 관계를 맺기도 한다. 실제 팔머 럭키(Anduril 창업자)는 Shield AI의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어, 경쟁사 관계를 넘은 전략적 연대도 엿보인다. 2023년 말에는 Palantir와 Anduril이 주축이 되어 SpaceX, OpenAI 등과 함께 신흥 국방기술 컨소시엄을 구성, 국방부 사업에 공동 입찰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 “새로운 세대의 방위산업체를 한데 모은다”는 이 합종연횡은, 개별 기업 간 경쟁을 뛰어넘어 구(舊) 방산 거인들에 맞선 연합 전선을 구축하는 양상이다 . 이는 철학적 지향은 달라도,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진영 전체의 파이를 키우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자율 대 통제, 중앙 대 분산의 철학 차이는 AI 군사혁신의 방향성 논쟁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한 쪽이 절대적으로 옳다기보다는, 임무 성격과 윤리 기준에 따라 다른 해법이 요구될 것이다. 지하 테러리스트 소굴을 소탕하는 임무에는 완전자율 드론 군집이 효율적일 수 있고, 핵무기 통제와 같은 전략적 결정에는 인간의 판단이 필수적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영역에서 서방이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다. Palantir, Anduril, Shield AI는 각자의 방법으로 이 우위를 제공하려고 하며, 군과 정부는 이들 신흥 기업들을 적절히 활용하여 미래 합동전력을 구성하는 퍼즐을 맞춰야 한다. 경쟁과 협력을 거듭하며 성숙해지는 이 생태계는, 전통 방산업체들에는 큰 도전이자 자극이 되고 있다. 결국 AI 주도 미래전장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레이스가 본격화된 상황이며, 철학의 충돌은 혁신의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IV. 투자자 및 국가 안보 전략 관점에서의 시사점
방산 AI 스타트업의 부상은 투자자들과 정부의 전략가들에게 각각 다른 의미의 **함의(implication)**를 지닌다. 한때 기피되던 국방 분야에 혁신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하면서, 실리콘밸리 자본시장과 국가 안보정책 모두 새로운 대응을 요구받고 있다. 여기서는 투자자 관점과 국가 안보 전략 관점에서 주요 시사점을 정리한다.
1. 실리콘밸리 투자자 관점: 전통적으로 벤처캐피털(VC)은 국방 관련 투자를 수익성이 낮고 회수기간이 길다고 여겨 꺼려왔다. 하지만 Palantir의 부분적인 성공과 Anduril의 고속 성장 등이 입증되면서, 일부 선구적 투자자들이 국방 기술을 재평가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피터 틸의 Founders Fund는 일찍이 Palantir와 Anduril에 투자하며 흐름을 이끌었다. 또 다른 VC 명가 **Andreessen Horowitz(a16z)**는 Shield AI와 Anduril에 모두 베팅하여, 실리콘밸리 자본이 방산 혁신에 참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General Catalyst, Lux Capital 등도 방산 스타트업 투자에 발을 들여놓으며, 방위산업을 새로운 딥테크 투자처로 인식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이러한 투자 움직임에는 성공 사례에 대한 기대와 사명감 부여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한다. 하나는 경제적 관점으로, Palantir이 2020년 뉴욕증시에 상장하고 시가총액 수십억 달러 기업이 된 사례, Anduril과 Shield AI가 수조원 가치의 유니콘으로 성장한 사례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ROI 가능성을 시사했다. 2024년 벤처 지원 국방 스타트업에 유입된 자본은 약 30억 달러로 전년 대비 11% 증가하여 증가세를 보였는데, 이는 방산 분야도 높은 성장성이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뜻한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실전에서 첨단기술 수요가 급증하면서, 드론, 안티드론, 사이버, 위성 분야 스타트업들이 큰 투자금을 유치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 투자자 입장에서 방산 스타트업은 더 이상 “정부에 얽매여 성장이 느린” 부문이 아니라, 실리콘밸리 기술과 정부 수요가 맞물려 폭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것이다.
다른 한편, 사회적·전략적 동기도 무시할 수 없다. Shield AI의 라이언 쳉 대표가 언급했듯, **“국방 AI에 기여하는 것은 우리의 사명”**이라는 인식은 투자자들에게도 공유되고 있다. 예컨대 **엘런 머스크(Elon Musk)**나 피터 틸 같은 거물들은 공개적으로 **“미국이 구식 군비에 머물러서는 중국에 뒤처진다”**는 위기감을 표출하며, 혁신 기업 지원을 애국적 과제로 부각시켰다 . 이념적 성향이 강한 일부 실리콘밸리 인사들은 서구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테크노-밀리터리즘을 옹호하며, 스타트업 지원이 단순 돈벌이를 넘어 역사적 책무 이행이라는 프레임을 내세운다. 이러한 담론은 젊은 창업가들과 투자 심리에도 영향을 미쳐, 기술로 국가안보에 기여한다는 명분을 중요하게 고려하게 만들었다. 특히 러·우 전쟁과 미·중 경쟁 격화로 국방테크의 중요성이 부각된 2020년대 중반 이후, 기술 업계와 군사 목적의 심리적 거리가 좁혀지고 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에게 남은 과제는 없지 않다. 방산 스타트업 투자는 기술성과와 정책환경의 이중 리스크를 가진다. 즉 최첨단 기술의 개발 불확실성과 더불어, 정부 조달 및 규제 변수라는 특수 리스크가 있다. 예를 들어, 자율살상무기에 대한 국제 규제가 강화되거나 윤리 문제로 고객(정부)의 예산 편성이 줄면, 해당 분야 스타트업에는 치명적이다. 반대로 지정학 갈등이 심화되어 국방예산이 증액되면 수혜를 볼 수 있다. 이처럼 외생변수에 따른 편차가 크기에, 투자자들은 **분석 범위를 기술 -> 정책 -> 지경학(geopolitics)**으로 넓혀야 한다. 또한 방산 스타트업의 성공적 엑싯(exit) 경로에 대한 고민도 있다. Palantir처럼 IPO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며, 대형 방산기업에 인수되거나 국방 상용화 실패로 소멸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L3허리스가 Shield AI에 전략투자 한 것처럼, 전통 방산사와 제휴를 맺는 일도 많아지고 있는데, 이는 양날의 검이다. 대기업과 협력하면 안정성은 높아지나, 스타트업의 파괴적 혁신성이 약화될 수 있다. 투자자들은 이 균형을 고려해 투자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2. 국가 안보 전략 관점: AI 방산 스타트업의 대두는 국가에게는 양날의 변화다. 긍정적으로 보면, 이는 국방혁신에 새로운 피를 수혈하고 기술패권을 유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부정적으로 보면, 핵심 군사기술을 민간이 주도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통제 문제와 의존성 이슈를 관리해야 하는 과제를 낳는다.
우선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의 안보전략 측면에서, 이러한 기업들은 국가 경쟁력의 중요한 자산으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2015년부터 DIUx(현 Defense Innovation Unit) 등을 설립해 실리콘밸리 스타트업과 연결을 도모했고, 2018년 국방혁신위원회를 통해 기술기업의 국방 참여를 독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기엔 실리콘밸리와 군 사이 문화적 격차로 성과가 미미했지만, 최근 Palantir와 Anduril 등이 거둔 성공은 민군협력이 가능함을 입증했다. 이에 미 국방부는 AFWERX(공군 혁신셀), NavalX(해군), Army Futures Command 등 각 군별 스타트업 협업 조직을 만들고 예산을 증액하는 등, 스타트업 친화적 방산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다. 빠른 획득(authorities) 제도를 도입해 OTA(Other Transaction Authority) 형태로 소규모 계약을 유연하게 주고, 소프트웨어 예산을 별도로 책정하는 등의 조치로 신생 기업의 진입장벽을 낮췄다. 그 결과 2020년대 중반에는 미군 사업에서 Palantir나 Anduril 같은 이름이 심심치 않게 보이게 되었다. 미국 입장에서 이들은 대중(對中) 기술격차 유지의 첨병이다. 가령 Anduril의 드론 군집기술이나 Shield AI의 AI 전투기는 중국이 따라오기 전에 먼저 전력화해야 할 우선순위로 여겨진다. 따라서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R&D) 자금 지원이나 시범사업 제공 등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방 혁신을 제도화하기 위한 법·규정 정비도 진행 중이며, 군 장병들을 스타트업에 파견하는 교류 프로그램(미 국방부의 PEP 등)도 운영되고 있다.
동시에, 국가안보와 기업이해의 조율 문제도 등장했다. 과거에는 방산 거대기업이 국가 전략 목표에 맞춰 움직이는 경향이 강했지만, 스타트업들은 상대적으로 독립적이고 글로벌 투자가 섞여 있다. 예컨대 Shield AI는 한화 등 외국 자본이 투자했는데, 이때 첨단 AI 군사기술이 동맹국이라 해도 해외로 유출되는 문제를 어떻게 관리할지 정책적인 고민이 따른다. 미국은 ITAR 등 수출통제 체제를 갖추고 있으나, AI 소프트웨어의 특성상 기존 무기보다 경계가 모호하다. 또한 팔란티어처럼 민간 상업 분야로 서비스 확장을 시도하는 경우, 민수용과 군수용 기술의 경계가 흐려져 보안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 국가로서는 핵심 기술에 대한 통제와 육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지금까지는 미국, 영국 등은 동맹국 간 기술공유를 촉진하고 중국·러시아 등의 견제에 초점을 맞추며 비교적 개방적으로 대응해왔다. 하지만 AI 시대에 어떤 기술이 국가안보 핵심인지 규정하기 어려워지는 만큼, 지능형 소프트웨어, 반도체, 양자기술 등을 망라한 포괄적 안보 프레임워크를 고민하고 있다.
국가안보 측면 또 하나의 시사점은, 전통 방산업체에 대한 정책 대응이다. 스타트업들이 혁신을 주도할수록, 기존 BOEING, Lockheed Martin 같은 기업들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 이들 거대기업은 여전히 대규모 통합체계나 플랫폼 제작에서는 강점을 가지나, 소프트웨어나 AI 역량은 뒤처진다는 평가가 많다. 따라서 정부는 전통업체에도 디지털 전환을 압박하는 한편, 스타트업과의 파트너십을 권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L3허리스가 Shield AI에 투자하고, 보잉이 스카이디오(미 자율드론 기업)와 협업하는 식으로 신·구 결합을 촉진한다. 한편으론, 스타트업 연합이 지나치게 힘을 얻어 방산 공급망이 재편되는 경우 가격경쟁 등 새로운 문제도 예상된다. 독점적 플랫폼(예: Lattice OS)이 사실상 표준이 되면, 정부로서는 특정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할 위험이 있다. 그러므로 정부 조율 역할이 중요해진다. 미 국방부가 Palantir-Anduril 연합 같은 새 컨소시엄을 지켜보면서도, 동시에 자체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과 다원화 전략을 펴는 이유다.
궁극적으로 투자 관점과 안보 관점은 한 지점에서 수렴한다. 그것은 바로 “누가 미래의 국방 기술패권을 쥘 것인가” 하는 점이다. 투자자들은 시장 선점과 이익을 위해 움직이고, 국가는 안보 우위를 위해 움직이지만, AI 시대에는 두 목표가 긴밀히 연결된다. 기술패권을 잡은 국가가 경제적으로도 유리해지고, 반대로 거대 시장을 제패한 기업이 국가안보에도 영향력을 미치는 시대다. 따라서 공공과 민간의 협력·경쟁이 뒤섞인 양상이 펼쳐지고, 여기서 균형 감각을 잃지 않는 전략이 요구된다. 동맹국 공조도 투자와 안보 모두 중요해지고 있다. 한 국가의 스타트업 생태계 육성만으로는 모든 기술을 따라가기 어려워, 국제공동 펀드나 **기술 스왑(swap)**도 논의되고 있다. 예컨대 NATO 산하 DIANA 프로그램은 회원국 스타트업에 시드 투자와 엑셀러레이션을 제공하여, 미국에 편중되지 않은 범서방 기술풀을 확보하려 한다. 한국 등도 이러한 다자협력에 참여 여지를 모색 중이다.
정리하면, 방산 스타트업의 약진은 투자자에게 매력과 위험을, 국가에게 기회와 딜레마를 동시에 안겨주었다. 현 시점까지 미국 및 동맹국 정부는 혁신을 수용하는 쪽으로 무게를 두고 이들을 적극 지원하는 분위기다. 투자자들 역시 국방 기술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인정하며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이러한 민·군·산 복합체계의 재편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진행형이지만, 분명한 것은 AI 기술패권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해선 이들 신흥 기업의 역량을 활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점이다.
V. AI 전장 생태계의 OS화: ‘전장 운영체제’ 개념의 부상과 의미
세 기업 전략을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운영체제(OS)”**이다. 과거 군사 시스템은 각 무기와 플랫폼마다 별도 운영되고 상호 호환이 어려운 **“단절된 섬들”**이었다. 그러나 Palantir, Anduril, Shield AI는 각자의 방식으로 전장을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플랫폼 소프트웨어, 즉 전장 운영체제를 추구하고 있다. 이는 스마트폰에 iOS/안드로이드가 있고, PC에 윈도가 있듯이, 전장에도 공통 OS가 자리잡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본 장에서는 이러한 전장 생태계의 OS화 개념이具體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며, 어떤 전략적 함의를 가지는지 살펴본다.
1. 전장 운영체제란 무엇인가?
전장 운영체제(battlefield OS)란 여러 종류의 무기·센서·병력이 하나의 통합된 네트워크에서 상호운용될 수 있도록 해주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뜻한다. 쉽게 말해 전투현장의 “두뇌” 역할을 하며, 각 개별 구성요소(“신경말단”)들이 표준화된 방법으로 정보를 주고받고 협응하게 만든다. Anduril의 Lattice OS는 대표적인 사례로, 개방형 표준과 API를 통해 타사의 드론, 센서, 로봇을도 손쉽게 연결하여 **공통 작전그림(Common Operating Picture)**을 생성한다. Palantir의 Gotham/Foundry도 일종의 OS로 볼 수 있는데, 데이터 계층의 통합을 통해 모든 정보자산을 하나로 엮어 분석·시각화한다. Shield AI의 Hivemind 역시 각 플랫폼에 내장되는 공통 AI 코어로서, 미래에 여러 기종의 항공기들이 동일한 AI 파일럿 OS를 탑재하고 움직이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전장 OS는 과거의 폐쇄형 시스템과 대비된다. 기존에는 A업체의 레이더는 A업체의 미사일 시스템과만 연동되고, B업체 드론은 별도 통제가 필요한 식으로 상호호환성이 낮았다. 그러나 OS화된 환경에서는 이질적인 시스템 간 실시간 데이터 교환과 상호 제어가 가능해진다. 이는 모듈식 개방형 시스템(MOSA) 개념과도 일치하는데, MOSA란 플러그 앤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컴포넌트를 모듈화하고 인터페이스 표준을 공개한다는 철학이다. 미군은 JADC2(합동전역지휘통제) 추진에서 이 MOSA를 핵심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Palantir과 Anduril 같은 기업들의 채택이 이를 촉진했다. 예컨대 Lattice OS는 오픈 표준 덕분에 기존 유인 전투기에도 쉽게 연동되어, 구형 전투기의 센서 데이터를 Lattice가 받아 드론과 공유하고 통제할 수 있다. Palantir Foundry는 기업 IT 분야에서 확립된 개방형 데이터 표준을 받아들여, 군사용 시스템에도 상호 운용성을 부여했다. 이런 **디지털 lingua franca(공통언어)**를 제공하는 것이 전장 OS라고 할 수 있다.
2. 전장 OS화의 이점과 패권 경쟁 차원 의미:
전장 OS가 자리잡으면 군사능력 개발과 운용 측면에서 여러 장점이 발생한다. 첫째, 속도의 이점이다. 소프트웨어 기반 통합이 가능하면, 새로운 센서나 무기를 도입할 때 별도 연동체계 개발 없이 빠르게 네트워크 편입이 가능하다. 이것은 기술혁신의 신속한 군 적용(Speed to Field)을 의미하며, 적보다 앞서 최신 기술을 실전에 활용할 수 있게 한다. 둘째, 비용 효율성과 업그레이드 용이성이다. OS가 공통플랫폼을 제공하면, 기존 장비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 있고, 특정 구성요소를 교체해도 OS 레이어가 호환을 중재하기에 전체 시스템을 갈아엎지 않아도 된다. 이는 수명 주기 비용 절감과 장비 현대화의 유연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셋째, 작전 효과 극대화이다. 전장 모든 요소가 연결되면, 센서-슈터 간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여 킬체인 단축이 가능하고, 다중 도메인 협공이 실현된다. 예컨대 공중 드론이 포착한 표적 정보를 지상 미사일이 즉각 받아 공격하거나, 한 플랫폼의 AI가 감지한 위협 패턴을 전체 네트워크가 학습하여 대응하는 식이다. 이러한 시너지 효과는 합동전력 전체의 전투력 향상을 가져온다.
전장 OS 개념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누가 표준 OS를 선점하느냐에 따라, 향후 동맹군의 기술 종속성이나 상호운용성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미군과 동맹들이 특정 기업의 OS에 의존하게 되면, 그 기업은 사실상 군사생태계의 게이트키퍼가 된다. 이는 커머셜 세계에서 MS 윈도우나 구글 안드로이드가 누리는 지위와 유사하다. 현재 Palantir와 Anduril이 각축하는 전장 데이터/자율 OS의 패권은, 미 국방부가 한쪽에 종속되지 않도록 두 기업을 모두 활용하면서 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관리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1~2개의 지배적 플랫폼으로 수렴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중국, 러시아 진영은 다른 OS를 쓰게 될 것이고, 서방 OS vs. 비서방 OS의 대립 구도가 생길 수 있다. 이는 마치 스마트폰 iOS-안드로이드 진영이나 과거 소련계 무기-나토계 무기 규격의 대립과 유사한 양상이다. 결국 기술패권 경쟁에서 이긴 쪽 OS가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고, 패배한 쪽은 자급자족 생태계에 머무는 결과를 낳는다.
서방 동맹국 간에도 OS 표준을 둘러싼 조율이 필요하다. 미국산 Palantir/Anduril만 쓰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유럽연합 등 독자 OS를 개발할 것인가의 고민이 있다. 현재 영국, 호주 등은 미국 솔루션을 적극 수용하는 쪽이지만, 프랑스, 독일 등은 자국 데이터 주권을 이유로 Palantir 대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술격차로 볼 때, 당분간 미국계 전장 OS의 독주가 예상된다. 한국의 경우도 미군과 연동을 위해 이러한 OS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 NATO의 DIANA 프로그램이나 미·영·호주의 AUKUS 기술협력은, 이 OS 생태계에 동맹국을 참여시켜 공동 표준을 만드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3. 전장 OS화의 위험과 과제:
한편 전장 OS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사이버 보안과 단일장애점(single point of failure) 문제를 제기한다. 하나의 거대 OS가 전장 모든 것을 통제하면, 만약 이 OS가 해킹당하거나 교란되면 전체 시스템이 마비될 위험이 있다. 적대세력이 OS의 제로데이 취약점을 찾아내 공격하면, 네트워크에 연계된 자산들이 일제히 오작동할 수 있다. 또한 OS 공급자인 특정 기업에 문제가 생겨 지원이 끊기거나, 업데이트가 중단되면 유지에 차질이 생긴다. 이는 기존 방산업체 의존과는 다른 차원의 리스크다. 과거에는 무기 한두 가지에 문제가 생겨도 다른 시스템은 영향이 없었지만, OS화된 환경에서는 전체적인 상호의존성 때문에 파급효과가 크다. 이를 막기 위해, OS 자체의 보안 강화(예: 코드 검증, 레드팀 모의해킹), 분산형 아키텍처(한 중앙서버가 아닌 분산 네트워크 구조) 등이 필요하다. 또한 백업 수동절차를 마련해, OS 장애 시 인간이 직접 제한적으로라도 지휘통제를 이어갈 수 있는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
또 다른 과제는 윤리 및 판단의 문제다. OS는 기본적으로 데이터 기반으로 최적해를 추구하지만, 전쟁의 불확실성 속에서는 OS 알고리즘이 예기치 못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때 최종 책임은 인간에게 있지만, 점차 OS 권고에 의존하게 되면 인간의 주체적 판단력이 저하될 위험이 있다. **자동화 편향(automation bias)**으로 인한 오판이 발생하지 않도록, OS 설계에 **설명가능 AI(XAI)**와 인간승인 절차 등을 넣어야 한다. 현재 Palantir 등은 **“Always Human Responsible AI”**를 표방하며, AI가 어떤 정보를 근거로 제안하는지 사람이 검토할 수 있도록 UI를 제공한다. 이러한 인간-OS 협업 설계도 지속 개선되어야 한다.
전장 OS 표준을 둘러싼 국제 규범도 고민거리다. 만약 미국계 OS가 세계를 석권하면, 이것은 곧 미국 국방기술 표준의 세계화를 의미한다. 동맹국 입장에서는 미국 의존 심화로 비칠 수 있어 정치적 민감성이 있다. 따라서 공동 개발이나 라이선스 형태의 기술이전 등으로 공유 소유권을 갖게 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이는 기술과 안보를 공유하는 신뢰 수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AUKUS 같은 소수 동맹은 더 깊이 통합하고, NATO 전체는 그다음 수준, 한국·일본 등은 또 다르게 설정되는 식이다. 전장 OS의 국제 거버넌스가 향후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전장 운영체제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보인다. 민간 IT에서 플랫폼과 OS가 혁신을 주도했듯, 군사 영역에서도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전력 건설을 좌우하는 시대가 왔다. Palantir, Anduril, Shield AI 같은 기업들은 각기 독특한 OS 비전을 제시하며 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제공하는 전장 OS는 향후 군사력의 효율과 대응속도를 크게 높여줄 것이나, 그 사용에 따르는 새로운 위험과 의존성도 수반한다. 따라서 군사 지도자들은 이 개념을 잘 이해하고, 기회는 극대화하되 위험은 관리하는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 전장 OS의 승자가 누구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승자 독식의 플랫폼 경제 논리가 군사 분야에도 부분 적용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VI. 피터 틸 철학의 윤리적 시험대: 자율무기와 국가전략 간의 균형
피터 틸이 옹호하는 급진적 기술혁신 철학은 안보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지만, 동시에 윤리적 딜레마의 장에 서 있다. AI 자율무기의 개발과 사용은 군사 윤리와 국제법의 경계를 시험하고 있으며, 이는 틸 계열 기업들이 직면한 가장 큰 논란 중 하나다. 본 장에서는 **자율살상무기(LAW: Lethal Autonomous Weapon)**를 중심으로 기술패권 경쟁과 윤리의 충돌을 살펴보고, 피터 틸 철학이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고찰한다.
1. 자율무기체계의 윤리적 쟁점:
AI가 인간을 대신해 치명적 무력 행사 결정을 내리는 무기를 개발·배치하는 것은 오랫동안 금기시되어 왔다. 이유는 생사 판단의 도덕성, 오인 사격 위험, 책임 소재 불분명 등 복합적이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부분적 자율살상 기능이 현실화되고 있다. 예컨대 이스라엘의 하피(IAI Harpy) 드론은 인간 지시 없이 레이더 신호를 포착해 자동 자폭공격을 가하며, 미국의 C-RAM 같은 방공체계도 자동 요격 모드가 존재한다. AI 시대에는 이 수준을 넘어, 표적 인식부터 공격 결정까지 AI가 수행하는 완전자율 무기가 이론적으로 가능해졌다. Shield AI나 Anduril의 군집드론은 통신 두절 시에도 사전에 승인된 교전규칙 하에 자율 임무완수를 추구하므로, 사실상 인간이 일일이 간섭하지 않아도 치명적 효과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이라 볼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이에 대한 우려로 2010년대 중반부터 **UN 자율무기 규제 논의(CCW LAWS)**가 진행되어 왔지만, 강대국들의 의견 차로 구체적 규범 제정은 난항을 겪는다.
윤리적 핵심은 **“기계가 인간을 죽이는 것을 어디까지 용인할 것인가”**이다. 정당한 전쟁 이론과 국제인도법에 따르면, 살상행위에는 **차별(target discrimination)**과 **비례성(proportionality)**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AI가 과연 전투원과 민간인을 완벽히 구별할 수 있는지, 전황을 고려해 과도한 힘을 자제할 수 있는지, 현재로서는 명확하지 않다. 기술 옹호자들은 AI의 감지·계산 능력이 인간보다 우월하여 오히려 실수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반응속도 면에서 AI가 더 정밀 대응하여 오폭을 줄이고 아군 피해를 막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0년 미 DARPA의 AlphaDogfight 시연에서 AI는 인간 조종사보다 완벽한 조준으로 격추 승리했으며, 이는 AI가 어떤 임무에서는 인간보다 “윤리적”(오발이나 인명피해 최소화 의미에서)일 수 있다는 주장을 낳았다. 그러나 반대측은 AI는 상황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며, 학습 데이터 편향이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치명적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적군이 항복 의사를 표명하거나 민간인이 인간 방패로 사용되는 등 복잡한 윤리 상황에서, AI가 올바른 결정을 내릴 거라 보장하기 어렵다.
2. 피터 틸 계열 기업의 입장과 대응:
틸 계열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서구의 군사적 우위 확보를 자신들의 사명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기술윤리 논란에 대해 현실주의적 입장을 취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Palantir의 알렉스 카프 CEO는 “우리가 만든 기술이 공격적으로 쓰이는 걸 불편해하는 실리콘밸리 동료들이 있지만, 누군가는 현실의 폭력으로부터 자유세계를 지켜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는 기술인의 사회적 책임은 민주국가를 승리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Palantir가 미군 및 정보기관을 돕는 것을 정당화했다. 또한 Palantir는 기업 블로그 등을 통해 AI 무기의 법적·윤리적 고찰 시리즈를 게재하며, **정의로운 전쟁 전통(Jus in Bello)**이 AI 시대에도 유효하도록 연구하고 있음을 밝혔다. 한마디로, **“우리는 서방의 가치 아래 AI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정당하다”**는 논리를 편다. 이와 함께 Palantir는 제품 디자인에서 윤리 이슈를 고려했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모든 AI 제안은 사람 검토를 거쳐야 실행되도록 했고, 데이터 감사 기능을 넣어 AI 결정의 근거를 추적할 수 있게 했다고 홍보한다. 또한 중국 등 권위주의 정권에는 자사 기술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여, 윤리적 진영 선택을 분명히 하고 있다.
Anduril의 팔머 럭키 역시 “우리 무기가 너무 효과적이라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이 전쟁을 억제한다면 평화를 위한 최선”이라는 입장을 보인다. 그는 자율 시스템의 위험성보다는 미군이 기술에서 뒤처지는 위험을 더 부각시킨다. Luckey는 한 인터뷰에서 **“실리콘밸리의 이상주의자들은 전쟁 현실을 모른다. 기술로 아군을 보호하고 적을 신속 제압하는 것이 가장 인간적인 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Anduril은 그래서 제품 개발 시 **“인간이 통제권을 가질 수 있는 범위 내 최대한의 자율”**이라는 선을 정해두고 있다고 밝힌다. 예를 들어 Lattice OS는 모든 살상형 드론의 공격 실행 전에 인간 승인이 필요하도록 인터페이스를 구성했고, 그 외에 통신 두절 등 예외 상황에서는 사전에 입력된 교전규칙 하에서만 자동행동을 하도록 제한한다는 것이다. 결국 완전 자율 공격은 배제하고 유사시 방어적 자율 정도만 허용한다는 취지다. 다만 실제 얼마나 엄격히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군사적 긴박함 속에서는 승인을 사후에 하겠다며 pre-authorize해둘 수 있고, 그럴 경우 AI가 사실상 자유재량을 갖게 된다. 이러한 회색지대에 대해 Anduril은 명확한 답을 두지 않고 정부 정책에 따르겠다는 스탠스로 보인다.
Shield AI는 윤리적 논란의 정면에 놓인 기업이다. 인간 조종사를 AI로 대체한다는 자체가 거부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Shield AI 측은 **“AI가 인간보다 안전하고 정확하게 전투를 수행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지속적으로 강조한다. 즉 AI가 잘못 쏘아서 아군을 오인사격하거나 민간인 희생을 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공언하고, 이를 위해 수만 시간의 시뮬레이션 훈련과 검증 절차를 거친다고 설명한다. 또한 Shield AI는 **“킬 결정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임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운다. AI는 적기를 격추하기 위해 최고의 기동과 사격각을 만들어줄 뿐, 발사 단추는 최종적으로 사람이 누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논의했듯 이는 통신 연결 등 이상적인 상황 가정이며, AI Wingman이 독자 임무 수행을 해야 할 상황도 충분히 예견된다. Shield AI는 공식적으로는 **“인간과 AI가 한 팀”**이라는 유무인 팀 구성(MUM-T) 개념을 강조함으로써 윤리 논란을 피해가고 있다.
3. 제도적 대응과 균형점 모색:
피터 틸 계열 기업들의 입장은 요약하면 **“우리 편이 이기는 것이 최상의 윤리”**라는 현실주의에 가깝다. 이는 기술냉전의 관점에서 보면 이해되지만, 그래도 민주국가라면 지켜야 할 선이 어디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 미국과 서방은 AI 윤리 원칙을 일부 수립해놓았다. 2020년 미 국방부는 **5대 AI 윤리 원칙(책임, 공정, 추적 가능, 신뢰, 거버넌스)**을 발표하고, 모든 AI 무기 개발은 이 지침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NATO도 2021년 AI 전략에서 법규범 준수와 인간 개입 보장을 명문화했다. 이러한 원칙에 따르면, 피터 틸 계열 기업들도 제품 개발 단계에서 법률 자문과 윤리 검토 프로세스를 내재화해야 한다. 일부 기업은 외부 윤리자문위원회를 두고 있다고 공개하기도 한다.
또한 국가전략 차원에서는, 기술개발과 윤리 간 균형 있는 투자가 필요하다. AI 무기 경쟁에서 뒤처질 수 없다는 이유로 무제한적 개발을 허용하면 향후 국제정치적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이 미국을 비난하며 자율무기 글로벌 금지 조약을 주도할 경우, 여론전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따라서 **미국 등 서방이 스스로 적절한 제한선을 지키면서도 기술 우위를 확보하는 “줄타기”**가 요구된다. 이는 핵무기 개발 시절 오펜하이머 딜레마와도 유사하다. 강대국들은 기술의 파괴력을 알면서도 개발을 멈추지 않았지만, 동시에 **통제장치(핵규범, 군축협상)**를 마련하려 애썼다. AI 무기 분야도 궁극적으로 비슷한 길을 갈 가능성이 높다.
피터 틸의 철학은 **“우리가 하지 않으면 적이 한다”**는 냉혹한 현실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이것이 완전히 틀렸다고 보긴 어렵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가치를 옹호하기 위해 출발한 기술이 민주주의의 규범을 훼손한다면 본말이 전도될 수 있다. 틸 계열 기업들은 현재까지는 자율무기 문제에 대해 국가 정책에 따르는 “기술 공급자” 입장을 유지하며 스스로 윤리적 책임을 제한하려 한다. 하지만 기술력이 막강해질수록 그들의 영향력도 커져, 정책 형성에도 목소리를 내는 이해당사자가 될 것이다. 실제로 이들 기업 경영진은 미 국방부 자문위원, 입법 로비 등으로 정책에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산업계와 군, 시민사회가 함께 윤리 기준을 논의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AI 윤리 검증을 위한 독립기구 설치나, 국제 협약 추진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피터 틸식 혁신철학은 전장에서 유효성을 입증했지만, 그 성공이 지속되려면 윤리적 정당성도 함께 담보되어야 한다. **“악마의 손아귀에 들어가기 전에 우리가 먼저 붙들자”**는 논리는 행동을 정당화하지만, 행위의 결과가 새로운 윤리적 문제를 만들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틸 계열의 기업들과 서방 군사전략가들은 이 양날의 칼을 의식하면서, 기술과 윤리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이는 단순한 도덕 논쟁이 아니라, 기술패권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VII. 주요 동맹국의 대응 전략 비교: 미국, 영국, 호주, NATO, 한국
미국의 피터 틸 계열 방산 AI 기업들의 부상은 동맹국들에게도 커다란 파급효과를 미쳤다. 미국과 긴밀한 안보 협력을 맺고 있는 국가들은 한편으로는 이러한 신기술을 적극 도입하거나 공동 개발하려 노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자국 역량을 강화하고 전략적 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본 장에서는 미국, 영국, 호주, NATO, 한국 등 주요 우방국들의 대응 전략을 비교해본다. 각국의 접근법에는 안보환경, 산업기반, 대미 관계 등의 차이가 반영되어 있어 흥미로운 대비를 이룬다.
1. 미국: 혁신 주도국으로서의 적극적 육성
미국은 말할 것도 없이 이 새로운 국방기술 물결의 진원지이자 최대 수혜자다. 국방혁신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대부분 미국 스타트업이며, 미 정부는 이들을 자국 전략자산으로 인식하고 적극 활용·보호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DIU, AFWERX 등의 창구를 통해 미군은 신속히 Palantir 등의 기술을 시범 적용했고, 실제 성과가 확인되면 수의계약이나 프로그램 편입으로 대량 구매에 나서고 있다. 예시로, 미 육군은 2019년 DCGS-A 정보시스템 개량사업에서 Palantir의 플랫폼을 채택하여 수억 달러 규모 계약을 체결했고, 미 특수전사령부는 Anduril의 반드론 체계를 수백 대 구매하여 해외 미군기지 방어에 활용하고 있다. 또한 미 국방부는 **JAIC(Joint AI Center)**를 설립해 군 내 AI 프로젝트를 총괄하며, 여기에 민간 AI 업체들을 다수 참여시켰다. 예산 측면에서도 2024년 미 국방예산 중 R&D에는 사상 최대인 1450억 달러가 책정되었고, 이 중 AI, 자율, 네트워크 분야에 상당 부분이 할당되어 스타트업들과 계약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전략은 크게 두 갈래다. 첫째, 국내 혁신기업을 육성하여 중국 등 경쟁자를 압도한다. 이를 위해 민-군 기술경계 제거, 규제 완화, 정부-산업 정보공유 등을 장려한다. 실리콘밸리 인재들이 국방 분야로 쉽게 이동할 수 있게 장려하고, 반대로 군사기밀을 민간 전문가들과도 부분 공유해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구글 등 대기업이 국방 AI 프로젝트 참여를 꺼린 사건(2018년 Maven 프로젝트) 이후, 미군은 스타트업 중심의 대안 생태계를 적극 키웠고, 이는 Palantir 등에게 기회로 작용했다. 둘째, 동맹 네트워크를 통해 기술적 우위를 증폭시킨다. 미국은 혼자만 앞서나가기보다, 믿을 수 있는 동맹들과 신기술을 공유함으로써 집단적 우위를 추구한다. AUKUS 협정은 대표적으로 원자력잠수함 분야 외에도 AI, 퀀텀, 사이버 등 첨단기술 협력을 주요 Pillar로 포함하고 있다. 2023년 미-영 정상회담에서는 **“Atlantic Declaration”**을 통해 국방기술 협력을 약속했고, NATO와 일본, 한국과도 각각 AI 협력 채널을 운용 중이다. 이로써 미국은 자국 기업 제품의 해외 시장을 확대하고 동맹의 역량 강화도 도모한다. 다만 미국은 핵심 기술은 통제하되, 응용 분야에서 상호운용성 증진을 위한 개방을 선택하는 전략적 접근을 보인다.
2. 영국: 동맹과 자립을 병행 모색
영국은 전통적으로 미국과 밀착한 안보협력을 해왔고, 5Eyes 정보동맹의 일원으로서 미국산 기술 수용에 거부감이 적은 편이다. 실제로 영국군은 2010년대 아프간·이라크에서 미군과 함께 Palantir 소프트웨어를 운용한 경험이 있고, 이후 영국 국방부도 Palantir을 공식 도입하여 데이터 통합 플랫폼으로 활용했다. Anduril도 2022년 영국에 지사를 설립하고 국방부와 실험 사업을 진행, 국경 감시와 해안 보안에 일부 기술을 제공했다. 영국 정부의 AI 전략은 “2030년대까지 세계 최고의 AI 강국 중 하나가 되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으며, 국방 영역에서도 2022년 국방 AI 전략을 발표하여 AI 윤리 준수 하에 신기술 채택 가속화를 천명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DSTL(국방과학기술연구소)**과 새로 신설된 국방 AI 센터가 중심이 되어 영국군의 AI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영국의 대응 특징은 국내 역량과 미국 협력을 병행하는 것이다. 우선 국내 방산전자업체인 BAE Systems, QinetiQ 등이 AI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하고,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DASA – Defence and Security Accelerator)을 통해 영국 내 벤처들의 국방 R&D 참여를 지원한다. 예를 들어 영국 스타트업 Tractable은 군용 이미지 분석 AI를 개발했고, Hadean은 대규모 전투 시뮬레이션 엔진을 MOD에 제공하고 있다. 또한 영국은 유럽 국가들과의 협력에도 열려있어, 프랑스 등과 공동으로 **Future Combat Air System(FCAS)**이나 드론 스웜 프로젝트 등을 추진한다. 다만 EU 탈퇴 이후 방산협력은 다소 조정 중이다.
미국과의 협력 측면에서는, AUKUS 및 미-영 특별관계를 통해 최신 기술을 공유받는 채널을 적극 활용한다. 영국은 Palantir나 Anduril 같은 미국 솔루션에 비교적 거부감이 없고, 오히려 안보 능력 강화에 필요하다면 상용 기술도 기꺼이 도입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영국 공군은 노후 전투기 템페스트 개발에 AI 조종사 개념을 포함했는데, 이것이 미국의 사례를 참고한 것이다. 또한 영국군은 미군과 합동훈련 시 이들 스타트업의 기술을 함께 사용하며 상호 운용을 연습한다. NATO 틀 내에서도 영국은 DIANA 본부를 런던에 유치하고 (공동 본부 하나는 캐나다에), 자국 스타트업 10여 곳이 2025년 NATO 프로그램에 선정되는 등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요약하면, 영국은 **“미국과 함께 가되, 자체 기술 기반도 키운다”**는 전략이다. 미국처럼 거대한 스타트업 풀은 없지만, 강력한 전통 방산업과 학계를 연결해 틈새 영역에서 독자 기술을 확보하려 한다. 동시에 미국의 Palantir, Anduril 기술도 적시에 가져와 전력에 활용함으로써 안보공백을 막는 실용주의를 보인다. 영국에게 관건은 국방예산의 한계인데, 방산 스타트업 기술 도입이 비용 대비 효과적이라 판단되면 더욱 광범위하게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3. 호주: 신속 도입과 주도적 실험
호주는 지리적으로 중국의 부상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인도-태평양 최전선 동맹국으로서, 미국 다음으로 공격적으로 신기술 군사 도입을 추진하는 나라다. 특히 인구와 산업 기반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외부 기술을 빨리 받아들이고 현지화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호주는 2020년대 들어 국방예산을 대폭 증액하며, 자율무인기, 로봇, AI 지휘통제에 투자를 집중했다. 2021년에는 호주 국방 AI 센터를 설립하고 관련 중기계획을 수립했다.
호주는 미국 Anduril의 첫 해외 진출 성공 사례로 꼽힌다. 2022년 호주 국방부는 Anduril과 계약을 맺어 대형 자율수중잠수정(XLUUV) 개발을 맡겼다. 이는 “Ghost Shark”라는 프로젝트로, 미 해군보다도 앞서 민간 스타트업에 전략 무인잠수함 개발을 맡긴 혁신적 조치였다. 그 결과 Anduril은 멜버른에 공장을 세우고 현지 엔지니어를 고용하여, 불과 18개월 만에 시제기 투입에 성공하는 성과를 보였다. 이처럼 호주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신기술을 조기에 시도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 외에도 호주는 여러 드론 및 자율체계 스타트업 제품을 테스트 중인데, Shield AI의 V-BAT도 해군 함정에 시험적으로 운용해보고 있고, 플레임스페이스(Flamespace) 등의 미호주 합작 기업을 통해 전장 데이터 플랫폼도 구축하고 있다. Palantir는 이미 호주 정보기관에서 사용 중이며, 국방부도 협력 관계다.
호주의 전략적 위치 때문에, AUKUS 협정에서 AI 및 사이버 분야 협력이 호주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호주는 미·영과 함께 AI 프로젝트를 공동 연구하고, 결과를 세 나라 모두 공유하는 모델을 그리고 있다. 자체 방산기업으로는 EOS라는 기업이 드론유탄 발사시스템, **DSTG(국방과학기술단)**이 AI 알고리즘 개발에 힘쓰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국내 산업이 미약하여 동맹 기술 수용에 주력한다. 이를 통해 중국과의 안보 격차를 유지한다는 계산이다. 중국 역시 남중국해에서 드론과 AI 활용을 늘리고 있어, 호주로서는 시간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요약하면, 호주는 속도와 동맹 공조를 핵심으로 한 대응 전략을 구사한다. Anduril의 신기술을 선제 도입한 것은 호주군이 기존 규격과 절차를 깨고 유연해졌음을 상징한다. 물론 외국 기업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은 부담이지만, 이를 현지 생산과 기술이전 조건으로 완화하려 노력 중이다. 호주는 소수정예 강군화 목표에 따라 AI 및 자율 전력을 배가하고 있으며, 미국-호주-영국을 하나의 기술권으로 묶는 데 주도적 역할을 맡고 있다.
4. NATO 및 유럽: 통합 플랫폼 구축과 규범 형성
NATO는 30개국으로 이뤄진 연합인 만큼, 회원국 각자의 방산 AI 역량 차이가 크다. 독자적으로 미국이나 영국만큼의 스타트업 군을 보유한 국가는 거의 없지만, 회원국의 민간 기술을 공유자산화하고 동맹 차원의 표준과 규범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앞서 언급한 DIANA(Defence Innovation Accelerator for the North Atlantic)는 2022년 런칭하여 2023~24년 시범운영을 거쳤고, 2025년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DIANA는 NATO가 지정한 도전과제를 해결할 스타트업을 공개 모집하여, 테스트베드와 멘토링, 투자 연결을 지원한다. 2025년 3월 기준 10여 개 혁신기업이 2단계 지원 대상에 선정되었는데, 분야는 AI, 자동화, 에너지 등 다양하다. NATO는 또한 전략적 참조체계로 AI에 대한 공동원칙을 수립했다. 2021년 발표된 NATO AI 전략 문서는 **“책임있는 AI 사용”**과 동맹 간 상호운용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곧 회원국들이 Palantir나 Anduril 같은 외부 기술을 도입할 때 공통 기준을 지켜 상호 운용성을 확보하라는 메시지다.
유럽 개별국으로 보면, 프랑스, 독일 등은 미국산 솔루션 일변도에 대해 경계심이 있다. 프랑스는 Palantir 도입을 두고 내부 논쟁이 있었고, 자체 대안을 개발하려 했으나 성과가 제한적이었다. 다만 사이버방어나 드론군집 등 부분적으로 강점을 지닌 스타트업들이 존재한다. 유럽연합 차원에서는 PESCO 프로그램을 통해 회원국 간 공동 AI 연구를 지원하고, **EDA(유럽방위청)**에서 AI 신기술 워게임을 개최하기도 했다. 그러나 규모나 속도 면에서 미국을 따라가기 어려워, NATO 틀에서 미국과 협력하는 것이 현실적 선택이다.
NATO 동맹국들에게 미국의 Palantir, Anduril은 양날의 존재다. 한편으론 검증된 뛰어난 기술이기에 써야 하지만, 동시에 미국 정보에 종속될 수 있어서다. 예컨대 NATO군이 Palantir 플랫폼으로 데이터를 공유하면, 이는 미국이 들여다볼 수 있고, 반대로 미군 시스템과 통합되지 않으면 애로가 생긴다. 결국 신뢰와 이익의 균형이 핵심이다. 현재로선 러시아 위협이 크기에 대부분 적극 수용하는 분위기다. NATO는 “one network” 구상을 갖고 미·영의 OS를 NATO 전체로 확대 적용하려 할 수 있다. 다만 정책적으로 특정 기업에 의존하지 않도록 인터페이스 표준화와 공개 프로토콜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5. 한국: 선진 기술 흡수와 자주 역량 구축 사이
한국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지만, 동시에 국방기술의 상당 부분을 국산화해온 나라다. AI 군사혁신에 있어서도 해외 기술 도입과 국내 개발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군은 아직 Palantir나 Anduril 같은 서구 스타트업 솔루션을 대규모로 도입하지는 않았다. 다만 관심은 높아서, 미군 협조 하에 합동지휘통제체계에 AI 기능을 접목하는 시험을 진행 중이고, 한미연합훈련에서 미국의 AI 자산과 연동 훈련도 일부 이뤄졌다. 또 한국 방사청 등은 글로벌 방산 스타트업 동향 분석을 통해 국내 적용 가능 분야를 물색하고 있다.
한국의 강점은 세계적인 ICT 인프라와 인재 풀이다. 민간 대기업들(SK, 카카오 등)도 AI 연구를 선도하고 있어, 이를 국방에 흡수하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한화시스템은 드론 AI 영상인식 기술을 개발하고, LIG넥스원은 AI 지능형 탄약, KAIST 등 학계는 군집드론 경연대회에서 우승할 정도의 알고리즘 역량을 보였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위원회 산하에 국방 혁신위원회를 별도로 두고 국방 AI·드론봇 전력 계획을 수립했다. “국방혁신 4.0” 구호 하에 2030년까지 유의미한 AI 전력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국은 AI 군사기술에서 미국보다 3~5년 이상 격차가 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해외 파트너십을 적극 활용하려 한다. 앞서 언급했듯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Shield AI에 투자하여 지분을 확보했고, KAI는 Shield AI와 AI 조종사 협력을 맺었다. 이는 한국이 공중전 AI 분야에서 우회적 학습효과를 얻으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또한 한국군은 미국과 SCI협정(정보공유약정)을 통해 미국의 최신 기술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채널을 보유하고 있어, Palantir 등의 작전 활용 교훈을 공유받을 수 있다. 다만, 한국이 동맹국 기술을 도입할 때는 북한, 중국 등 주변국 정세도 고려해야 한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때처럼 중국이 반발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AI 분야는 그보단 은밀하고 소프트웨어적이므로, 비교적 눈치 보지 않고 채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의 대응전략은 **“동맹 기술+국산 플랫폼”**으로 요약된다. 즉 필요한 부분은 해외 기술을 사오되, 전체 체계 통합은 한국형으로 하려는 것이다. 예컨대 한국형 합동지휘통제 체계에 Palantir와 유사한 기능을 넣되, 민감 정보는 자체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식이다. 또한 KF-21 보라매 등 차세대 전투기에 AI 조종 보조를 탑재하는 연구를 진행 중인데, 이를 위해 KAI가 미국과 손잡고 학습을 가속화한다. 한국군은 미래 전장 운영체제 경쟁에서 미국계가 우세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호환성을 유지하면서 한국이 공동개발에 일부 참여하는 경로를 선호한다.
요약하면, 한국은 미국 주도 혁신을 쫓아가면서 선택적으로 독자화하는 전략이다. 한미동맹의 신뢰수준이 높아 이러한 접근이 가능하며, 미측도 한국을 인도태평양 핵심 파트너로 인식해 기술공유에 비교적 전향적이다. 중요한 건 속도와 투자규모다. 한국이 민간 IT강국이라도, 국방 AI 투자는 아직 선진국 대비 부족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민간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국방에 수용하는 창업경진대회(Defense AT&D) 등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以上各国 사례를 종합하면, 미국이 압도적 선도, 영국·호주 등 핵심 동맹은 적극 수용자 겸 파트너, NATO는 조율자, 한국 등 주요 동맹은 맞춤형 추격자의 모습을 보인다. 공통적으로 서방 동맹은 미국의 기술적 이니셔티브를 환영하는 분위기이며, 동시에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나름의 전략을 편다.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국면에서, 이들 동맹의 단결과 상호보완은 서방 전체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피터 틸 계열 AI 방산기업들은 이러한 동맹 네트워크의 힘을 업고 더욱 영향력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결론 및 제언: 향후 5~10년 글로벌 기술패권 시나리오
미래 5~10년은 앞서 논의한 방산 AI 혁신이 본격적으로 전장에 구현되고, 글로벌 기술패권의 판세를 가를 결정적 시기가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피터 틸 계열의 Palantir, Anduril, Shield AI 등이 이끄는 서방 국방기술 생태계는 상당한 우위와 모멘텀을 확보했지만, 지속적인 성공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도전과 변수를 관리해야 한다. 본 결론에서는 주요 시나리오를 전망하고,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에게 정책적 제언을 제시한다.
1. 예상 시나리오:
• 시나리오 A: 서방 신흥 방산기술 연합의 패권 확립 – Palantir, Anduril, Shield AI 등 신세대 국방 기업들이 주류 방산업계로 부상하여, 이들의 플랫폼과 무기가 서방 동맹군에 광범위하게 채택되는 상황이다. 이 경우 미군을 중심으로 전장 운영체제 표준화가 이뤄지고, 동맹국들도 공동 OS를 사용해 연합작전 완전 통합이 가능해진다. AI 드론편대, 실시간 데이터합동망 등이 작전의 일상적 일부가 되고, 군사 의사결정 대부분에 AI 보조가 자리잡는다. 이러한 기술적 우위는 중국, 러시아군과의 격차를 크게 벌려 억제력 증대로 이어진다. 이 시나리오에서 서방은 기술패권 수성에 성공하며, 피터 틸 철학의 기업들은 차세대 록히드 마틴 격으로 성장해 국방산업 지형이 재편된다. 다만 부작용으로 전통 방산업체 일부는 도태되거나 이들과 합병되어 산업 구조조정이 일어난다.
• 시나리오 B: 기술경쟁의 교착과 다극화 – 서방의 혁신 속도에 중국 등 경쟁국도 빠르게 대응하여, 일방적 우위까지는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중국은 자체적으로 **대형 기술기업(예: 화웨이, 텐센트)**과 군 연구기관의 협력을 통해 유사한 전장 OS와 AI 무인전력을 개발, 실전 배치한다. 예컨대 중국판 Palantir가 등장하거나, 중국이 AI 드론물량으로 대응해오면, 국방 AI 분야가 다시 균형 상태에 놓일 수 있다. 또한 일부 기술은 확산되어 이란, 북한 등에도 상용 드론+AI팩 형태로 퍼져나가 비대칭 위협이 증가한다. 이 경우 서방은 여전히 기술상 우세하나 결정적 격차는 아닌 상태에서, 실전 운용 교리와 동맹협력의 질적 우위로 승부해야 한다. 피터 틸 계열 기업들은 일정 시장을 확보하지만, 전세계적으로 미국계 OS와 중국계 OS의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제3국에선 둘 다 아닌 독자노선을 취하는 곳도 생긴다. 예컨대 인도나 프랑스가 자체 플랫폼을 유지하며 미국/중국과 상호운용 가능한 어댑터만 쓰는 식이다. 기술패권은 미-중 간 장기 경쟁으로 지속되고, 명확한 승자는 없는 냉전형 구도가 된다.
• 시나리오 C: 혁신 둔화 또는 역풍에 의한 제약 – AI 군사혁신이 예상보다 내부적 한계나 외부적 제약에 부딪혀 속도가 느려지는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윤리적 반발과 규제가 강해져 자율무기 금지 국제협약이 체결되거나, 주요 국가 입법으로 인공지능 군사 사용에 엄격한 제한이 생기면, 이들 스타트업의 활동 폭이 줄어든다. 또는 기술 자체가 실전에서 생각만큼 성과를 못 내는 경우도 있다. AI가 오인사격 사고를 치거나 사이버전에 취약함이 드러나면, 군 지휘부가 신뢰를 보류하고 재검토에 들어갈 수 있다. 또 하나는 경제적 요인으로, 거시환경 악화로 벤처투자 거품이 꺼지거나 방산예산이 긴축되면 스타트업들이 위축될 가능성이다. 이런 시나리오에서는 국방 AI 혁신은 점진적 개선에 머물고, 전통 방산업체들의 혁신적응에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 피터 틸 철학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새로운 **“테크 냉소주의”**가 등장할 수도 있다. 패권 경쟁은 AI보다는 여전히 재래전력, 핵억지 등의 영역에 의해 좌우되는 양상으로 회귀한다.
현실은 아마 위 시나리오들의 혼합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단기(5년 내)**에는 시나리오 A에 가까운 흐름, 즉 서방 주도의 기술 우위가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서방이 AI전쟁 경험을 쌓았고, 중국은 아직 실전 경험이 없다. 미래 5년간은 Palantir 등이 서방군 전력에 깊숙이 파고들 것이며, 중국·러시아는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완전 따라잡긴 어려운 기간이다. **중기(10년 내)**를 보면 시나리오 B 요소가 커질 수 있다. 중국도 2030년대 초 **‘세계 AI 1위 국가’**가 되겠다고 공언했고,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따라서 10년 시계열에서는 미·중 모두 AI 군사기술을 거의 모든 분야에 적용하게 되고, 신무기와 신전략이 백가쟁명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시나리오 C는 결정적 변수 발생(예: AI 대참사)이 있어야 하는데, 확률은 낮지만 대비는 필요하다.
2. 전략적 제언:
(1) 동맹 차원의 기술협력 극대화: 서방 동맹국들은 미국의 혁신 에코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면서도 자국 기여를 늘려 윈윈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을 비롯한 중견국들은 Palantir, Anduril 등이 주도한 전장 OS 표준에 일찍 올라타는 것이 상호운용성 확보에 유리하다. 동시에, 자국 기업과 인력이 이 생태계에 참여하도록 독려함으로써 성과를 공유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 스타트업이나 연구기관이 NATO DIANA 프로그램에 응모하거나, AUKUS 기술협력에 observer로 참여하는 등 국제 공동 R&D에 자리할 필요가 있다. 미국도 동맹의 역할 확대를 환영하는 분위기이므로, 정보공유 수준을 높이고 공동 프로젝트 예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조율해야 한다. 다자 간 센터 구축(예: 한-미-호 AI 시험장)도 고려할 수 있다.
(2) 윤리 및 규범 선도: 서방은 자유민주 진영의 강점인 **규범력(normative power)**을 활용하여, 책임 있는 AI 군사사용 원칙을 국제사회 표준으로 밀어야 한다. 이는 정당성 확보와 중국 등 권위주의 진영 견제 모두에 도움이 된다. 앞서 미국과 NATO가 발표한 AI 윤리원칙을 구속력 있는 조약이나 행동강령으로 발전시키는 노력이 요구된다. 한국도 유엔 차원의 논의에 적극 참여하여, 국제규범 형성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 또한 각국 국방부 내에 AI 윤리검토 위원회를 두어 신기술 도입 시 사회적 검증을 거치는 절차를 마련하면 대내적 정당성을 높일 수 있다. 기술 발전 vs 윤리 우려의 균형점을 찾아 제도화함으로써, **시나리오 C(역풍)**의 가능성을 낮춰야 할 것이다.
(3) 종합적인 첨단기술 투자와 인력 양성: AI만 단독으로 혁신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클라우드 컴퓨팅, 양자기술, 반도체, 로봇공학, 우주 인프라 등 인접 영역과 함께 발전해야 시너지와 우위가 생긴다. 미국이 거대 예산으로 전방위 투자하는 이유다.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도 국가 R&D 전략에서 국방과 민수를 연계해 AI+X 기술을 키워야 한다. 특히 반도체 칩 설계, AI 알고리즘 최적화, 로봇 플랫폼 제작 등 세부 분야에서 강점을 확보하면 글로벌 생태계에서 협상력이 올라간다. 이를 위한 인재 양성이 가장 근본인데, 군사전략·소프트웨어 양쪽을 이해하는 복합형 인재를 길러내는 프로그램이 시급하다. 예컨대 장교들을 대학 AI 석박사 과정에 보내거나, 민간 AI 전문가를 군무원/장교로 특별채용하는 등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4) 사이버보안 및 방어 대비 강화: 전장이 소프트웨어화될수록 사이버보안 취약성이 최대 약점이 된다. AI 체계에 대한 적의 해킹, 전자전 교란, 데이터 중독 공격 등에 대비해 포괄적 사이버 방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Palantir 등은 세계 최고 수준의 보안을 자부하지만, 동맹 전체로 보면 가장 약한 고리가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따라서 동맹 간 사이버 연습을 정기화하고, 레드팀 공격 시뮬레이션으로 OS의 방어력을 점검해야 한다. 한국도 NATO 사이버훈련 등에 참여 범위를 넓혀 실전적 방어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다.
(5) 기술패권 경쟁의 거시적 관리: 마지막으로,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이 전면 대립으로 치닫지 않도록 관리할 지혜가 요구된다. AI 군비경쟁이 안보 딜레마를 악화시켜 오판이나 충돌을 유발하지 않도록, 소통 채널과 안정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미·중 간 군사 AI 사용에 관한 위기관리 대화를 시도하거나, 우발적 충돌 방지 프로토콜(예: 자율무기 오작동시 회피 절차)을 정하는 등 노력이다. 한국과 동맹국들은 강대국 사이 중견국으로서 이러한 가교 역할도 염두에 둘 수 있다. 기술패권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더라도, 그것을 현명하게 유지하며 평화와 안정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진정한 전략적 승리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피터 틸의 철학과 그 산물인 방산 AI 스타트업들은 이미 서방의 군사력 구성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향후 5~10년 내 그 영향력이 더욱 증대될 전망이다. 이들은 Zero to One의 정신대로 전혀 새로운 전쟁 수행 방식을 창조해내고 있고, 서방 동맹은 이를 통해 기술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적 우위는 영원하지 않으며, 윤리와 전략의 복합 방정식 속에서 관리되어야 한다.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은 이러한 변화를 정확히 인식하고, 능동적이고 책임있는 참여를 통해 국가안보와 국제평화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미래 전장의 승리”**는 곧 **“기술패권의 승리”**와 직결되며, 이에 대비하는 통찰과 실행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