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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일 몽상가 Feb 27. 2021

어색한 본연의 나...

나를 잃어버리다..


지난주 토요일이었다.

토요일마다 만나는 A 씨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목소리 음색과 톤이 참 좋아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가게는 주말임에도 한가했고,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 문득 'A 씨 노래 잘해요?'라고 뜬금없는

질문을 하였더니 옆에서 C가 '남의 남자 노래실력이 왜 궁금해?' 하였다.

'저 노래 못해요...' A 씨는 목소리에서도 정직, 성실, 겸손이 묻어나는 사람이다.


그렇게 노래실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옆에 있던 B에게 '넌 노래 잘해?' 물었더니

'기가 막히지~' 라며 B스러운 자신감을 보였다.

한바탕 다 같이 웃다가 B가 이번엔 나에게 물어왔다.

'넌 노래 잘해? 넌 대체 뭐 잘하냐?'

'아니, 노래 못해. 춤도 못 추고.. 딱히 잘 하는 게 없다. 그나마 글쓰기? 는 좋아해!'라고 했더니,

옆에서 A 씨가 '오~ 글쓰기를 잘 해요?'

'네, 전공이 그런 거라 잘 쓴다기보다는 좋아해요.'

'전공이 뭔데요?'

'극작이에요, 희곡 대본이나 영화 시나리오, 드라마 작가들이 쓰는 그런 글... 예대 나왔어요..'

'오, 좋은 학교 나오셨네요!'

옆에서 B는 '공부 잘했나 보다?'


그렇게 대화가 마무리되고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넌 대체 뭘 잘하냐?'라는 질문의 의미를...

내가 일을 어리바리하게 했나? 나의 실수가 많았나? 나 뭐 하나 잘 하는 게 없어 보였나?

수많은 생각을 하며 요즘 부쩍 낮아진 자존감이

내 스트레스의 원인이란 결론에 다다랐다.

그 생각이 끝나자 이번엔 또 '난 과연 글쓰기를 잘 하나? 글다운 글을 써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는데....' 그렇게 순간 내가 한심해졌다.


며칠이 지난 어제, D언니를 만나던 날 또 그렇게 나의 전공과 내가 좋아하던 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나 나는 또 나의 이야기를 하며 부끄러워졌다.


선생님과 나눈 글쓰기의 힘에 대한 이야기에 충분히 공감하고 왔으면서도 나는 당체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지금의 내가... 요즘 나의 관심사가, 그리고 내가 읽는 책들이 늘 엄마 그리고 육아 오직 그 카테고리 내에 있기에 지금 내 인생에서 '엄마'라는 타이틀을 빼면 과연 온전한 나는 몇 프로나 남아있을까 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는 분명 그 소재를 빼고 나면 딱히 글을 쓸

소재가 없다고 여겨지는 지금의 현실을 확인하기가 싫었다.

나는 과연 무슨 글을 쓸 수 있게 될까?


분명 나의 긴 인생에서 엄마로 살아가는 이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그리고 생각지 못한 인생의 교훈을 얻고, 더 단단한

나 자신으로 견고해지고 있음을 확신한다.

그러나 나는 좀 더 나 자신에 초점을 맞추고 나 자신에 집중해 살고 싶다.

모든 엄마들이 희망하는 바가 아닐까?

그래, 몇 년만 더 참자! 분명 몇 년 후엔 이 시절이

뼈저리게 그리워진다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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