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시작

by 레슬리

2004년 2월


양손에 짐을 가들 들고 공항으로 향했다. 기내용 캐리어 하나, 이민 가방이라 불리던 큰 가방 하나.

처음으로 타보는 국제선이라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 조금은 미심쩍은 마음을 갖고 발권도 하고 짐도 붙였던 것 같다.


그렇게 나의 첫 번째 여행이 시작되었다. 집을 떠나는 것이 맞으니 여행이란 표현이 틀린 표현은 아니겠지만 좀 더 정확히 하자면 어학연수를 떠나는 길이었다.


대학에서 중문학을 공부하고 있을 때였는데, 대부분 2학년을 마치고 짧게라도 어학연수를 다녀오는 것이 일종의 기본 과정쯤으로 되어 있어서 나도 엉겁결에 어학연수를 떠나던 참이었다. 20년 전만 해도 중국이 한국보다 물가가 훨씬 싼 편이어서 학교 수업료도 체류비도 감당이 가능할 정도였고, 그 정도 비용은 그동안 알바 등으로 모아놓은 돈으로도 충분할 것 같아서 주변 친구들이 다 떠나는 틈에 나도 슬며시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이었다.


1년 동안 머물게 될 곳이니 여러 도시의 학교를 알아봤었는데 여러 후보지 중 다롄(대련)으로 가게 됐는데 이 도시로 결정하게 된 것에는 쾌적한 환경이 절대적인 이유였다. 당시 막 도시 개발로 정비가 되고 있던 곳이었고, 표준어를 사용하는 곳이었다(중국은 방언을 사용하는 지방이 많은데 방언마다 많이 달라서 말을 알아들을 수 없을 때도 많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제주도 방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또 어학연수를 가게 된 학교가 유학생을 많이 받는 곳이었고, 제일 중요한 물가가 그리 비싸지 않은 곳이었다.


사실 어학연수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대학에 들어가서 공부를 하다 보니 전공이 생각보다 나와는 맞지 않았고,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그 나라의 문화를 배우는 데에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참이었다. 그래서 일단 졸업이라도 하자 라는 마음으로 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주변 친구들이 한 두 명씩 어학연수를 떠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혹시 나도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비용이 크게 들지도 않을 것 같고 공부를 떠나 해외에서 살아보는 경험도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남들 다하는 건 해보자 싶은 마음에 뒤늦게 준비를 해서 떠나게 되었다.


그렇게 처음 해외에 나가게 된 곳이 다롄이란 도시였고,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쯤 걸리는, 짧은 노선 탓에 기내식도 삼각 김밥 하나만 나오던 곳으로 처음 여행 아닌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그리고 첫 해외 비행에서 가장 먼저 뱉은 말은 “물 맛이 이상해”였다.


특별히 물에도 맛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하던 때여서 기내식으로 나온 중국 브랜드의 생수를 마시곤 제일 먼저 든 생각이 바로 ‘이상해’였다. 평소 먹어오던 그런 맛이 아닌, 약간은 찝찔했던 그 맛.


그렇게 나의 첫 여행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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