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저녁은 안녕하십니까

Work! Life! Balance!

by 레슬리

요즘 중요하게 화두가 되는 것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워라벨’, 그리고 ‘저녁이 있는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워라벨, 즉 일(Work)과 생활(Life)의 균형(Balance)을 뜻하는 이 단어는 언제부터인가 직장인들에게 중요하게 여겨지는 가치가 된 것 같습니다. 그건 아마도 일만큼이나 자신의 생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의 변화에서 오는 데에 따른 것이겠죠.


일반적으로 9시 출근해서 6시 퇴근하는 9 to 6의 일상을 꿈꿉니다. 하루 8시간이라는 노동 시간은 법적으로 정해진 시간이기도 하죠. 그런데 그 법으로 정해진 시간이 형식적이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물론 이건 지금도 여전히 진행되는 현재진행형이기도 하고요.

지금은 예전에 비해 좀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업무시간이 긴 편입니다. 우리는 기본적인 업무 시간 외에 일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게 여겨진 사회에서 살아왔습니다. 일이 너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하는 날도 있었지만 하루 일과가 끝났는데도 퇴근을 안 하고 있는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퇴근을 제 때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죠. 야근을 해도 대부분의 회사는 기본임금에 야근 수당이 포함되는 포괄임금제를 적용하고 있어 별도의 야근 수당을 받지도 못하고 일을 하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저 역시 야근에 야근이 거듭되던 날들을 보내던 때가 있었습니다.

한창 일이 많았던 때, 야근은 일상이었습니다. 야근이 너무나 당연한 나머지 퇴근 시간쯤 되면 자연스럽게 저녁 식사를 주문하고 매일 배달 음식으로 저녁을 간단하게 해결하며 일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퇴근할 땐 지친 몸을 이끌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갑니다. 매일 야근은 했지만 저녁 식대와 교통비는 회사에서 지원을 해줘서 자비 부담은 없었지만 이런 지원조차도 되지 않은 회사들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다 그런 시간들을 오래 지속하게 되면서 결국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고, 퇴사를 하면서 야근의 일상을 끊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 뒤로는 회사를 옮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바로 ‘워라벨’이었습니다. 야근이 얼마나 있는지에 따라 회사를 선택하게 된 것이죠. 그러기 위해선 이 회사의 평판이 어떤지, 면접을 볼 때 회사의 분위기가 어떤지 가장 먼저 살펴보기도 했었습니다. 그렇게 9 to 6 를 지킬 수 있는 곳으로 이직을 하게 되었고, 새로운 회사에서는 퇴근 이후에는 회사 메일을 열어보지 않는, 회사와 개인을 분리하는 삶을 살고자 노력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일이 많거나, 갑자기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 생길 때는 때때로 야근을 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그 정도는 가끔 있는 경우라 이해하고 일을 하기도 했었는데요, 그보다 중요한 건 일과 삶을 분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예전엔 퇴근을 하고서도 무슨 일이 있을까봐 습관적으로 회사 메일을 접속해 보곤 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시점부터는 퇴근 후에는 메일을 보지 않기를 선택했는데, 그러면서 비로소 일과 삶이 나뉘는 것 같았습니다. 당장 급하게 처리를 해야 되는 일이라면 개인적으로 연락이 올 것이고, 그것이 아니라면 굳이 다음날 출근해서 해도 되는 일을 미리 메일을 통해서 볼 필요가 없었던 것이죠.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하루에 가장 긴 시간을 회사라는 공간에서 일을 하며 지내게 됩니다. 어쩌면 일이 우선시되는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런데 퇴근 후에도 일이 계속된다면, 나는 내 삶을 살아가는 존재이기보다 회사에서 일을 하기 위한 존재로만 인식될지도 모릅니다.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일부는 습관적으로 업무 외 시간에 연락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급한 일이 아닌데 굳이 퇴근 후에 연락을 합니다. 연락을 한 당사자는 본인 생각에는 급한 일이라, 혹은 잊어버릴까 봐 연락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런 연락 중에 실제로 급한 연락은 얼마나 될까요? 퇴근 이후는 개인의 시간이라는 인식 없이 당연하게 연락을 하지는 않았나요?


회사 일도 내 삶의 일부분이긴 합니다. 지금 나에게 중요한 일 중에 하나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회사가 삶의 전부는 아닙니다. 내 삶이 온전해야만 회사에서도 일을 할 수가 있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선 하루 종일 일만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회사는 조직원들에게 주인 의식을 가지라고는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조직원은 회사의 주인이 아닙니다. 그 ‘주인 의식’이란 말로 희생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나요? 일을 우선시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하루 종일 회사일에만 매달려 있다면 의식적으로 일과 나를 분리하는 연습을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퇴근 후에는 회사일을 잠시 잊고 나의 삶에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취미를 가져도 좋고 가족, 혹은 친구들과의 시간을 보내면서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시간을 조금씩이라도 만들어 보세요. 이렇게 일과 일상이 온전히 분리가 되어야만 다시 본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에너지를 채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 일상이 중요한 만큼 다른 동료의 일상이 중요하다는 것도 잊지 마셨으면 합니다.

조직별로 단체 채팅방이 하나씩은 있으실 거라고 생각되는데요, 퇴근 시간 이후엔 채팅방도 잠시 쉬도록 해주세요. 퇴근 시간 이후엔 메시지가 왔다는 알람조차도 스트레스일 수 있습니다.


워라벨을 지키는 것, 바로 저녁이 있는 삶일 것입니다. 그 저녁은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뜻하기도 하겠죠. 우리의 저녁을 위해 ‘워크’라는 스위치는 잠시 꺼두고 ‘라이프’의 스위치를 켜서 나와 가족들을 위한 시간을 꼭 지켜내시길 바랍니다.


내 삶과 일, 그 가운데 벨런스를 찾는 것.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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