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말이야

1956년생 장국영, 2001년생 레슬리

by LesliE

Prologue: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말이야


언젠가 ‘네가 좋아하는 건 뭐야’라는 질문에 바로 답할 수 있는 한국 사람은 얼마나 될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몇 년 전의 나는 그 질문 앞에서 늘 망설였다. 그 마음을 정말 ‘좋아함’이라고 불러도 되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에 내가 과거의 나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다면, 이 한마디를 전해주고 싶다.

‘슬리야, 우리 가볍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공부나 일을 마친 뒤, 넷플릭스를 보며 맥주를 한 캔 마시는 일. 창신동 언덕 끝에 있는, 나만 알고 싶었던 밥집과 카페를 찾는 일.(아쉽게도 2025년 12월 기준, 나만의 힐링 플레이스였던 그 카페는 사라져버렸다)
주말이면 버킷 리스트였던 펜싱을 하며 나날이 늘어가는 실력에 성취감을 느끼는 일. 어쩌면 그냥 방에 누워 말 그대로 푹 쉬며 체력을 충전하는 일. 이런 것들도 모두, 우리가 쉽게 말할 수 있는 ‘좋아하는 것’ 아닐까. 그럼 여기서 질문을 살짝 바꿔보자.


‘가장 좋았던 여행지나, 꼭 가보고 싶은 나라는?’


이 질문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미소가 먼저 떠오른다. 각자의 이유는 다르겠지만, 처음의 질문보다 훨씬 가볍게 답할 수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 책은 2001년생인 내가, 1956년생 장국영에게 빠지며 자연스럽게 홍콩이라는 공간 자체를 사랑하게 된 여행기를 담고 있다. 홍콩이라는 도시에 관심이 생겼을 무렵, 나처럼 장국영을 좋아하던 한 작가의 에세이를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을 읽으며 ‘나도 언젠가 저렇게 팬심을 담은 책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책 속에 등장하던 공간들을 하나씩 구글 지도에 표시해두었다. 이 글 역시, 나와 같은 이유로 홍콩을 찾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누군가는 말한다. ‘지금의 홍콩은 예전의 홍콩과 다르다’고, ‘그때의 분위기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라고. 하지만 나의 첫 홍콩은 2023년의 홍콩이었다. 그들이 기억하는 풍경은 내게 책과 기록 속에서만 존재하는 장면이었다. 그 말은 즉, 내게 크게 닿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나의 출생년도가 2001년인 것도 한 몫 했다)


많은 사람들이 변해버렸다고 말하는 홍콩이지만, 최근 들어 홍콩의 역사를 다룬 책들을 읽으며 그 말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이제서야 조금씩 깨달아가는 나이지만, 변해버린 홍콩 속에서도 내가 장국영이라는 사람의 발자취를 찾기위해 걸었던 침사추이, 해피밸리, 완차이 등의 기억들은 사라지지 않으니까. 그를 향한 나의 마음과 추억들을 기록하고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을 뿐이다.


아주 친한 친구와의 첫 만남은 오히려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들 한다. 그 말이 나에게도 해당되는 걸까. 사실 나는 홍콩과 장국영의 첫 만남이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때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꽤나 고생을 했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 속에서 여유를 찾기 쉽지 않은 요즘, 이 책이 사람들에게 잠깐이나마 숨을 돌릴 수 있는 책이 되었으면 한다.


“어린 애기가 어떻게 장국영을 좋아하게 된 거야?”라는 말도 좋고 (사실 마냥 어리다고만 할 수는 나이이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청춘이고 싶다. 그래서 언젠가 예순쯤 되면 이름 앞에 ‘호’를 붙여 ‘청춘 레슬리’로 활동명을 바꿀까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이야~! 이 공간 내가 그 영화에서 봤던 곳인데"하며 본인의 추억을 떠올리는 말도 좋고, "여기는 처음 보는데? 나중에 홍콩을 가게 된다면 한 번 가봐야겠다"라고 하며 과거의 나처럼 구글지도에 표시를 하게 되는 상황도 좋으니 말이다.


실제로 장국영을 본적도, 심지어는 TV에서 그를 본 적도 없지만(그가 세상을 떠날 당시 나는 만1세였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장국영을 사랑하는 2001년생의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장국영이 얼마나 나의 인생에 좋은 영향을 끼쳤는지, 그 덕분에 나의 일상들이 어떻게 행복해졌는지, 행복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 순간까지 모두 공유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조승연 작가가 한 말이 생각난다. "행복하게 사는 사람은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이다". 소확행이라고 하는,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들을 모두가 일상 속에서 찾아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머릿 속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홍콩의 모습이 그려지는, 어린 한 저자의 장국영 덕질 글을 엄마, 아빠의 미소를 지으며 바라볼 수 있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