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장국영에 대한 기억은 언제부터 였을까
장국영에 대한, 그리고 홍콩영화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며 ‘언젠가 홍콩은 꼭 가봐야지’라는 생각은 늘 마음 한 켠에 가지고 있었다. 다만 언제, 어떻게 떠날 것인지에 대해서는 한 번도 진지하게 계획해본 적이 없었는데, 나의 첫 홍콩 여행은 꽤나 급작스럽게 찾아왔다. 코로나19와 함께 세 번의 새해를 보낸 뒤 맞이한 2023년 2월 초, 어김없이 아비정전을 보고 있던 내 머릿속에 장국영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고 싶다는 단순하지만 낭만적인 생각 하나가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시선은 책상 위에 놓인 캘린더로 향했고, 진짜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을 찾아 뒤늦게 입학한 새내기 대학생이 될 예정이던 나는 고민할 틈도 없이 바로 2주 후에 출발하는 홍콩의 신규 항공사 그레이터베이의 항공권을 결제했다..
지금은 아는 사람은 아는 항공사가 된 그레이터베이 항공이지만(아쉽게도 2025년 그레이터베이 항공노선은 수요저하로 사라져 정말 아는 사람만 아는 노선이 되었다), 내가 출발할 23년도 2월만 해도 그레이터베이의 홍콩-서울/인천 노선은 한 달 전에 취항된 신규항공사였다. 그래서 그런지 항공편에 대한 정보도 없었고, 시기적으로도 위드코로나로 차츰 변해가던 시절이라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지는 않았다. 아무렴 어떠한가. 이제 비행기표도 예매했겠다. 그 다음은 홍콩에 대한 최신정보들을 찾아봐야 했다. 위드 코로나로 향하는 현재의 홍콩정책은 어떤지, 또 여행자가 알아놓아야 할 내용이 있는지. 지금은 홍콩 현지인 지인도 있고, 홍콩에서 거주하는 한국인 지인도 있지만 그 당시에 나는 홍콩에 사는 사람들과 연이 아예 없었던 터라 내가 의지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초록색의 검색창과 유튜브 뿐이었다. 근 2년간 해외여행이 막혔던 터라, 최신 정보를 찾아내기는 꽤나 어려웠지만 홍콩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의 블로그와 카페, 유튜브를 통해 현재 홍콩의 분위기와 정보들을 어느 정도 알아낼 수 있었다.
그 당시, 아시아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것이 강력 권고되었고, 몇몇 나라는 또 의무였는데 이는 홍콩도 마찬가지였다. 홍콩정부는 945일 만에 2023년 3월 1일에서야 마스크 착용의무를 해제하였는데, 다행히 나의 홍콩 일정은 2월 23일부터 3월 2일까지로 홍콩의 신선한 공기를 당당하게 마실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주어졌다. 3월 2일 00:40분의 비행기였기에 마스크를 벗고, 코와 입을 통해 온전한 홍콩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었던 기간은 단 하루였지만. 그건 나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랬기에 나는 온몸으로 홍콩의 느끼려 의식적으로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뱉기를 반복했다..
수많은 검색을 통해 위드코로나로 향하는 시기의 홍콩의 분위기를 알아냈으니 이제 내가 할 것은 벌써 20여 년이 흘러버린 홍콩의 시간 속, 희미하게나마 남은 그의 흔적을 찾아내는 일이었다. 우선 모니터 앞 메모장을 켜고, 나에게 [장국영을 찾아 떠난 2001년생의 홍콩여행]이라는 여행의 테마의 영감을 주었던 유진작가의 '홍콩, 장국영을 그리는 창'도 펼쳐놓았다.
'장국영이 홍콩의 자랑이라고 했던 페닌슐라 호텔의 천장'
'장국영의 핸드프린팅은 없지만,, 홍콩 유명 스타들의 핸드프리팅과 이름을 박아놓은 침사추이 스타의 거리'
'그가 생전 살았던 몽콕 애비뉴 32A'
'그의 콘서트가 열렸던 홍콩에서 2번째로 큰 홍함체육관'
'장국영이 주연으로 나온 아비정전영화에서 아비(장국영)의 아지트로 나왔던 퀸즈카페'
수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다행히도 그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 꽤나 남아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또 언제 어느 곳이 화양연화의 골든핀치 레스토랑으로 나와 많은 홍콩영화 덕후들에게 필수 방문지가 되었던 노스텔지아처럼. 폐업하기 전, 방문하지 못해서 너무 아쉬운 장국영의 단골 딤섬집 예만방(譽滿坊)처럼 사라질지 모르니 말이다.
지금은 완전한 계획형(J)가 되었지만, 그 당시의 나는 꽤나 즉흥적인(P) 모먼트가 있었기에 구역별로 정해놓은 이정도 리스트면 충분했다.
중간중간에 이젠 홍콩을 갈 일이 생길 때마다 필수 코스가 되어버린 스탠리, 리펄스 베이를 방문하기도 하였고, 백종원의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에 나온 맛집을 방문하기도 하였지만. 위에서 본 내가 방문한 리스트처럼 내 첫 홍콩여행 방문장소의 80이나 90%는 장국영과 연관되어 있는 장소였다.
후, 이제 준비가 끝났다. 정말 떠날 때가 된 것이다.
나의 영원한 아이돌, 나의 영원한 연예인, 장국영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