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장소, 다른 시간 장국영의 모든 것이 담긴 만모사

Chapter 3. 홍콩 섬에서 장국영 찾기

by LesliE

홍콩은 특정한 국교가 있지 않다. 그 대신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고 있는데, 중국의 영향으로 불교와 도교를 믿는 사람들이 특히 많다. 서울의 약 1.8배인 홍콩에는 무려 360여개의 사원이 있다고 하는데, 홍콩을 걷다보면 심심치 않게 도교 사원들을 만나 볼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다. 나 역시 홍콩에 방문할 때면 적어도 두세 곳의 사원은 꼭 들리곤 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자주 찾는 곳은 센트럴에 위치한 홍콩 최고의 도교 사원, '만모 사원'이다.


만모 사원는 1847년 건축되어 학문의 신 만총과 재물의 신 관우를 모시고 있는 사원이다. 관광지로 유명한 소호나 셩완과 가까운 할리우드 로드에 위치하고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사원이기도 하다. 만모 사원은 총 3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왼쪽부터 만모 사원, 열성궁, 공소라고 부른다. 열성궁은 하늘의 모든 신을 모시는 공간, 공소는 예전 법원으로 쓰였던 곳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동네 사람들의 회의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사원 뒤편으로는 홍콩 특유의 고층 빌딩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데, 내가 홍콩에서 좋아하는 풍경 한 장면이도 하다. ‘마치 ‘과거와 현재가 한 장면 안에 공존하는 듯한 풍경’이랄까? 이 또한 홍콩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일 것이다. 조심스레 만모 사원에 발을 들이자 어김없이 코끝으로 향 냄새가 훅 끼쳐왔다.


향과 관련해 최근 알게 된 이야기가 하나 있다. 홍콩 사람들은 향이 타며 피어오른 연기가 하늘로 올라 옥황상제에게 닿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믿는다고 한다. 그들은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가족과 친구들의 건강이었을까, 아니면,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 그 자체였을까. 어쩌면 소원은 내용보다 그렇게 빌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을지도 모른다. 이 문장을 쓰다 보니,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소원을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도 만모 사원을 방문할 때면, 살며시 소원을 빌고 나오곤 한다.


이쯤에서 만모 사원에 대한 설명은 마치도록 하고, 내가 수많은 사원 중에서도 이곳 만모 사원을 자주 찾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그 이유는 1999년 출간된 <레슬리의 모든 것>이라는 장국영 화보집의 촬영지가 ‘만모 사원’이기 때문이다.


[1999년 일본에서 출간된 화보집 ‘레슬리의 모든 것’ 中]

개인적으로 이번 여행처럼 테마가 있는 여행을 하거나, 전시나 미술관을 찾을 때면 한 공간에 꽤 오래 머무르는 편이다. 미술관에서는 화가가 이 그림을 그렸을 장소와 그 순간의 모습을 상상하며 작품을 감상하는데, 아마 유화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도 붓질의 질감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어디서부터 시작해 어디서 끝났는지를 직관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만모 사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인터넷으로 보아왔던 화보집 속 장면과 눈앞의 만모 사원을 겹쳐보며, 내가 좋아하는 장국영이 이곳에서 이런 포즈로 서 있었겠구나 하고 혼자 상상해 보았다.


‘같은 공간, 다른 시간’


내가 붙인 사진의 이름이다. 20년이 넘는 시간의 간극을 두고, 나는 그가 서 있었던 그 자리에서 서있었다. 글을 작성하며 사진을 자세히 보니, 아쉽게도 그가 서있던 공간과 내가 서있던 공간이 똑같은 위치가 아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중간 건물인 열성궁에서 사진을 찍었고, 그는 메인 건물인 문무묘에서 촬영을 한 듯했다. 아무렴 어떠한가. 그가 이곳 만모 사원에 방문했었다는 것은 확실하고, 나 역시 오직 그의 흔적을 찾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


매번 방문할 때마다 만모 사원은 변치 않는 모습으로 나를 맞이해 주곤 하는데, 장국영에 대한 흔적이 사라져가는 홍콩 속에서 그를 온전히 느껴볼 수 있는 몇 안되는 공간 중 하나이기에 나에게 너무나 소중하다.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도교사원이라는 타이틀답게 앞으로 20 년 아니 50 년이 지나도 그대로 그 자리에 있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인적으로는 향 냄새를 좋아해 꽤 오래 머물렀던 장소였지만, 한국에 비해 향의 크기도 크고 냄새도 강한 편이라 짧게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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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챕터를 쓰기 위해 만모 사원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니, 왼쪽 문으로 들어가 오른쪽 문으로 나오면 소원이 이루어지고, 들어왔던 문으로 다시 나가면 지금의 고민을 평생 안고 살게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잠깐.. 기억을 더듬어 보니, 오른쪽 문으로 들어가 오른쪽 문으로 나왔던 것 같기도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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