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se 2 #7 해피밸리, 모든 게 그대로지만 장국영만 없는 그곳
홍콩의 부촌 혹은 매주 수요일마다 뜨거운 경마가 열리는 경마장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할까
나에게 해피밸리는 발길이 닿는 곳마다 장국영이 흔적이 가득 보이는 그런 곳이다. 바로 그런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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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가장 좋아하는 지역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많은 후보 중에 하나가 될 해피밸리.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홍콩의 많은 지역들을 사랑하기에 있기에 한 번에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내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후보가 될 것이다.
사실 작년 9월에 다녀온 홍콩여행에서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가 경마장을 방문해 보는 것이었는데,
그 여행 통틀어서 가장 좋았던 기억 중 하나여서 따로 글을 작성해보려고 한다.
Anyway, 해피밸리에는 꽤나 많은 장국영의 흔적들이 있다.
장국영 님의 누나인 장녹평님께서 장국영 님의 위패를 놓은, 조용히 추모할 수 있는 동연각원부터 그의 모교인 Rosaryhill School, 장국영의 메뉴가 있는 그의 단골 일식집인 모정, 장국영 님이 좋아했던 작은 가라오케 주점인 알라바, 그리고 그 옆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장국영의 파파라치가 찍힌 세븐일레븐이 있다.
지난달에도 홍콩을 다녀와 총 2번의 여행기가 있으나 아직 그의 모교인 Rosaryhill School과 그의 단골집인 모정을 방문해보지는 못했는데 언젠가 꼭 방문해보려고 한다.
이렇게 걷는 곳마다 그의 흔적이 담겨있으니 어찌 가보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한 곳씩 천천히 그 발자취를 따라보았다.
가장 먼저 그의 위패가 놓여있는 동연각원이다.
처음 방문했었을 때, 오늘은 들어갈 수 없는 날이라 내일 오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혹시 모르니 다음번에 방문할 때는 전화를 해보고 이곳을 방문해라"라는 직원 분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다음 날, 다시 그곳을 찾았고 동연각원의 2층의 그의 위패가 모셔져 있었다.
내가 한참을 레슬리를 찾고 있으니 직원 분께서 (기억상으로는) 가장 끝에 있던 방으로 나를 안내해 주셨다.
수많은 위패들 사이에서 나는 장. 국. 영이라는 위패를 신기하게도 쉽게 찾아낼 수 있었고, 직원 분께서 주신 향도 그를 위해 피웠다. 가족들의 위패를 보기 위해 찾아온 분들이 몇 번이고 바뀌었지만 왜인지 나는 발걸음을 쉽게 떨어지지가 않았다. 그저 그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며 "아직 당신을 그리워하고 사랑들이 많이 있다고.. 많이 보고 싶다고" 전달하고 또 전달했다.
동연각원을 나오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이곳에 장국영 님의 모친 위패도 모셔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장국영 님을 힘들게 했던 파파라치들에 의해 찍혔던 사진.
연인이었던 당학덕과 사진을 찍혔던 이 장소도 그 모습 그대로였다.
저 멀리서부터 세븐일레븐의 간판이 보일 때, 내 머릿속은 정말 복잡해졌다.
"저기 보이는 저 길을 그들이 걸었구나. 내가 걷고 있는 이 루트대로 길을 걸어갔으려나?" 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 같은 장소, 다른 시간 그것이 장국영 님과 내 사이의 간극이었다.
세븐일레븐을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내 두 눈에 세븐일레븐이 보이는 시점에서 십수 년 전의 그들의 모습을 그려내려고 애썼다.
그리고 정말 그 바로 옆에 붙어있는 홍콩영화관계자들이 만든 BAR이자 장국영 님이 좋아했던 가라오케 바 "알라바". 세븐일레븐 바로 옆에 있기에 방문해 보았으나, 문을 열자마자 들려오는 청하의 노래에 '오.. 내가 생각한 분위기가 아닌걸?' 하며 나왔다는 웃픈 일화도 있다.
사실 그의 일식 단골집인 모정도 알라바 근처에 있기에 식사시간 즈음에 방문한다면, 꼭 들려보시길.
메뉴판에 그의 사진이 박혀있는 그와 관련된 메뉴가 있다. 세트 메뉴를 시키면 가격이 꽤나 나가지만, 언젠가 한 번은 그를 떠올리며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뿐이다.
발걸음을 걷는 순간마다 그를 떠올리게 했던 해피밸리.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이곳에 2곳이나 있다.
다음을 기약하기 위해 남겨둔 것이라고 생각하며, (아마 평생을 그럴 것 같지만) 그곳을 방문하기 전까지 계속 그를 떠올리고 그리워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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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해피밸리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홍콩의 부촌 혹은 매주 수요일마다 뜨거운 경마가 열리는 경마장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할까
나에게 해피밸리는 같은 장소, 다른 시간 그와 나 사이의 간극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는, 그래서 그를 더욱 그립게 만드는 장국영 님의 흔적이 가득 보이는 그런 곳이다. 그런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