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햇빛이 느슨하게 비추는 오후였다.
현이는 연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늘 그렇듯
그날도 어김없이
어딘가로 떠나야 하는 듯한 느낌
마음속 어딘가가 계속 ‘지금 가야 한다’고 속삭였지만,
현이는 아직 가지 않았다.
시간은 조금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오직 연이를 기다리기 위해 남겨둔 시간이었다.
연이는 모래 위 작은 돗자리 위에 앉아 있었다.
작은 이어폰 너머로 흘러나오는 음악
리듬에 맞춰 손은 무언가를 끄적이고,
가끔은 색연필로 그림을 그렸다.
현이는 그 옆에 앉아 있었다.
말없이
종종 연이를 바라보기도 하고,
손에 쥔 무언가를 만지작거리기도 했다.
그건 아주 작고 얇은 종이 쪽이었다.
시간이 흘러
햇살이 길어졌고 그림자도 조금씩 기울었다.
연이가 길게 기지개를 켰다.
"아아…"
그건 지친 듯한 한숨이라기보단,
해냈다는 기쁨, 무언가가 마무리됐다는 시원함,
그리고 순간의 만족감이 섞인,
작고 어른스러운 탄식이었다.
현이는 조용히 연이를 바라보았다.
연이가 고개를 돌려 현이를 마주 봤다.
현이의 표정엔 말없는 웃음도 기대도 없었다.
그저 묵직하게 내려앉은 어깨와, 힘을 빼고 남긴 한마디.
“가자.”
연이는 가방을 챙기고, 현이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두 아이는 말없이 짐을 정리하고 천천히 밖으로 향했다.
그때 현이가 주머니에서 조심스럽게 뭔가를 꺼냈다. 조그만 쪽지 한 장.
“이거… 나중에 읽어봤으면 좋겠어.”
연이는 아무 말 없이 그것을 받았다.
그 손길은 아주 조용했고 그 시선은 짧았지만 진심이었다.
쪽지를 받은 연이는
앞서 걷는 현이의 뒷모습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무언가를 읽은 건 아니었지만,
이미 마음속에서 그 말들이 퍼지는 것 같았다.
연이의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
아주 조금... 아주 은은하게...
그 작은 쪽지가 담고 있던 건,
어쩌면 그날의 기다림보다 더 오래 남을 마음이었는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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