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연이는 놀이터 모래바닥에 앉아 있었다.
모래는 낮 햇살을 간직한 듯 따뜻했고, 연이는 조심스레 파고 있었다.
"연이야~!"
뒤에서 친구 한 명이 달려왔다.
"뭐 해? 같이 놀자~!"
연이는 계속 파면서 대답했다.
"지금 이거… 누군가를 돕기 위해서 만들고 있어."
친구는 연이 곁에 앉아 물었다.
"얼마나 오래 걸릴 것 같아?"
"조금 오래도 걸릴 것 같아." 연이는 친구를 바라보며 솔직하게 말했다.
친구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계속 해야 하나봐 다음에 놀자!"
그리고 다시 뛰어갔다.
연이는 말없이 다시 모래를 파기 시작했다.
모래는 손끝에서 바스락거렸고 연이의 손은 천천히 쉬지 않고 움직였다.
시간이 흐르며 연이는 콧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으흐음 음… 으흐르르르르라…"
단조로운 리듬이 모래 위로 떨어졌다.
그녀의 손끝은 어느새 음악의 박자에 맞춰 움직이고 있었고, 혼자서도 충분히 즐거워 보였다.
하늘이 서서히 주황빛으로 물들 무렵, 현이가 놀이터로 왔다.
"연이야, 뭐 해?"
연이는 손을 멈추지 않은 채 고개만 살짝 돌렸다.
"나 누군가를 돕기 위해 이걸 만들고 있어."
"누굴 돕는데?"
"곤충들이야."
"곤충…?"
현이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곤충들도 다 키가 다르잖아. 요즘처럼 일교차 클 때, 자기한테 딱 맞는 크기의 보금자리를 빨리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이렇게 모래를 파고 있는 거야. 키에 맞게, 쉴 수 있게, 잘 수 있게."
현이는 신기하다는 듯 연이의 모래 구멍을 들여다봤다.
"그걸 곤충들이 좋아할까?"
"잘 모르겠어. 근데 좋아할 수도 있잖아. 만약 좋아한다면… 나도 정말 기쁠 것 같아.
그리고 만약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들을 위해서 뭔가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좋아."
연이는 모래 위에 앉은 채 햇살을 닮은 미소를 지었다.
"난 그냥… 돕는 게 좋아. 그게 도움이 되든 아니든 간에.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게 나한텐 기쁨이야."
현이는 그런 연이를 조용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나 집에 가려고 같이 갈래?"
연이는 한 번 고개를 돌려 해를 바라보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제 곧 끝나. 가야지."
그러고는 바지에 묻은 모래를 툭툭 털었다.
두 아이는 나란히 일어나 집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뒤에는 연이의 손길이 닿은 놀이터 모래밭이 남아 있었다.
10개도 넘는 크고 작은 구멍들.
각기 다른 높이와 넓이.
하지만 모두 어딘가 부드럽고 포근해 보였다.
마치 그 안에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누군가를 위한 마음이 담겨 있는 듯했다.
해는 점점 낮아졌고, 놀이터에는 따스한 빛이 퍼졌다.
모래 위에 남은 구멍들은 저마다의 작은 별처럼, 작고 조용한 따뜻함을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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