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손

by Jennie

#2


아침 햇살이 창문을 타고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
현이는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부엌 쪽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냄새 좋은 빵 냄새도 났다. 작은 신음 같은 소리도 섞여 있었다.

"엄마?"

현이는 슬리퍼를 끌며 부엌으로 갔다.
엄마가 손을 움켜쥐고 있었다. 작은 칼에 손가락이 살짝 베인 모양이었다.

"괜찮아, 현이야. 금방 나을 거야." 엄마는 웃었지만, 얼굴에는 아픔이 살짝 묻어 있었다.

현이는 얼떨결에 엄마의 손을 두 손으로 꼭 감쌌다.
"엄마, 아프지 마. 얼른 나아, 엄마."

진심을 담아 중얼거렸다. 조금은 마법처럼.
엄마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리고 어느새 손끝이 따뜻하게 데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엄마는 눈물이 고인 눈으로 현이를 안았다.
따뜻한 품 안에서 현이는 가슴이 간질간질하고 기분이 이상했다.

"현이야"

엄마는 부드럽게 속삭였다.
"네가 진심으로 누군가를 걱정하고, 아껴주는 마음은 정말로 사람을 낫게 해줄 수 있어.
몸이 아픈 것도 마음이 아픈 것도 네 마음을 전하면 조금씩 나아질 수 있는 거야.
꼭 이렇게 손으로 닿지 않더라도. 마음이 닿으면 그게 힘이 될 수 있어."

현이는 엄마의 말을 듣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는 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덧붙였다.

"앞으로도 현이 마음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가득 나눠줘.
현이 마음은 아주 소중하고 따뜻한 거니까.
많은 사람들이 현이 덕분에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을 거야."
엄마의 목소리는 부드러웠고, 포근했다.

현이는 잠시 멈추고 어머니를 바라본다.
이내 현이는 머리를 끄덕였다.
"네에 해볼게!"

그 말과 함께 현이의 가슴속에 작은 빛 하나가 살짝 피어나는 것 같았다.

그날 현이는 작은 가방을 메고 집 밖으로 나섰다.
햇살은 눈부셨다. 세상은 온통 가능성으로 가득한 것 같았다.

동네 슈퍼 앞에서는 무릎을 다친 아이가 울고 있었다.
현이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무릎을 쓱쓱 어루만졌다.

"아야야야야, 얼른 나아라!"
아이의 울음이 조금씩 잦아들었다.
곁에 있던 아이 엄마는 따스한 눈길로 현이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길 건너 작은 공원에서는 벤치에 앉아 울고 있는 아줌마가 있었다. 현이는 작게 손을 흔들며 다가갔다.

"아줌마, 왜 울어요?"
"조금 속상해서 그래."
"속상해서 슬프시죠? 내가 도와드릴게요. 슬픈 건, 이제 그만이에요. 나아라, 슬픔!"

아줌마는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
조금 후 아줌마는 천천히 웃으며 벤치에서 일어섰다.

현이는 그렇게 하루 종일 사람들의 아픈 곳을 쓰다듬고 다녔다.
몸이든, 마음이든, 슬픔이든, 기쁨이든.
아픈 데는 아픈 대로, 좋은 데는 더 좋아지게.
그런 마음을 담아 작은 손을 뻗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번지기 시작할 때쯤이었다.
현이는 조용한 골목길을 걷다가 한 아저씨를 만났다.
아저씨는 한쪽 팔에는 깊은 흉터와 상처 자국이 있었다.

현이는 눈이 커졌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가 말했다.

"아저씨, 어디 아프세요?"

아저씨는 잠시 놀란 듯 현이를 바라보았다가, 부드럽게 웃었다.
"그래. 좀 아파."

현이는 손을 뻗으려다 말고 조심스레 물었다.
"제가 나아지게 해드릴까요?"

아저씨는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고맙다, 현이야. 하지만 괜찮아. 이 아픔은 나에게 필요한 거야."

현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저씨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가끔은 아픔도, 슬픔도 그냥 있어야 할 때가 있어.
그것들이 조금씩 단단하게 해주거든.
이 상처가 있어서 나는 더 많은 걸 느끼고 감사할 수 있게 됐어.
아픔은 힘들지만, 그 안에 숨겨진 선물이 있어."

현이는 가만히 그 말을 들었다.
작은 마음 속에 무언가 천천히 퍼져가는 듯했다.

아저씨와 현이는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무런 말 없이 눈빛만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별빛이 하나 둘 고요히 골목 위에 떨어지고 있었다.



© 2025.jennie All rights reserved.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01화책장 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