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주말 아침
연이는 눈을 떴다.
몸은 아직 침대에 눌린 듯 무겁고, 이불은 조금 덜 따뜻했다.
어쩐지 입안이 허전했다.
배가 고팠다.
부엌으로 걸음을 옮겼다.
엄마와 아빠가 아직 깨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연이는 잠시 냉장고 앞에 섰다가 돌아섰다.
뒷 베란다로 향했다.
햇살이 유리창 너머로 희끄무레하게 번지고 있었다.
바구니 안에 바나나가 놓여 있었다.
연이는 바나나를 하나 들었다.
한 손으로 껍질을 벗기며 아주 작게 베어물었다.
그런데 멈칫
‘이 바나나… 왜 이렇게 맛있지?’
처음엔 달콤하다는 생각이었다.
다음은 부드러움.
그 다음은 작지만 큰 기쁨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5분이면 끝났을 작은 과일.
그 바나나를 연이는 마치 사탕처럼,
천천히 아주 천천히 녹여가며 먹기 시작했다.
부엌 창가에 앉아
바깥을 바라보며
그저 바나나의 달콤함을 느꼈다.
아무 생각 없이
아무 감정 없이
시간이 흘러가는 걸 지켜보듯이
그렇게 먹었다.
그 순간은 아무 말도 필요 없었고
바람도
소리도
모두 멈춘 듯했다.
그때 엄마가 부엌으로 들어왔다.
부스스한 머리 가벼운 파자마 차림
“잘 잤어, 연이야?”
연이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엄마 나 졸려…”
하지만 입에선 여전히 바나나가 사라지지 않았다.
엄마는 웃으며 연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볼을 살짝 꼬집었다.
부드러웠다. 아침 인사였다.
그러자 연이도 똑같이 엄마의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
“엄마, 이 바나나… 바나나 같지가 않아.
이건 내가 처음 느껴보는 맛이야.
아마 앞으로도 없을 맛일 거야.
이게 아마 내 삶이 되지 않을까 싶어.
엄마, 지금이 너무 좋고… 행복해.”
잠시
고요
연이의 질문이 따라왔다.
“엄마도 그래?”
엄마는 말없이 연이를 바라보다..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작게 숨을 내쉬며 웃었다.
그 웃음은 음악처럼
하루의 배경처럼 부드럽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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