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아래

by Jennie

#1

꾸깃꾸깃...
현이가 카펫 모서리에 걸려 넘어지면서 책장 아래에서 살짝 무언가가 삐져나온 것을 발견했다.
먼지가 서린 작은 종이 조각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바닥에 놓여 있었다. 날 알아봐 줘 외치는 것 같다.
그 종이는 누군가의 손길이 닿았던 자국들이 여기저기 남아있었다.

현이는 손길이 그 종이에 가까워질수록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무언가 특별한 의미를 가진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그 종이를 집어 들었다.
접힌 자국이 너무 깊어서, 종이를 펼치는 데만도 시간이 걸렸다. 종이는 고요히, 그러나 그 속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펼쳐졌다.

종이 위에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흘림체로 쓴 듯한 글씨여서 잘 읽히지 않지만 현이는 눈을 크게 뜨고 그 글을 읽었다.

"이 종이를 펼친 너는 이 세계의 문을 열게 될 것이다.
이곳은 평범한 세계가 아니다.
너만의 세상이 열린다.
하지만 기억하라, 이 세상은 매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

현이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의 작은 손끝이 종이 위에서 떨림을 멈추지 않았다.

현이에겐 내용이 신비롭고, 마치 꿈에서나 볼법한 메시지 같았다. 다시 한번 글을 읽었다. 아니, 읽을 때마다 그 글은 조금씩 달라 보였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종이 속에서 작은 빛이 스며 나오는 것 같았다. 현이는 본능적으로 그 빛을 따라 손을 뻗었다.

그때, 현이의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연이가 다가오는 소리였다.

현이는 갑작스러운 이 상황과 그 일상적이지 않은 분위기로 어색하게 느껴졌다.
연이는 그가 펼친 종이를 보고 잠시 멈췄다. 현이가 느끼지 못한 사이에, 연이는 이미 그의 옆에 와 있었다.

"뭐야, 현이? 그게 뭐야?" 연이는 물었다.
현이는 잠시 고민하다가 종이를 다시 접으며 대답했다. "글씨가 있어. 내가 읽어봤는데... 뭐, 세계가 열린대."
연이는 그 말을 듣고 웃음이 소리 없이 퍼져나갔다.

하지만 그 웃음은 다가오는 호기심을 담고 있었다. 연이는 그가 말한 것처럼 세계를 상상하며, 한 걸음씩 다가왔다. 그 눈빛은 지금껏 본 적 없는 신비로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연이는 현이가 펼쳤던 종이를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던 연이는 갑자기 멈칫했다. 순간적으로 발걸음이 멈추고, 다시 방을 둘러보는 그녀의 눈빛이 평소와 달리 사색에 잠긴 듯했다.

연이는 한참 동안 그곳에 서 있었다가, 그저 물끄러미 현이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 말 없이 돌아서지 않고, 다시 한 발짝씩 조심스럽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현이는 마음속에서 낯선 기운을 느꼈다. 평소라면 느끼지 못했을 법한.

그러면서 동시에 현이는 자신도 모르게 종이를 다시 한번 펼쳐보았다. 이번에는 글씨가 반짝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빛이 조금씩, 아주 미세하게 그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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