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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some Jan 19. 2024

좀 인기 있는 네임태그 이야기 - #.2

이참에 가죽도 다 바꾸는 거야.

문제가 생겼다니... 무슨 문제일까?

이미 고객들에게 품질도 인정받았던 제품인데 무슨 문제일까.

짧은 순간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문제가 있으면 해결하면 된다. 걱정하지 말자!

순간 마음을 가다듬고, 당당하면서 상냥한 말투로 질문을 했다.


"어떤 문제인가요"

"샘플 중에 하나의 가죽이 여러번 사용하다보니 좀 갈라지는 느낌이네요"


"네임택을 여러번 끼웠다 빼는 과정에서 가죽이 갈라진다는 거죠?"

"네. 맞아요. 사진 첨부할테니 한번 봐주실래요?"


( 네임태그를 만들면서 처음엔 국산 가죽과 인도, 이태리산 가죽을 병행하며 사용했다. 가죽마다 두께도 조금씩 다르고, 질감과 색상도 미묘하게 달라서 어느 한 곳으로 정하지 못하고 있는 터였다. )


사진상으로 가죽은 결을 따라서 미세하게 손이 튼 것같은 자국이 나 있었다.

작긴 하지만 이 상태라면 제품을 만들어 보내도 좋은 평가를 못 받을 것 같았다.


행사용으로 만들어 보낸 여러 샘플 중에, 그동안 네임태그용으로 사용하지 않았던 가죽이 문제였다. 네임택에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가죽이었던 거다. 다른 가죽보다 더 두꺼웠던 가죽을 작은 소품으로 만들어 여러번 테스트해보니 가죽이 견디지 못하고 갈라짐이 발생한 것이었다. 


바로 고객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레썸입니다."

"네. 가죽 사진은 확인하셨나요?"


"확인했습니다. 네임택으로 사용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겠네요."

"가죽을 일부러 여러번 접었다 폈다를 반복해봤더니 이런 현상이 발생했네요."


"샘플을 다시 보내드리려고 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있을까요?"

"이번주말까지만 주시면 되요. 그 전에 주시면 좋겠지만요"


"그럼 오늘 새로운 가죽으로 테스트해보고... 아니 새로운 가죽을 찾아서 작업해서 늦지않게 보내드릴게요."

"그래주신다면 정말 감사하죠"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다.

바로 신설동으로 가서 통가죽을 취급하는 곳은 무작정 다 들어가봤다. 가죽집마다 사장님께 샘플을 보여주고, 이야기를 나누고, 하나하나 가죽을 만지고 구부려보며 확인하고, 샘플용 가죽을 받아와 테스트를 했다.


우선 여러 종류의 가죽 샘플들로 네임태그를 만들어 테스트해봤다. 시간은 좀 걸렸지만 답이 나왔다.


네임태그처럼 작은 제품에 어울리는 가죽은 너무 단단해도 안되고, 너무 물렁해도 안되는 중간 지점이어야 했는데, 여러 샘플들 중에 딱 맞는 가죽이 있었다. 


이태리산 베지터블 가죽


식물성 타닌 성분을 사용해 전통 이탈리아 방식으로 생산한 제품으로, 베라펠레 협회의 가죽이었다. 국산 인도산보다 가격은 비쌌지만 네임태그로 쓰기에 아주 적당한 품질이었다. 업체마다 수입하는 태너리들이 달랐기에, 가죽의 염색방식과 색상도 다 달랐고, 가죽의 명칭은 물론 가격도 다 달랐다.


우선 가격 생각은 하지 않고 제일 마음에 드는 가죽샘플을 보냈고, 당연히 오케이를 받았다.



어차피 저렴한 제품들과는 상대할 생각없이 시작한 일이었다. 이후로 만들어지는 모든 제품은 이태리산 베지터블 가죽을 사용하기로 했다.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진 가죽이라 작업을 하는 나에게도,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에게도 좋으니까 말이다.


품질로 승부를 보려면 좋은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 이참에 금속부분도 업그레이드하기로 했다.


..... 3부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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