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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이제이 6시간전

하루 한편 에세이

<공항, 마중 그리고 새벽>

새벽 4시.

웬만하면 일어나지 않는 시간이다.

자정이 넘어 잠들었고, 두 번이나 시간을 체크하느라 깨고, 결국 새벽 3시 50분에 일어났다.

새벽에 공항으로 마중을 가야 해서 잠을 설친 것이다.

자는 둥 마는 둥 했더니 무의식으로 일어나 거실 소파에 앉아서 멍 때리기 10여분 후, 거실 창을 열어보니 외부 창에서 느껴지는 바람이 서늘하다.

'춥겠군'

혼자 중얼거리며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었다.

4시 10분.

같이 마중 가기로 한 언니에게 문자가 왔다.

[일어났어?]

[어]

답을 하고 또 소파에 앉아 멍 때리 길 10분.

이제 진짜 나가야 제시간에 공항버스를 탈 수 있다.

 옷을 입고, 손가방을 챙겨 현관문을 열었다. 찬기운이 얼굴에 닿았다.

다시 현관문 비번을 누르고 들어가  마스크를 챙겼다. 모자에 마스크에 패딩까지 단단히 입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1층에 도착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공동현관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그러자 찬바람이 훅 들어오면서 멍 때리던 정신이 맑아졌다.

손목시계를 보니 4시 20분. 공항버스 도착시간에 맞추려면 좀 빠르게 걸어야 했다.

고요한 주택가 골목을 나와 차도에 다다르자, 한산한 도로에 드문드문 달리는 차는 마음껏 속도를 자랑하며 달렸다.

찬바람에 몸을 움츠리며 횡단보도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횡단보도 건너편에 만나기로 한 언니가 서 있었다. 보행신호를 기다리다가 버릇처럼 하늘을 보니 달이 내 눈에 딱 들어왔다.

곧 신호가 바뀌겠지만,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손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카메라 앱을 열고 엄지와 검지로 화면을 쭉 최대로 당겨 달을 찍었다.

'앗싸! 성공이다.'

잘생긴 달 사진에 혼자 만족하는 사이 보행자 신호로 바뀌었고, 나는 걷듯 뛰었다.

공항버스를 기다리며 또 하늘을 보았다.

달도 별도 다 보이는 걸 보니 맑고 청명한 늦가을이 느껴졌다.

1시간 넘게 달려 김포공항에 먼저 들린 공항버스는 최종 종착지인 인천국제공항을 향해 달렸다.

그리고 새벽 5시 30분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도착했고, 우리는 이곳에서 내려 1층 입국장으로 갔다.

비행기는 이미 도착했지만 아직 입국장으로 나오지 않아 다행이었다.

그리고 30여분 기다림 끝에 큰 캐리어를 두 개나 끌고 온 조카가 입국장에서 나왔다. 혼자 여행을 온 조카는 약 3개월치 여행계획을 세웠다고 했다.

긴 얘기는 집에서 하기로 하고, 함께 집으로 가는 공항버스를 기다리는데, 어느새 새벽에서 아침이 되었다.

공항버스 안에서 자려고 마음먹었는데, 창밖을 보니 일출이 내 갬성을 자극해 휴대폰 카메라 앱을 열고 사진을 찍었다.

피곤함도 갬성을 이기지 못했다. 그리고 원하는 갬성 사진을 남기고 그대로 기절. 집 도착까지 푹 잤다.

"웰컴 투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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