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실현 간접체험-도서관 봉사>

by 한이제이

직업에 귀천이 없다.

그러나 로망은 있다.


나의 직업 로망 첫 번째는 라디오 작가였다.

20대 때 '접속'이라는 영화에 빠져 라디오 작가가 되고 싶었다. 특히 라디오를 통해 듣는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pale blue eyes"는 제대로 감성 모드로 들어가게 되곤 했다.


30대에는 도서관 사서가 되고 싶었다. 덥거나 춥거나 늘 실내에서 책들과 함께 할 수 있으며, 특히 초등학교 사서선생님이라는 안정된 직장은 정말 나의 로망이었다.


수 십 년이 지난 지금, 우연히 도서관 사서 자격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진짜 로망을 실현해 볼까?' 하는 생각에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가득했다. 그리고 체험해볼 겸 도서관 자원봉사를 신청했다.

내가 맡은 구역은 어린이 열람실이었는데, 주말이라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로 북적거렸다.

사진으로만 보면 조용하고 할 일도 별로 없어 보이는데, 오후 5시 30분이 넘어가면서 많이 돌아갔기 때문이다.

봉사 시작 시간인 오후 3시에는 영유아부터 초등까지 아이들이 책을 기본으로 두세 권씩 꺼내고, 뛰고, 떠들고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에어컨도 작동하지 않아 연신 부채질을 하며 책을 정리하고, 뛰지 말라, 소곤소곤 얘기해라 등 계속 주의를 주는 일도 해야 했다.

봉사 시간은 4시간이었는데, 중간중간 쉴 수 있게 도서관 사서님이 배려해 주셔서 에어컨이 나오는 세미나실에서 쉴 수 있었다. 그리고 도서관 안에 있는 북카페에서 아아도 한 잔 무료제공받았다.

2주 동안 토요일에 두 번 봉사를 하고 도서관 사서님께 "도서관 사서가 되고 싶어서 자격증 공부 하려고 했는데 봉사해 보니 못하겠어요."

라고 말했다.

"책 정리뿐만 아니라 사서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라고도 말했다.

"도서관에 따라 다르지만, 할 일이 많지 않은 곳도 있어요. 다음에 또 봉사해주실 거죠?"

웃으며 답하시는 사서님.

나도 웃으며 말했다.

"네, 시간이 되면요."

물론 빈말이긴 했지만, 도서관에 자원봉사는 필수불가결인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나 말고 봉사시간이 필요한 누군가가 많길 바라본다.


도서관 사서가 되고 싶다는 내 로망은 꿈으로 남을 것 같다.

알아보니 도서관 사서 자격증이 준사서 자격증인데, 이수해야 할 과목이 너무 많고 정사서는 준사서를 따야 도전할 수 있다.

내게 도서관 사서는 고비용 저효율 로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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