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아도 좋은 시작과 완벽하지 않아도 좋은 마침표.
마침표를 찍지 않으면 새로운 문장을 시작할 수 없다. 글을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일단은 마침표를 데려올 첫 문장이 필요하다. 그 첫 문장은 일단 아무 문장이어도 상관없다. 마음에 안 들면 나중에 고쳐버리면 그만이다.
오늘은 사실 그냥 마침표만 찍고 시작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마침표는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 문장 끝에 찍는 것이라야 마침표이기 때문이다. 별다른 의미가 없는 감탄사라도 무언가 한마디는 뱉어야 했다. 그래야 그다음 문장을 어떻게든 이을 것이었다.
첫 문장은 종일 나를 맴돌던 것이었다. 그래서 그 문장이 튀어나왔다. 이어서 하나 둘 문장이 더해지면서 나는 이 글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를 어렴풋이 알아갔다. 그것은 시작과 마침표였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은 시작과 완벽하지 않아도 좋은 마침표.
장황하게 몇 시간씩 앉아있다 오겠다는 다짐을 하고 나서는 대신 일단 카페에 나가 커피나 한잔 하겠다는 가벼운 생각으로 집을 나서는 것. 일단 첫 문장을 쓰고 보는 것. 그러면 하게 된다는 것. 글을 쓰기를 주저하는 우리에게 문턱을 낮추라는 싸부님의 조언이 떠올랐다. 맞았다.
생각해 보면 삶에서 시작되는 대부분의 처음도 그랬던 것 같다. 큰 맘을 먹고 덤빈 것들이 아니었다. 우연처럼 마주한 처음이 서사의 첫 문장이 될 수 있을지 곧 막을 내리는 마지막 문장으로 종결될지는 차차 두고 볼 일이었다.
처음이 지나고 나면 그다음은 우연히 마주한다기보다는 선택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처음이 좋았거나 혹은 싫었거나에 따라 다음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이도저도 아니라면 일단 ‘고’ 하거나 또는 ‘스톱’ 할 수도 있다. 그 선택은 또 다음을 만든다.
어떤 이유에서든 멈추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다음을 이어 가는 것, 계속 해낸다는 것은 설명하지 못할 신비로운 힘을 가진다. 그렇게 일이 쓰여진다. 그렇게 글도 벌어진다.
모자라 보이는 문장에 억지로 마침표를 붙여준다. 그 모자람은 다음 문장으로 채우면 된다. 그리고 또다시 마침표를 붙여본다. 그러면 새로운 문장을 시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