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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티제 Jan 27. 2024

뭘 써야 할까?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그저 계속하는 것뿐이다.

지난 반 년간 삶의 지분을 독차지 하던 글쓰기 수업이 보름 전 끝났다.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 난 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글을 써야지 했다. 스트레칭과 워밍업을 충분히 됐으니 본격적으로 달리면 될 것 같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지막 수업과 함께 마지막 글과제를 마무리 한 뒤 아직 아무런 글도 쓰지 못하고 있다.(과제나 책리뷰는 빼고)


   노트북을 들고 여러 번 카페에 나갔다. 해야 할 일을 마치고 글을 쓸 시간이 주어져도 글을 쓰기보단 별 쓸데도 없는 내가 어찌할 수도 없는 뉴스거리들에 괜히 관심을 가지고 검색해 보느라 시간을 낭비했다. 현실도피였다. 빈둥거리는 것도 이제 질리게 되어서야 다시 글쓰기기라는 주제로 겨우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마음먹고 글을 쓰려고 해도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막막했다. 이미 쓸 수 있는 그럴듯한 주제는 뉴스레터 주제글로, 또는 수업 때 다 쓴 것만 같았다. 나는 무슨 이야기를 써야 할까? 이 무미건조한 일상 속에서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이쯤 되니 뉴스레터를 빌미로 글밍아웃을 한 것이 조금은 후회가 됐다. 글밍아웃은 앞으로도 글을 쓸 것이라는, 이렇게 알린 이상 써야만 한다는, 나에게 가하는 협박에 가까웠다. 뉴스레터를 통해 글을 읽은 지인들은 나를 만날 때면 글쓰기 근황을 물어왔다. 그럴 때마다 글에 손을 땐(?) 나는 죄책감이 들었다. 협박이 효과가 있었다.


   일단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는 것만으로도 정말이지 감사했다. 글의 한 문장이라도 기억해 주면 황송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어떤 이들은 그다음을 물어왔다.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소설이나 대본을 쓰고 싶지는 않은지. 그럴듯한 얘기를 둘러댈 수도 있었겠지만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진짜로 잘 모르기 때문이다.


   글에 관심을 가져주는 이들과의 대화 주제는 자연스럽게 나의 이야기에서 상대방의 이야기로 흘러가곤 했다. 그들이 하고 싶은 일들 말이다. 글을 쓰고 싶었지만, 감히 엄두가 나지 않아서, 혹은 여유가 없어서, 혹은 돈도 안 되는데 글은 무슨 글이냐며 시작하지 못했던 내가 뉴스레터라는 프레임 속에 담긴 글을 들고 나타난 것이 일종의 자극이 된 것일까. 난데없는 고민 상담이 이어졌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 해도 괜찮을지, 경력 단절 후 직장이 아닌 직업을 갖고 싶은데 어떤 일을 시작할 수 있을지,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는데 해봐도 괜찮을지, 혹은 지금 하고 있는 일과는 별개로 스스로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새로운 루틴이나 취미를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나는 그저 잘하고 있다고 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시작해 보라고 했다. 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 계속하라고 했다. 그 말이 듣고 싶었던 것이 분명하다. 지금 나는 그 말을 가장 잘해줄 수 있는 사람이다. 별반 다르지 않게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그저 계속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진짜 다음 글은 뭘 써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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