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티제 Jan 30. 2024

당신의 소확행은?

치킨은 페리카나 양념치킨. 바삭하고 달짝지근한 게 딱 내 취향이다.

주제가 정해진 글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구글링하기로 했다. ‘나는 언제 행복한가?’를 타이핑하고 엔터키를 눌렀다. 심리테스트 링크가 있어 클릭했다. 질문에 대해 사진 보기 중 하나를 선택해 답하는 테스트였다. 의식의 흐름대로 사진을 골라 내려갔다. 사랑.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연인 간의 사랑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싱글 라이프를 즐기기보다는 항상 사랑을 찾아다니는 타입이라는 부가 설명이 이어졌다. 흠. 아쉬운 테스트 결과. 구글링 실패.


   구글 말고 나에게 질문을 해 보기로 했다. 일단 책. 책이 많은 곳. 도서관. 서점. 책 보기 좋은 카페. 해가 드는 통창이나 맑은 날 테라스도 좋고. 그 공간에 책을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라면 그 또한 참 좋겠다. 지하에 서점이 있는 건물에서 근무할 때 점심시간이면 늘 지하 서점으로 향했다. 그냥 한 바퀴, 두 바퀴 그 공간을 도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좋아하는 것과 읽는 것은 다른 문제다.)


   쇼팽의 녹턴. 아니,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연주하는 녹턴. 화가 머리끝까지 나던 어떤 날 우연히 녹턴을 들었다. 신기하게 금세 화가 가라앉았다. 불타는 장작에 찬물을 끼얹은 듯이. 그날 이후로 화가 나는 일이 생기면 일단 이어폰을 찾고 녹턴을 재생했다. 신기하게도 그 방법은 늘 효과적이다.


   지금은 살짝 열정이 식기는 했지만 여행. 현지인인 척하고 돌아다니기. 옷은 최대한 후줄근하게 입기. 날씨가 좋으면 쪼리가 딱 좋다. 여기저기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도 좀 그래 보일 수 있으니 최대한 자제. 그렇게 돌아다녔던 곳의 추억은 사진으로 남길 수 없어 흐려지는 기억과 함께 잊히거나 혹은 기억이 조작될 수 있다는 함정이 있다.


   달달한 음식. 요즘 다이어트를 하는 남편을 응원하며 너와 나의 건강을 위해 단 음식을 조금씩 자제하고는 있지만. 커피는 아인슈페너. 휘핑크림이 올라간 콜드브루 베이스의 커피. 달콤한 과일. 약간 새콤하면 더 좋은 여름 자두와 겨울 한라봉. 치킨은 페리카나 양념치킨. 바삭하고 달짝지근한 게 딱 내 취향이다. 이 글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의 진솔한 대화. 그냥 대화가 아니라 마음이 통하는 대화다. 진실하고 솔직한 대화라고 꼭 진지할 필요는 없다. 유쾌하고 농담이 가득해도 좋다. 마음이 같은 것과 통하는 것은 다르다. 마음이 같지 않아도 통할 수 있다. 그런 사람과의 대화는 참으로 선물 같아서 마치 우연히 발견한 네잎클로버만 같다.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는 상황. K 장녀로 학습된 성향이기도 하고 때론 피곤하다 싶을 때도 많지만 여기저기서 불쑥불쑥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때면 나도 어느 정도 즐기는 것만 같다.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이 있고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 그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이렇게 적고 보니 해가 쨍한 여행지의 한 카페테라스에서 쪼리를 신고 달달한 커피를 마시며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진솔하게 책 이야기를 하다가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의 연락을 받고 오지랖을 부리는 상황 정도랄까. 뭔가 2% 부족한 것 같지만 딱히 틀리지도 않은 것 같다. 어쨌거나 이렇게 나에게 질문해 볼 수 있는 이런 여유가 참 좋다. 이 글은 두고두고 꺼내먹어야지. 꺼내먹은 만큼 빈 공간엔 또 새로운 이야기들을 채워 넣어야지.

작가의 이전글 뭘 써야 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