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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보다는 둘이 나은 걸까?

새로움과 안락함의 그 사이

by 묘묘한인생



나나가 창틀에서 내려온 이후, 우리 집 풍경이 완전히 바뀌었다.




나농이는 제법 엄마 껌딱지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나만 바라보며 지내던 그 아이가

나나라는 새로운 친구와 함께 세상을 탐험(?)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모습이 얼마나 신기하고 대견하면서도 서운했는지 모른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햄스터 쩰이의 케이지 앞에서의 일이었다.


나농이는 그동안 햄스터 쩰이를 무서워해서 케이지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릴 때 뭣 모르고 쩰이의 케이지에 코를 들이대었다가

쩰이에게 코를 세게 물린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나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햄스터를 구경하는 모습을 보더니,

용기를 내서 함께 다가가는 것이었다.


두 아이가 나란히 앉아서 햄스터를 구경하는 모습은 정말 참을 수 없이 귀여웠다.

마치, "언니, 저것 좀 봐! 저건 뭐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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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래쳐를 사용하는 모습도 달라졌다.


혼자 할 때는 조용히 발톱을 갈고 말던 나농이가

나나와 함께 할 때는 마치 시범을 보이는 것처럼 더 열심히 긁었다.

"이거 봐, 나나야.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가르쳐 주는 언니 같은 모습이었다.

나나도 나농이를 따라 하며 스크래처 사용법을 익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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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둘이 장난스럽게 싸우는 모습도 보였다.


물론 진짜 싸움은 아니었다.

서로 앞발을 톡톡 치고, 달려가며 술래잡기를 하고,

함께 구르며 노는 모습이었다.

그 순간들을 보면서 나는 깨달았다.


아, 혼자보다는 둘이 나은 걸까?






아이가 함께 있는 일상은 정말 따뜻했다.

햇살이 비치는 창가에서 나란히 낮잠을 자는 모습,










함께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

서로 코를 맞대는 모습 등

그 모든 순간들이 내게는 소중한 보물 같았다.





혼자였을 때는 볼 수 없었던 나농이의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었고,

나나도 가족의 사랑 속에서 점점 밝아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농이에게는 처음으로 고양이 친구이자 자매가 생겼고,

나난에게는 처음으로 진짜 가족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그때 나농이와 나나가 보여준 '둘이 함께 하는 기적'의 덕분에

12마리와 함께 하는 내 일상의 용기(?)도 생겨났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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