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또 누구야?
어느 날 밤이었다.
빗소리에 섞여 들려온 작은 울음소리가
내 마음을 괴롭게 하고 있었다.
손전등을 들고 울음소리를 찾아 나섰지만
그 애절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결국 그냥 집으로 들어오게 되었는데,
밤새도록 이어진 그 소리는 내 가슴을 조여왔다.
작은 생명이 홀로 견뎌내고 있을 비와 두려움을 생각하니
쉽사리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아침이 되자, 세상은 고요해졌다.
'엄마를 찾아간 걸까?'라고
내 마음을 안정시켰다.
하지만 오후 4시,
다시 들려온 그 익숙한 울음소리는
이번엔 꽤 쉬어있는 소리로 울려 퍼졌다.
목이 터져라 울어댔을
그 작은 존재의 간절함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나는 다시 집 앞으로 나섰다
집 앞에는 하얀 차 한 대만 덩그러니 서있었다.
도대체 이 울음소리는 어디서 나는 걸까?
나는 다시 한번 기울였다.
그리고 마침내 발견할 수 있었다
차 타이어 밑, 그 좁은 틈새에 끼어있는 건지,
웅크리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작고 노란 털 뭉치를.
손을 뻗어 나는 아이를 차에서 끄집어 냈다.
그리고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나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지저분하고 작은 노랭이의 얼굴이
하필이면 박명수를 닮아도 너무 닮은 것이었다.
그 순간 이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보다도 웃음이 먼저 나왔다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나는 그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씁쓸한 결론을 내렸다.
"넌 입양 가기 어렵겠다..."
이유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집에 들어서자 예상했던 대로
엄마와의 실랑이가 시작됐다
"또 데리고 오면 어떡하니?"
엄마의 한숨 섞인 목소리는 곧 분노로 바뀌었고,
"얘 밖에 엄마도 있을 텐데 원래 있던 데에 두고 와"
라는 말에 나는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다시는 평생 엄마랑 말 안 할 거야!"
눈물 젖은 얼굴로 비장하게 선언하고 나는 아이를
결국 집 앞에 다시 내놓은 채 들어왔다.
그고는 동네가 떠나가라고
대성통곡을 하고 말았다
사실 나는 믿고 있었다.
엄마가 그 아이를
그냥 밖에 내버려두지 않을 거라고..
그래서 더 크게 울었는지도 모르겠다.
역시나 엄마는 그 아이를 안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집 앞에 나가보니 그대로 있더라.
'야, 너 집에 가'했더니 나한테 와서 안기네
대신 얘가 마지막이야! 또 데리고 오면 안 돼"
엄마의 목소리에는 이미 애정이 스며들어있었다.
그런데 웃픈 상황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중성화를 하지 않은 나나와
남아였던 녀석을
함께 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아이는 결국
우리 엄마 방에서 같이 살게 되었다.
내다 버리려던 고양이를
엄마가 직접 돌보게 된 것이다.
"김나복이"라는 새 이름을 얻은 그 아이는
"할머니"라고 부르는 걸 거부하고
아이들에게 자신을 "큰 엄마"라고 소개하는
우리 엄마와 함께 살게 되었다.
그렇게 엄마와 김나복이의 아찔하고도
웃픈 동거는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