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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콤이 Sep 09. 2024

엉덩이가 커도 당신 옆을 맴돌고 싶어요

 


        

“ 나 엉덩이 안 커? ”     



“ 나 엉덩이 커 보여? ”     



“ 나 엉덩이 괜찮아? ”     


     

승강장 유리창으로 비치는 내 뒷모습을 체크했다. 고개를 요리조리 돌려봤자 엉덩이가 보이지 않으니, 남편에게 자꾸만 질문을 해댔다. 괜찮다는 남편의 말이 무성의하게만 느껴졌다. 뭘 어떻게 하든 예쁘다고만 하는 남편이니까. 미용실에 다녀와도 그날의 변화를 눈치 못 채는 남편이라, 의무적 답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아들의 시원한 바지를 몰래 입고 나온 날이다. '기능성' 바지가 없어 시원함에 중점을 두고 선택한 바지였다. 그러나 막상 밖에서 내 모습을 보니, 이 바지가 나에게 잘 어울리는지 순간적으로 걱정이 되었다.  

   

생각해 보니 엉덩이는 현재 자신감이 부족한 나의 마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과거의 날씬하고 예쁜 모습은 사라지고, 지금의 아줌마 같은 모습에 자신감을 잃은 지 오래되었다. 물론 자신감은 외모가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진정한 자신감은 내면에서 비롯된다.      


내면의 강인함과 긍정적인 마음가짐이야말로 진정한 자신감을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최근 한 교육 현장에서 깨달았기 때문이다. 본인 스스로 외모에 얽매이지 않고, 내면의 가치를 더욱 중요시하는 방법 어떻게 하면 될까?      


나는 이 엉덩이를 극복하고 싶다. 그리고 마음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이끌어내고 싶다.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하려고 맘을 먹으면,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특히나 예전에 만나던 사람들과는 확연히 다른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더 이상 아이 학교 엄마들 ·  동네 엄마들 ·  마트 사장님들이 아니다. 이제는 순수하게 나와 관련된 사람들, 즉 교육이나 자격증 ·  취업과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사람들을 만나는 게 무서워졌다는 거였다. 평소에 책을 많이 읽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와 문장이 나와는 달랐다. 이런 차이 때문에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내가 과연 이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을까?', '내 말이 우스꽝스럽게 들리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나의 문장은 어떠한가? 너무나 쉬운 단어들로만 구성된 건 아닐까? 뭔가 있어 보이는 단어들로 대체해야 하는 걸까? 고민으로 글쓰기 작업이 힘들어지곤 한다)    

 

어찌 됐든 이 상황을 극복할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러던 중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그래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취미가 등산인 것을 떠올렸다. 


코로나 시절 등산을 하면서, 산을 좋아하게 된 이 마음을 보다 더 발전시켜 보자 결심했다. 항상 혼자만 산을 오르다 보니, 재미도 없었고 지쳤고 매번 같은 산만 다녔던 것이다.     


온라인으로 등산 동호회를 찾아보았다. 처음에는 망설여졌다. 부끄럽고 쑥스럽고. '나 같은 초보자도 받아줄까?', '다들 전문가처럼 보이는데 내가 끼어도 될까?' ’ 온라인으로 만나는 사람들을 믿을 수 있을까? ‘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가입 신청을 했고, 다행히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첫 모임 날, 떨리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여전히 두려웠지만, 적어도 우리에겐 '산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이 위안이 되었다.      

 

그렇다 해도 여전히 겁도 많고 자신감도 부족하여 남편을 데리고 나갔다. 지하철 시간을 놓쳐 지각해 버리게 된 상황에서 남편에게 약간의 투정을 들었다. 서두르지 않았던 나의 태도를 지적했다. 괜히 서운한 마음에 남편에게 틱틱거렸다. 엉덩이 질문에도 대충 답한다고 더 심술을 부렸다.    

       

싸우면 좋을게 하나 없으니, 대화를 다른 방향으로 돌렸다. 약간은 불편한 맘으로,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동호회 대장님이 턱 버티고 서서, 신입인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순간에 불편한 마음이 사라진 순간이었다.     

등산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모인 사람들이지만, 알고 보니 정말 다양한 업종의 사람들이 있었다. 회사원, 자영업자, 프리랜서, 주부 등 정말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다.     


처음에는 대화에 끼기가 어색했지만, 산을 오르며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되었다. 등산이라는 공통 관심사가 있어서인지 대화 주제를 찾기가 쉬웠다. "이 코스는 처음이에요?", "저 풍경 정말 아름답지 않나요?", "다음엔 어떤 산에 가보고 싶으세요?" 이런 질문들로 시작해 점차 서로의 일상이나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편안한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사람에 대한 공포가 사라졌고, 사회생활에 필요한 언어와 표현들을 배우게 되었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러 분야의 용어나 최신 트렌드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가장 놀라웠던 건, 남편이 내 뒤에 꼭 붙어서 뒤따라 왔다. 산행 후 방장님이 올려주신 사진들을 확인했는데 모든 사진 속에서 남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위를 오를 때도, 휴식을 취할 때도, 내가 잠시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도.     


남편은 내 뒤에 붙어 내 엉덩이가 다른 이들에게 보이지 않게 버티고 서 있었다. 내가 부끄러워 등산을 소극적으로 할까 봐, 날 향한 걱정된 마음이 모든 사진 속에 담겨 있었다. 높은 바위가 힘들어 오르지 못할 땐, 내 엉덩이를 양손으로 잡고 올려 주기도 했다. 나의 커다란 엉덩이를 전혀 개의치 않아 했다.      


부끄러웠다. 남편의 속 마음도 모르고, 무심하다 오해했던 내 태도가 부끄러웠다. 엉덩이가 약점이 아닌 강점이라 생각해야겠다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자신감을 되찾는 과정은 사람마다 다양하다. 나 역시 등산 외에도 여러 방법들이 존재한다.  혼자서는 절대 갈 수도, 할 수도 없었던 높은 산을 정복한 이야기를 통해, 나는 내면의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이로써 「대문 밖이 무서운 아줌마」의 이야기를 마치고자 한다.


이 작품이 당신 옆을 맴돌고 싶은 글이 되길 바란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길 두려워하지 말고, 오히려 새로운 관계 맺기를 기대해 보라며 응원하고 싶다. 


대문 밖이 무서운 누군가에게... 

엉덩이가 큰 누군가에게...          



▶ 2탄인 「대문 밖이 즐거운 아줌마」로 돌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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