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님이 오셨다. 아이랑 무얼 하면 좋을지 인터넷을 검색했더니, 볼링장이 보였다. 호기심이 일었지만, 단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볼링장이라 망설여졌다. 갈까 말까?
재미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감의 문제였다. 볼링공은 어떻게 던져야 하는지, 아이한테 설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재밌자고 간 곳에서 작아지는 내가 보였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아이를 떠올리니 무조건 lets' go 가 뇌리를 스쳤다. 세상에 스마트폰 말고도 놀거리가 많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아이가 없는 시간을 이용하여 볼링장에 전화를 걸었다. 볼링장 이용 방법과 레슨을 받아야 하는지, 잘 치는 방법 등을 세세히 물어보았다. 그럴 필요 없이 그냥 던지시고 즐기면 된다는 사장님의 답변을 들었다.
쭈삣쭈삣 볼링공을 만졌다. 보드랍고 차갑고 묵직하고,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감싸 안게 되는 공이다. 지구만큼이나 커다랗게 느껴진 볼링공을 꽉 쥐고 '에라, 모르겠다' 냅다 던졌다.
공이 샛길로 빠질 때도 있었지만 , 곧장 앞으로 쭉 굴러가서 볼링핀을 제법 잘 쓰러트렸다. 처음 하는 거 맞냐며 아이가 자꾸만 칭찬을 해 주었다. 아이에게 생애최초 볼링칭찬 특별공급을 받았다.
최근의 나는 '내 뜻대로 잘 되지 않는' 것들을 경험했다. 그것들이 반복이 되다 보니 화가 쌓이고 , 짜증이 늘고, 위축감이 들며 우울감에 눈물도 혼자서 떨구곤 했다. 긍정기운을 절대 잃지 않으려 스스로 세뇌시키듯 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자존감을 자꾸만 뺏기는 기분이었다.
아이의 칭찬에 선수라도 된 듯, 아이에게 훈수를 두기 시작했다. 팔을 쭈~욱 뻗고! 공을 두고 온다는 느낌으로! 마음속에서 작은 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볼링장은 심적으로 배려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날리며, 자존감도 살아나는 경험을 맛보게 해 주는 곳이다.
우리 마을에 이렇게 신나는 룰루랄라 볼링장이 있었다니! 방학이 되면 시간이 많이 남아도는 아이의 하루 일과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알찬 방학 계획을 세워야겠다.
TV에서만 보던 볼링장은 날라리스럽지 않았다. 가족 또는 친구와 함께 동반한 사람들이 공을 던지며 ,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시원하게 날아가는 볼링핀 소리에 자동적으로 눈이 돌아가며 응원을 보내게 된다.
나의 생애최초 볼링장, 요거 물건이네! 내 마음에 봄바람을 살랑살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