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리(여주)의 감정 컨트롤러였던 '기쁨 · 슬픔 · 까칠 · 소심 · 버럭이'에게 새 식구가 생긴다. 다름 아닌 '불안 · 당황 · 부럽 · 따분'이라는 뉴멤버로, 이름만 들어도 라일리가 딱 사춘기를 맞이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자녀가 있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할 영화가 맞다. 또한 어른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영화도 틀림없다. 그러나 나는 인사이드아웃 2 관람자 대상으로 상처로 얼룩진 사람이라면 꼭 보기를 추가한다. 애니메이션 따위에 눈물을 흘린걸 보니 ('따위'라는 단어에 많은 애니메이션 작가들이 흥분하지 않길 바란다. '따위'라고 표현한 건,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내 마음속 상처를 들여다보았고 반성하게 되고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나의 나약함 때문이다.)
뉴멤버인 불안이는 라일리(여주)를 안쓰러울 정도로 몰아 붙인다. 안 좋아질 다양한 시나리오를 미리 예측하고 그에 대비하기 위한 열정을 퍼붓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불안이 지배한 라일리는 부정적인 감정이 신념을 만들고 자아형성을 구축하게 될지도 모를 위험에 이르기까지 한다.
그까짓것
누가 읽는다고!
블로그라는 걸 처음 알게 되었을 때다. 무슨 글부터 시작해야 하나 갈피를 못 잡다 내가 사는 마을 정보에 관해 기록하기로 했다. 행정구역으로 치자면 대한민국, 00도, 00시, 00 동과 관련된 글이다. 초보 블로거라 기술도 비법도 없이(검색 노출이라던가, 최적화라던가) 주야장천 글만 썼다. 게다가 작은 마을이 주제다 보니, 당연히 구독자도 조회수도 낮을 수밖에. 효과를 보지 못하고 글쓰기가 지쳐갈 무렵, 누군가 내게 그랬다.
" 대체 누가 궁금해할 거라고, 그까짓것 누가 읽는다고! "
위로를 받을 생각으로 나간 자리가 아니었고,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을까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함께 고민할 마음으로 나간 자리였다. 가장 믿었던 사람의 입에서 새어 나온 그 한 문장은 어떤 액션을 취할 수도 없을 만큼 나를 꿀 먹은 벙어리로 만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냐고 욱하는 감정으로 냅다 소리를 쳤다. 상대는 멍뚱멍뚱하게 자기가 언제 그런 말을 했냐며 되려 언성을 높였다. 닭 잡고 오리발 내민다더니만 딱 그 상황이다. 내 머릿속의 지우개도 아니고 대체 이게 무슨 시추에이션인가. (정우성은 잘생기기라도 했지)
그렇게 점점 멀어져 갔다. 기술 따위 하나 없어도 진심은 언젠가 알아주겠지라는 내 긍정의 마음은 작아지고, '재미없는 글 · 사람들이 궁금해하지 않을 글 · 돈 못 버는 글'이라는 비난이 무서워서 불안과 부정의 마음이 커져만 갔었다.
글쓰기에 점점 게을러가고, 대외적으로 공신력 있는 기관에 돈이 되는 글만을 작성했었다. 인터넷에 글을 쓰지 않으면 불안이 멈출 거라 생각했던 건 착각이었다. 나의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원래 잘 웃고 푼수고, 안 좋은 상황에서도 희망찬 생각을 하는 그런 사람인데. 대체 왜지? 그때 그 말!
" 그까짓 것, 누가 읽는다고! "
마음 깊은 곳에 똬리를 틀고 앉아 있음을 발견했다. ( 영화를 관람하는 중간에 발견한 사실 ) 상처는 그가 주었지만, 빨리 털어내지 못해 스스로를 부정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가고 있었다. 나를 지배하던 '기쁨'의 지분이 점점 작아지고 '불안'의 지분이 점점 커져가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인간이 살아감에 있어 인사이드아웃 2의 모든 감정들은 필요한 존재다. 그러나 한 가지 명심할 건 컨트롤타워의 대장은 반드시 '기쁨'이어야 한다. '기쁨'은 긍정적인 감정을 만들어내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주며, 그것은 온 인생에 걸쳐 강력한 신념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그래, 원래 내 감정 컨트롤타워의 대장은 '기쁨'이었어. 이제 그 자리를 다시 되돌려 놓아야 해. 절대 '불안'이가 대장이 돼서는 안 되지. 용기를 내서 모든 시작하자. 영화 막바지에 유치하게시리 기쁨인지 슬픔인지 모를 눈물이 흘러내렸다. 애니메이션 따위에.
#인사이드아웃2
#요거,물건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