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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저투 Aug 22. 2024

'돌멩이 병' 처방전 나왔습니다.



나는 가끔 ‘돌멩이가 되고 싶어’ 병에 걸리곤 한다. 마치 환절기의 감기처럼 예고 없이 찾아와 피할 수가 없다.  그런 날은 어김없이 알람 소리에 눈을 떠도, 온몸이 천근만근이다. 주말 동안 푹 쉬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피로가 가시지 않는다. 직장인이든 주부든, 우리 모두가 겪는 월요병과는 조금 다르다.     


나는 오늘도 이불속으로 더 깊이 파고든다. 땅속으로 꺼져버리고 싶을 만큼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다. 누군가는 이런 단편적인 내 모습을 보고 게으르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 나는 평소에 부지런한 편에 속한다. 오히려 너무 열심히 살다 보니 번아웃이 찾아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또 이러고 있네. 정말 한심해."



내 안의 작은 목소리가 속삭인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 목소리를 무시하기로 한다. 왜? 이것도 내 마음을 돌보는 중요한 방법이니까.  나는 '아무것도 안 할 권리'를 소중히 여긴다. 이 권리는 내가 나 자신을 돌보는 데 있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점점 짧아지는 번아웃의 주기 속에서,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은 오히려 나를 지키는 방패가 된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다. 핸드폰은 비행기 모드로 설정해 둔다. (물론, 아이가 등교한 한낮처럼 긴급 연락의 부담이 적은 시간을 골라서. ) 가끔은 TV를 틀어놓고 아무 생각 없이 화면만 바라보기도 한다. 이렇게 세상과 단절된 채 나만의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내 안에서 새로운 에너지가 솟아나는 것을 느낀다.     



"슬슬 움직여볼까?"



이제는 내 마음이 스스로 깨어나려 한다. 상쾌한 기분마저 든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내 마음 돌보기'가 아닐까?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생산적일 수 있다는 역설.      


감기에 걸리면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이불속에 파고들듯, '돌멩이가 되고 싶어' 병도 그렇게 다스린다. 집 안 어딘가에 몸을 웅크리고 뒹굴뒹굴, 시간이 흐르는 대로 내버려 두면 어느새 증상이 사라진다.     


'지금 내가 많이 지쳤구나'라고 스스로를 이해해 주는 것. 그것이 바로 내 마음을 돌보는 진정한 치료법이지 않을까? 무기력해진 나를 마주할 때, 잠시 멈춰 서서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그렇게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     


당신도 오늘 하루,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 그것이 바로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첫걸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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