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저씨, 모하세요? "
" 너는 누구냐? "
" 아저씨, 저는 인어에요 "
무더운 여름날, 나는 가족과 함께 계곡으로 피서를 갔다. 시원한 물가에서 아이와 함께 놀던 중, 바위에 앉아 인어 흉내를 내며 아이와 상황극을 시작했다. 그런데 뜻밖의 반응이 돌아왔다. 아이가 나를 보며
"엄마, 인어공주는 무지 아름다운데, 엄마는 그렇지 않아"
그 순간 나는 우리가 얼마나 쉽게 특정 프레임에 갇히는지 깨달았다. 인어가 반드시 아름다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어디서 왔을까 생각하다가, 바로 디즈니의 '인어공주' 때문이었던 것이다. 아이에게 "인어가 꼭 아름다울 거라는 편견을 버려"라고 말했지만, 사실 나 역시 그런 이미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이 작은 에피소드는 나에게 호기심을 자극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캐릭터의 이미지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리고 그 이미지가 어떻게 우리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 것이다. 특히 디즈니가 어떻게 전통적인 인어의 이미지를 완전히 새롭게 재해석했는지 궁금해졌다.
인어는 오랜 시간 동안 전 세계의 신화와 전설에 등장해왔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부터 그리스 신화에 이르기까지, 인어는 다양한 모습과 이야기로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왔다.
전설 속 인어의 모습은 현대의 우리가 알고 있는 인어와는 꽤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때로는 듀공이나 해녀를 보고 인어로 착각했다는 설도 있을 정도로, 초기의 인어 이미지는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인어가 뱃사람들을 유혹하여 죽음으로 이끄는 위험한 존재로 묘사되기도 했다.
그러다 1837년, 덴마크의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이 '인어공주'를 발표하면서 인어의 이미지는 크게 변화했다.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는 왕자의 사랑을 얻지 못하고 바다의 거품이 되어 사라지게 되는 아름답고 순수한 영혼을 가진 존재로 묘사되었다.
1989년,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안데르센의 원작을 바탕으로 '인어공주'를 제작했다. 디즈니는 이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더욱 밝고 희망적인 버전으로 만들었다. 디즈니의 인어공주 '에리얼'은 호기심 많고 모험을 즐기는 성격으로 묘사되며, 결국 사랑하는 왕자와 행복한 결말을 맺게 된다.
디즈니의 인어공주는 원작과 달리 뚜렷한 개성과 목표를 가진 캐릭터로 그려졌다. 에리얼은 자신의 꿈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는 많은 어린 시청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또한, 디즈니는 인어공주의 외모를 더욱 아름답고 친근하게 디자인하여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전설 속의 괴물 인어가 현대적이고 긍정적인 롤모델로 변화된거다. 실로 프레임이 바뀐 최고의 캐릭터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우리의 인식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내 아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인어하면 자동으로 아름다운 존재를 떠올리게 되는 새로운 고정관념이 생겼으니까. 이는 디즈니의 캐릭터 재해석이 얼마나 강력한 영향력을 주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디즈니의 인어공주 에리얼처럼, 우리도 종종 자신을 제한하는 프레임에 갇힌다. 에리얼은 처음에 '인어는 바다에 살아야 한다'는 프레임에 갇혀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꿈을 위해 그 프레임을 깨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갔다.
우리의 마음을 돌보는 첫 걸음은 바로 이런 제한적인 프레임을 인식하고 그것을 깨는 것이다. '나는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우리 자신의 고유한 가치와 꿈을 찾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디즈니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인어'의 이미지처럼, 새로운 프레임 역시 또 다른 제한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진정한 자유는 어떤 프레임에도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탐구하고 성장시키는 데 있다.
내 마음을 돌보는 방법은 결국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인어공주가 바다와 육지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갔듯이, 우리도 우리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써나갈 수 있다.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 나에게 연필과 메모지는 그 틀을 깨고 자유롭게 생각하기 위한 도구다. 이런 노력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고, 더 풍요로운 삶을 살게 된다. 나를 아프게하는 혹은 나를 제한하는 프레임을 깨고 나아가는 용기, 그것이 바로 우리 마음을 돌보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