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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돌이 May 17. 2021

다시 두근두근

토요일 오전 진료를 위해 병원에 갔다. 


지난 수요일에 하지 못했던 소변검사를 하고 초음파실로 올라가 대기했다. 토요일 오전 대기가 길다는 사실을 알고 예약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진행했다. 남편과 함께 대기하니 혼자 있을 때보다는 덜 무료했다. 남편도 이 무한 대기를 겪어봐라!


초음파실에서 또 눈을 크게 뜨고 초음파 검사 화면을 주시했다. 오른쪽에는 1.05짜리가 있었다. 지난번에 1.5라고 봤던 것은 헛것이었나?! 그리고 왼쪽 난소는 잘 보이지 않아서 선생님께서 계속 배를 꾹 누르시면서 보려고 하셨다. 계속 왼쪽 난소를 보려고 해도 잘 안 보이는 것 같았다. 그 전에도 계속 오른쪽에만 난포가 많이 있는 걸 봤고, 크게 자라는 것도 다 오른쪽이었는데, 왼쪽에는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평소보다 아픈 초음파 검사가 끝나고 비척비척 진료실로 갔다. 선생님은 약에 반응이 있고, 자라려는 난포가 있으니 난포 자라는 주사를 맞자고 하셨다. 지난번처럼 오늘은 주사실에서 맞고 가고, 나머지 삼일은 내가 자가주사로 놓는 방식이었다. 그래도 영 반응이 없이 안 자라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소식에 기뻤다! 정말 작은 일에도 기뻐지고, 반대로 작은 일에도 쉽게 시무룩해지는 요즘이다. 그리고 더 기쁜 것은 다음 진료는 아침 진료하시는 수요일에 진료를 볼 수 있도록 스케줄이 딱 맞았다는 것이다!


우리 회사는 연차 사용이 자유롭고, 연차를 전날에 상신하고 당일에도 오후 반차 상신하는 게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지는 분위기이다. 그래서 다행히 이번 달에도 반차를 내면서 병원에 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 내가 괜히 찔리는 마음을 어쩔 수가 없다. 팀장님이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지는 않을까? 면접 보러 다니는 걸로 오해하는 거 아니야??(그럼 좋겠다만) 그런 쓸데없는 걱정이 든다...... 그래서 괜히 안물 안궁인데 사유를 붙여서 말씀드리기도 하고, 괜히 '급작스럽게 죄송해요!' 이런 말도 하고 그런다. 다른 분들 보면 회사 다니면서도 인공수정하고 시험관 하고 하시던데,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몸과 마음이 힘든 것은 당연하고 회사에 묶인 몸 일정을 조정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것이니.... 참 대단하다. 


나도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을 하게 된다면..... 회사 다니면서 잘할 수 있을까??






주사 맞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왔다. 부모님께도 잘 말씀드렸고, 왠지 내가 신경 쓰여할까 봐 자세히는 물어보지 않으시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주사를 맞으면서 4일을 보냈다. 


지난번에 맞을 때보다 아랫배 통증과 어지러움이 더 심하게 느껴졌다. 어느 날은 배에 주사를 놓는 동안 주사약이 뽀글뽀글 체내로 들어가는 느낌도 들었다. 중간에는 나는 주사까지 맞으면서 고생하고 있는데 남편은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아 슬퍼진 적도 있다. 아무래도 호르몬제라서 감정 기복이 심해지게 만드는 것 같다. 






대망의 병원 방문일, 7시부터 초음파실 대기를 하기 위해 꼭두새벽부터 집을 나섰다. 


이제는 익숙한 동선으로 초음파실로 향했다. 진료 시작시간 전에 이미 꽉 들어찬 대기실에서 멍하니 있다가 옷을 갈아입고 초음파실로 들어갔다. 오른쪽 난포에 1.5짜리가 있었고, 주위에도 중간 크기 정도의 난포들이 오밀조밀 있었다. 왼쪽 난포라고 기록하시는데 뭔가 왼쪽이라기에는 몸의 안쪽, 뒤쪽인 것 같은 느낌의 부분에서도 1.6 정도 되는 원형 주머니가 보였다. 그래도 주사를 4일 맞은 게 헛수고는 아니었다는 안도를 하면서 진료실로 갔다. 


진료실에서 선생님께서는 지난번에 했던 소변검사에서도 이상이 없다고 하셨고, 오른쪽에 두 개, 왼쪽에 한 개가 배란이 될 것 같다고 하셨다. 확률은 낮지만 다태아의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주셨다. 그렇지만 난포 크기가 아직 완전히 크지는 않으니 오늘 하루 더 난포 키우는 주사를 맞고, 내일 저녁에 난포를 터뜨리는 주사를 집에서 스스로 놓으라고 하셨다. 다시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참 마음이 편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주사까지 맞고 남편에게도 전화를 걸어 오늘의 진료 내용을 브리핑해줬다. 나를 병원에 데려다주고 출근하느라 이른 아침부터 회사에 있던 남편도 내 목소리가 어둡지 않으니 안심하는 것 같았다. 


아침부터 울적해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이제 또 난포를 터뜨리고 나서는 기대와 불안으로 가득 차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오겠지만.... 그래도 오늘은 무사히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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