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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돌이 May 25. 2021

느낌이 좋아

난포 터지는 주사를 맞은 지 12일째 되는 날이다. 이제까지 세 번의 경험이 있어서인지, 예전처럼 작은 반응에도 기대되고 고무되지는 않는다. 매일매일 날짜를 세보면서 어떤 단계일까 상상하지도 않는다. 약간은 비관적으로 '이번에도 잘 안 될 것 같다...'라는 생각까지 들곤 한다. 그런데 이건 그냥 또 실패했을 때 실망하지 않으려고 자신에게 하는 빈말인 것 같기도 하다. 맘 속으로는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번보다 평온하게 보내다가 갑자기 오늘부터 기대감이 증폭되는 것은, 지난번처럼 '생리 전조 느낌'이 덜 하다는 느낌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전에 없던 분비물..... 지난번에는 생리통이 있었고, 그걸 착상통이라고 혼동했지만 바로 생리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느낌은 없이 뭔가 가뿐하기까지 하고... 그렇지만 가끔씩의 아랫배 통증은 있다. 그리고 지난번보다 빈번히 유백색 혹은 투명한 분비물이 나오고 있다. 분비물은 착상기에 늘어난 분도 있고 아닌 분도 있다고 하니 확신은 할 수 없지만, 지난번(실패)과 다른 양상이라는 게 나를 기대하게 한다. 


오늘은 무려 눈팅만 하던 임신 준비 카페에 댓글까지 달았다. 나와 같이 분비물이 늘었다는 사람의 글에 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며 동조 댓글을 달았다. 글 작성자께서는 우리 모두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란다는 대댓글도 달아주셨다! 아 뭔가 맘이 몽글몽글해진다. 이래서 사람들이 카페에 시시콜콜한 글도 올리고 댓글도 쓰고 그러는 건가 보다...... 감사합니다 고*마깡님........


오늘 오전에는 남편이 가임력 검사를 받으러 갔다. 정자검사도 참 곤욕일 것 같다. 걱정되면서도 한 편으로는 '당신도 불편한 것을 당해봐라!' 하는 못된 심보도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신경이 곤두서 있는 나를 달래주고받아주고, 자기도 좋은 소식을 기대했다가 실망하고.... 이러는 게 얼마나 힘이 들까 싶다. 잘해줘야지!






이제는 임신테스트기를 해봐도 될 시기인데, 비임신을 확인하고 절망하게 될까 봐 아직 못하고 있다. 생각만 해도 그 순간이 너무나 두렵다. 뭐, 나쁘지 않다. 이렇게 생리 예정일까지 기다리다가 생리가 시작되지 않으면 테스트해보는 거고, 생리가 시작되면 울면서 결과를 받아들이는 거겠지ㅋㅋㅋㅋㅋㅋ 하루, 이틀 뒤면 대략의 결과는 나올 것 같다. 생리가 며칠 미뤄지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러면 또 2차 기다림을 하는 거고. 


오늘도 생리할 것 같은 느낌이나 통증은 없다. 대신 오늘 아침 출근하다가 갑자기 기우뚱하면서 중심을 잃어 넘어질 뻔한 일이 있었다. 모퉁이를 돌아 계단으로 오르는 자연스러운 동선이었는데 갑자기 어어--하면서 중심을 잃고 옆으로 기울어졌다. 반대편 난간을 잡으려고 했지만 닿지 않아 당황하면서 점점 기울어졌지만 다행히 우당탕 넘어지지는 않았다. 전에 없던 일에 당황하면서 동시에 '임신해서 머리에 피가 모자라서 그런 거 아닐까?' 하는 기대를 하는 내가 참 웃겼다. 


아....기대 안한다 하면서 정말 너무너무 원하고 있나 보다.


어서 좋은 소식을 확인할 수 있기를...좋은 소식이 아니더라도 와르르 무너지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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