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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돌이 Jul 05. 2021

다섯 번째 과배란

페마라를 두 알씩 5일 동안 복용하는 동안 큰 부작용은 없었다. 다만 재택근무가 끝나서 매일 출근하게 되어서 더 피곤했던 것 같다. 그런데 복용 중에는 별일 없었는데, 복용이 끝나고 이틀 후부터 가슴이 답답하고 아픈 증상이 있었다. 소화가 안 되는 느낌인데 그렇다고 체한 것처럼 아프지는 않았다. 약사 선생님은 증상을 듣더니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셨다. 그냥 스트레스성인지, 약의 부작용인지는 잘 모르겠다. 


복용 중 별 일이 없으니 괜히 걱정하게 된다. 효과가 없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 빨리 토요일이 되어 내 눈으로 내 난소들을 관찰하고 싶다. 






걱정이 현실이 됐다. 

난소가 약에 반응이 없다고 하셨다. 초음파실에서 내가 봤을 때는 일단 지난주처럼 큰 물혹들은 없었고, 다낭성 난소답게 작은 난포들이 모여 있었다. 그중 커 보이는 것은 1.6 정도 되었는데 그게 줄어들고 있는 물혹인지, 성장하고 있는 난포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난포가 빨리 커버려서 바로 인공수정을 해야 한다고 하시면 어쩌지? 같은 소용없는 걱정을 하면서 기다리다가 진료실로 들어갔는데, 전혀 다른 말씀을 하셨다. 그래도 난포가 크지는 않았지만, 크게 자라 있던 물혹들은 다 없어졌다는 게 희소식이었다. 주사로 난포를 더 키워보자고 말씀하셔서 주사 처방을 받고 진료실을 나왔다. 다음 진료는 아침 진료가 가능한 수요일로 잡았다. 


약을 바꾸기도 했고, 물혹들이 많이 있기도 했어서 난포가 안 자랐다는 말을 들어도 지난번처럼 아주 절망스럽지는 않았다. 지난 3월에도 약만으로는 난포가 안 자랐고, 거의 주기보다 1주일 더 걸려서 주사로 난포를 키워냈었다. 이번에도 조금 더디더라도 그렇게 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난번 난포가 잘 자라지 않았을 때 울고 불고 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고 내 체력과 감정만 축났기에, 그러지 않는 것이 나에게 더 좋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이 날 지난번에 가져오라고 하신 인공수정 시술 동의서와 신분증, 가족관계 증명서도 내고 왔다. 난포들이 어떤 속도로 자라 줄지.... 이번에 혹시 꿈쩍도 안 하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되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한다. 그래도 수요일에 다시 난포를 보면 어떤 일정으로 진행될지 대략은 알 수 있지 않을까? 약 먹으면서 일주일 기다리던 것보다는 기다리는 날이 적으니 조금 더 마음이 편하다. 이번 주 토요일이나 다음 주 월요일에 진행한다면 정말 좋을 텐데ㅎㅎㅎㅎㅎㅎㅎ 내 맘대로 내가 원하는 일정으로 진행될 리가 없지만 그래도 바라게 된다.... 회사에 지장이 없는 일정을! 절대로 뺄 수 없는 목, 금요일 일정도 있으니 가급적이면 정말 그 일정들만은 피할 수 있게 되기를!!






내 난자 질이 안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난포가 잘 터진 건지, 터지지 못하고 물혹이 된 건지 아무튼 물혹이 생긴 것도 그렇고, 난임 병원 오기 전에 과배란을 시도했을 때도 적정 크기에서 난포가 터지지 못한 것도 그렇고... 덮어두고 다 내 탓이오 하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흘러온 상황을 보면 이게 맞는 추론 같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가진 사람이 대체로 그렇다고 하기도 하고. 


긍정적으로, 혹은 될 대로 돼라 하고 생각하다가도 갑자기 불쑥불쑥 의기소침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딱 한 번만이라도 멋진 난자가 만들어져서 정자와 만나 나에게 안착해주면 좋을 텐데.


이때까지 걷기 운동, 각종 차, 석류즙, 포도즙, 두유, 이노시톨, 아르기닌, 두부 등등 난자 질에 좋다는 음식과 영양제도 꾸준히 먹어왔는데... 심지어 요즘에는 가끔 소고기도 먹는데...! 내가 뭘 더 해야 개선이 될까?? 한의원에 가봐야 하는 건가 생각하다가도 산부인과에서는 대부분 한약은 먹지 말라고 권고한다고 하니 또 아닌 것 같고.... 참 어렵다. 남편은 이전부터 아기맞이 속옷을 사보자고 하는데 정말 모양새가... 너무 매력적이지가 않아서ㅠㅠㅠㅠ 사고 싶지가 않다. 배부른 소리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볼까. 


아무래도 이번에 인공수정이 만약 실패한다면(이런 생각을 하는 게 불길하게 작용하는 건 아니겠지...) 다음에는 시험관 시술을 하고 싶다. 초음파로만 관찰하기에는 내 난소가 이제 너무 못 미덥다. 채취를 해서 정말 네가 난자가 맞는지, 조금 비실비실한 놈인지, 아예 공난포인지 한 번 확인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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