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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돌이 Jun 30. 2021

인공수정 도전!

저번 주기까지 과배란으로 자연임신을 시도한 게 4번째였다. 모두 임신으로 이어지지 않아서 지난번 의사 선생님과 상담한 대로 이제는 인공수정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생리 3일 차에 병원에 갔더니 이제껏 했던 것과 달리 진료 전에 초음파를 보고 오라고 하셨다. 생리 중인데 초음파를 보는 건 처음이라 조금 당황스러웠다ㅠㅠ 초음파실 선생님은 일상이겠지......


초음파실 대기가 긴 것은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이번에는 대기실에서 라디오스타를 틀어줘서 웃으면서 기다렸다. 남들이 보기에 괴기스러웠을까? 마스크를 쓴 채로 환히 웃고 있었는데.... 생리 중인 환자는 다른 초음파 검사실에서 보는 것인지, 이번에는 늘 가던 검사실과 다른 곳으로 안내받았다.


초음파를 보자 오른쪽 왼쪽 난소에서 모두 터질 듯한 큰 물혹들이 보였다. 오른쪽에는 거의 세 개 정도 있었고 모두 지름이 3~4센티가 넘었다. 선생님께서는 지난달 과배란을 시켰는지 물어보셨고 그렇다고 말씀드렸다. 초음파실에서 물혹인지, 물혹이 왜 이렇게 많은지 조금 여쭤볼 걸 그랬나 싶다. 결과는 진료실에서 들으라는 안내가 있으니 괜히 규칙에 어긋나는 일을 하는 것일까 봐 초음파실에서는 입도 뻥긋 못하겠다... 아무튼 나 스스로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하면서 초음파실을 나왔다.


진료실 앞에서 대기하면서도 미간의 주름을 풀 수가 없었다. 혼자 심각한 얼굴을 하고 기다리면서 애꿎은 남편에게 짜증을 부렸다. 이번 달은 진행할 수 없다고 하시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됐다.


진료실에 들어가자 선생님은 아무 이상 없다는 듯이 지난번에 이야기 나눈대로 이번부터 인공수정으로 진행하자고 하셨다. 내가 초음파상 큰 물혹들이 엄청 많았다고 하자 선생님은 대수롭지 않게 지난번에 배란이 많이 되어서 그런 거라고 하셨다. 약을 먹어보고 난소가 반응하여 진행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주사까지 병행하면서 난소 키우기를 진행하실 거라고 하셨다.


이번에는 배란유도제로 페마라를 쓰신다고 하셨다. 안 그래도 지난번에 클로미펜을 먹고 너무 심한 두통을 겪어서 약을 바꿔달라고 말씀드려야 하나 고민했는데, 선생님이 다른 약을 쓰신다고 하셔서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렇지만 또 새로운 약이 잘 안 받을까 하는 걱정도 함께 들었다..... 아오 정말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






이렇게 인공수정 진행의 첫 번째 진료를 마쳤다. 다음 진료를 다다음주 월요일에 오라고 하셨는데, 반차 쓰기가 뭐해서 토요일날로 해달라고 말씀드렸다. 어차피 이후에 연차나 반차 쓸 일이 안 생길 수가 없다고 생각해서.... 아끼고 싶었다. 남편은 법적으로 난임휴가가 있으니 여의치 않으면 써보는 게 어떨지 나에게 제안해줬는데, 나는 정말 최대한 회사에는 알리지 않고 싶은 마음이다.


병원 볼 일을 마친 후에는 교외의 한적한 카페에서 맛있는 것도 먹고 산책도 하고 놀다 왔다. 사람이 좀 적은 한산한 곳에서 있으니 마음이 조금 안정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제 또 일주일 간 난포를 키우기 위해 많이 많이 걸어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다달이 동일한 주기로 비슷한 몸과 마음의 변화를 겪고 있다. 이맘때에는 늘 마음이 조금 긍정적으로 변하고 다시 희망이 조금씩 차오른다. 최악은 생리 예정일 즈음에서 배란유도제 받으러 병원 가기 전까지ㅎㅎㅎ. 그래도 병원에서 다음 주기를 시작하게 되면, 앞으로 잘해보자!!라는 마음이 더 커진다.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는 거고!!


남편은 우리가 스스로(?) 하지 못하고 인공수정을 하게 되는 것이 못내 아쉬운 눈치였다. 난임 카페에서도 종종 남편의 반대로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을 할 수 없다는 글들을 봤다. 임신을 기다리는 여성들이야 과정은 어떻든(자신의 몸으로 겪는 것인데도...) 결과인 임신의 성공을 위해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 같은데, 남성들은 과정도 신경이 쓰이는 것 같다. 


인공수정 1차 성공은 로또 당첨이라고들 하던데..... 나에게도 그런 행운이 올지 참... 이번에는 초반에 물혹도 있고, 1차이고 하니 그렇게 간절하게 꼭 되기를 바라게 되지는 않는다. 되면 참 좋은 일이고, 아니면 이후에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가가 더 신경이 쓰인다. 둘 다 검사에서 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는데도 계속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것이 어느 단계에서 어떤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인지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하다. 과정을 더 컨트롤하면서 진행할 수 있는 것은 시험관 시술일 텐데, 시간과 비용 문제로 선뜻 시작하기가 어렵다.


일단은 이번 인공수정 시도를 잘 마치는 것을 목표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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