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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돌이 Jan 27. 2022

모차르트는 듣고 있니?

알쏭달쏭한 임산부의 생활

일반 검사로 진행한 1차 기형아 검사를 무사히 마쳤다. 


처음으로 배 초음파를 통해서 정밀 초음파 검사를 했는데, 배 초음파라고는 하지만 거의 속옷을 반쯤 내리고 해야 해서 처음에는 살짝 당황했다. 검사를 기다리면서 사실 기형 여부가 아니라 아기가 아직 내 뱃속에 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 내가 너무 무심하게 지내서 뭔가 잘못된 건 아니겠지 하는 걱정.... 다행히 아기는 내 뱃속에 잘 있었다! 3주 만에 보니 엄청나게 커지고 인간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어서 놀라웠다. 삐죽 나와있었던 팔다리도 쑤욱 자라 있었고, 콧대까지 생겨났다. 계속 보면서 우와우와 거리기 바빴다. 그리고 계속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서 정말 신기했다. 생명의 신비란...


다행히 목 투명대 검사는 넉넉하게 통과했다. 1, 2차 피검사를 통해 더 자세한 결과를 받아봐야겠지만, 그래도 한 시름 놓았다. 


그동안 힘든 점은 없었냐는 간호사 선생님의 질문에 두통이 있었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의사 선생님께서 커피를 마셔보라고 하셨다! 처음에 커피 좋아하냐고 물어보셔서 원래 좋아했고, 요즘은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디카페인으로 마시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원래 주 4회는 먹는데.. 괜히 혼날까 봐 줄여서 말씀드렸다... 그런데 시크하게 '디카페인 안 마셔도 되는데, '라고 하시며, 두통에 효과가 있을 수 있으니 하루에 한 잔 커피를 마시라는 처방을 내려주셨다. 어찌나 시원한지! 디카페인을 마시면서도 내심 죄책감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의사 선생님의 허락을 받으니 너무 마음이 가뿐해졌다. 


그 외 불편한 점이 있는지 물어보셨는데, 나는 딱히 드릴 말씀이 없었다. 입덧도 딱히 없고, 심하게 아픈 곳도 없고, 출혈도 없었다. 정말 복을 많이 받은 임신 초기였다. 임신하기 위해 고생한 것에 비하면 아직까지 임신 기간에 크게 힘든 점은 없다. 이러려고 미리 힘들었나!






정말 감사하게도 별다른 이벤트 없이 시간이 쑥쑥 흘러갔다. 임산부는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회사 제도 덕분에 크게 피곤하지 않게 계속 일을 할 수 있고, 코로나19 감염 걱정도 덜 수 있었다. 다만 아직 태동을 느낄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다 보니 아기가 뱃속에 정말 잘 있는 건지 궁금함 반 걱정 반이었다. 배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니 그나마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어느 날 퇴근길에 엄마와 통화를 하는데, 엄마가 '모차르트는 듣고 있니?'라고 물어보셨다. 모차르트? 웬 모차르트??라고 하니 태교에 모차르트가 좋다며,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하셨다. 아 정말? 들어봐야겠네~ 하며 대답하고 정말 유튜브에서 모차르트 모음집을 들으며 퇴근했다. 


이제껏 태교라는 것은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태교란 무엇인가. 예전에 임신한 친구가 영어 태교를 한다며 영어 동화책을 샀다는 얘기를 듣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그거랑 모차르트 듣는 거랑 같은 거 아닐까?? 아리송한 생각이 들었다. 


태교라는 것에 꽂혀서 아주 스트레스받지는 않았다. 엄마나 주변 사람들이 태교 태교 노래를 부르며 나를 압박하지도 않았고, 그냥 내 할 일이나 하면서 살면 된다고 마음대로 생각하면서 지냈다. 그렇지만 마음속 한 구석 아주아주 작게는 '내가 너무 맘 놓고 있는 건가?'라는 걱정이 있었다. 


이런 마음이 시원하게 해소된 것은 티브이 프로에서 유명한 산부인과 선생님이 태교는 과학적 근거가 없으니 임산부들은 맘 편히 하는 일 하면서 살면 된다고 말씀하시는 걸 보고 나서였다. 마치 내 마음을 꿰뚫어 보신 것처럼 시원하게 '죄책감 가지지 말라'라고 말씀해주셨다. 덕분에 나도 홀가분한 마음으로 일하고, 쉬는 시간에는 마음대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지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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