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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자 Oct 11. 2023

햇볕과 고양이와 나

시월, 볕을 맞으며




내 고양이의 등에서 볕냄새가 납니다.


하늘이 금방 목욕을 끝낸 듯 말간날, 

그런 날이면 해도 속살이 뽀샤시합니다.

그 뽀얀 살결이 우리 집 냥이의 몸에서 향기롭게 빛을 냅니다. 

털에 코를 박고 볼을 묻으면 향기는 내 몸, 내 마음에 까지 전해져 

마시멜로처럼 폭신하게 나를 안습니다.



시월은, 거실 바닥에 보란 듯이 제 가을볕을 성큼 들여놓고 위풍당당합니다. 

그 볕에는 달달한 맛과 달달한 향기가 있어 오래 취해 있고 싶게 합니다. 

그, 해가 만들어준 자리에서 우리 냥이와 나는 서로를 안고

여유롭게 일광욕을 즐깁니다.



볕을 받아 빛나는 황금색 등이 예쁩니다. 

볕이 그려낸 냥이의 그림자를 이리저리 바라봅니다. 

그림자는 세심하게 냥이의 털 한 올까지 그림으로 그려냅니다. 

그 모양만 보고 있어도 시간은 잘도 갑니다.



그 색깔이 길을 내어 나를 따뜻하게 데웁니다.

그 따사로움 안에 오래 안겨있고 싶어 해의 보폭에 나를 맞춥니다.

해가 그림자의 색깔만 남기고 볕을 물리면,

이내 아쉽고 쓸쓸해집니다.

다시 만날 내일의 볕을 향해 안녕을 고하는 일은 늘 아쉽습니다.

나의 고양이도 그럴 겁니다.


그래도 다시 만남의 확신이 있으니,

오늘의 작별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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