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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자 Aug 13. 2021

일곱 번째 이별을 앞에 두고

떠나간, 떠나갈 너희에게



처음 네가 떠난 지가 언제였던가. 너덜너덜 가슴에 휑한 바람만 너울대던 지독했던 그때. 벌써 수년은 흐른 것 같다. 그때의 충격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나를 떠나버린 너의 모습은 처참하다 못해 흉물감마저 들게 했다. 사실 서서히 이별을 준비하던 너를 나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날이 갈수록 그 느낌은 아프고 시렸지만 그렇다고 해도 단박에 스르르 그렇게 떠나버릴 줄은 정말 몰랐다. 예정된 이별이었다고 해도 나를 떠난 너를 부여잡고 내 마음은 상실감으로 하루 종일 비가 내렸었다.

그렇게 첫 너를 보냈지만 언제나 내 곁에서 영원할 줄로만 알았던 너희들은 차례차례 하나씩 나를 떠나가기에 이르렀다. 상실감은 때마다 찾아왔고, 미안함도 때마다 찾아왔다. 제법 이별이 익숙해지면서 나는 슬프고 아팠지만 너희들을 놓아버렸다. 언제든 너희가 가겠다면 보내주겠다는 다짐을 했다. 내 잘못이지만 어쩔 수 없다. 너도 나도 원치 않았다 해도 이별은 끝끝내 오고야 말았으니까.

하나를 보내고,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까지 너를 보냈을 때는 눈물마저 말라버렸다. 너희가 떠난 자리는 그대로 방치되어 잊을만하면 찌르르 통증이 왔다. 숱하게 이별을, 너희가 떠남을 막기 위해 노력 아닌 노력을 했지만 이미 쌓인 고통은 너희들도 감당할 수 없었겠지. 덕분에 나는 먹는 즐거움을 조금씩 잃어갔고, 그렇게 꾸역꾸역 먹은 음식물들은 소화되기를 거부한 채 위장에서 부패되기 일쑤였다. 과식을 하지 않아도 소화제가 필요해졌다. 

이제는 이별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너희들을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는 단단히 마쳤다만,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헤어짐은 언제나 쉽지 않다. 내게서 떠난 너희의 모습은 한없이 볼품없고 애처로워서 내 슬픔은 배가 되고 미안함도 몇 배가 되어간다.



지금 또 하나가 나를 떠나려 하고 있다. 단련된 이별로 예감할 수 있었다. 사실 이번에는 너를 잡고 싶어서 조여오는 통증도 무심한 듯 밀어놓고 너를 밤낮으로 달랬다. 제발 떠나지 말라고. 정 떠나야 한다면 조금이라도 더 늦게 가달라고. 그렇게 아픔 주는 너와 그 아픔도 괜찮다며 참아내던 나였는데. 

나를 떠날 수밖에 없어도 이해할게. 

아니 떠나다오. 제발.

어르고 달랜 내 뜻을 너도 알았는지, 아니면 너도 나를 너무나 사랑해서 치렁치렁 미련을 매달고 있는 것인지, 마지막 한 발을 쉬이 내딛지 못하는구나.

미안하다. 내 변덕에 길을 잃은 듯한 너에게 내가 먼저 이별을 말해서. 그렇지만 이제 그만 떠나다오. 제발.

인정머리 없고 챙김 따위 할 줄 모르는 - 나도 이런 사단까지 날줄은 몰랐다면 변명일까 - 나를 만나서 정말 고생했어. 몇 십 년을 분주히 일하며 나를 지탱해 줬는데 그런 너희에게 제대로 된 사랑도 주지 못하고 지켜주지도 못해서 정말 미안해. 다음번엔 온 마음으로 온 정성을 다해 너희를 아껴주는 그런 사람을 만나길 바라. 진심으로.

오늘도 내가 만든, 네가 주는 고통으로 진통제를 털어 넣고 죄책감을 뱉어낸다.

그동안 고마웠어.

나의 어금니들아, 그리고 앞니들아.

그리고

오른쪽 아래 송곳니야 이제 그만 미련 싹둑 잘라버리고 말끔히 나를 떠나도 돼. 우리 쿨하게 헤어지자.

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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