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순이에게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오고 / 캘리그라피와
하루가 다르게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어도 내 주변 일리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최소한의 외출, 식당도 카페도 안 가본 지 제법 되었다. 꼭 누구를 만나야 한다면 밖을 택했다. 마스크를 벗은 적도 손 소독을 게을리한 적도 없다.
그런데, 네 녀석은 도대체 어디서 달라붙어 내 바짓가랑이를 잡고 내 집까지 들어왔을까. 어느 틈에 소리도 없이 꼬리를 들이밀었을까.
덕분에 비자발적 갇힘에 놓여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자발적 집순이인 내게 밖을 나가지 못하는 시간이 힘든 것은 아니다. 다만 원해서가 아니라는 것은 갑갑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미각과 후각을 잃는 것은 신기한 경험이다. 맛을 모르고 밥을 먹고 향을 모르고 커피를 마신다. 내내 입이 쓰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단 것에 대한 갈망이 생긴다.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먹는 것이 고역이라니. 먹는 재미가 없다. 향이 빠진 커피는 한약 같다. 습관처럼 기억하고 있는 맛으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신다.
오랜만에 시게 아파서였는지 몸이 많이 놀랐다. 기가 다 빨린 느낌이다. 내일 자정이면 격리가 해제되지만 몸은 아직도 갈팡질팡 중이다. 어제는 괜찮았다가 오늘은 또 좀 힘들었다가.
내일은 좋아지겠지.
일상이란 일상 속에 있으면 특별할 게 없지만 일상 밖에서 보면 그 일상은 특별해 보인다. 돌아가고 싶게 하는 힘을 지녔다.
익숙함이 소중함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내 몸에게 많이 미안한 시간들이다. 너무 당연시하여 소중함을 잠시 잊었다. 보양식이라도 먹여야겠다.